가을 학기를 맞아 학교로 돌아왔다. 단 한 번의 짧은 여행도 없었던 여름은 우울과 상심의 유월을 덮고도 이어질만큼 길었다. 단조롭고 게으른 일상을 보내며 나는 조금씩, 내 삶의 나침반을 돌렸다. 내가 있어야 할 곳과 나아갈 곳을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 신나게 영화를 봤다. 7월 6일에 첫 메모를 남긴 '아비정전'부터 8월의 마지막 영화였던 '모던밀리'까지, 쉰 네번의 하루동안 딱 마흔 편이었다. 하나 둘 셋 넷 하고 제목으로 수를 세고 작은 그림과 짤막한 기억을 남기는 일이 즐거웠다. 내가 알 던 것 보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더 많은 자잘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행복 할 것 같았다.
올 여름의 릴레이 영화 보기 목록은 혼자만의 심심한 기록으로 남겨두고 생각날때마다 꺼내보기로 한다. 영화 감상평이야 앞으로도 틈틈히 쓰겠지만 이렇게 한 번 매듭을 짓는 이유는 기념하고 싶어서다. 다가오는 가을을 준비하며 지난 여름의 낙에 마침표를 찍어두고 싶었다.
이번 학기에는 틈틈히 영화를 챙겨보자 - 학교 안에 영화관이 있고 문화원도 다닐테니 - 마음은 먹었지만 잘 될런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가까이하고 싶다. 앞으로 다가 올 계절처럼 메마르기 쉬운 내 학교 생활에 풍성한 기쁨과 생각의 소를 채워넣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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