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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3/4 - Autumn : Notre jolie petite pomme 2014/11/12
- 2014 2/4 - Summer : Softer than a summer night (2) 2014/08/13
- 2014 1/4 - Spring : Midnight dishes (4) 2014/08/12
절친 부부의 소중한 사랑의 결실로 생겨나 지난 7월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아기 사과가 최근 백일을 맞이하였다. 덕분에 놀기 좋아하는 어른들은 또 한 번 둘러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부모와 막역한 지기이기도 하지만, 임신과 출산, 그리고 지금까지의 짧은 육아과정을 줄곳 가까이서 지켜봐 온 녀석이라 조카의 백일 같은 마음으로 축하해 주고 싶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사과를 보고 있으면, 아기는 사랑의 결실이라는 흔하디 흔한 문구의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부부의 사랑이 없다면 임신과 출산, 이어지는 양육의 과정은 두 사람 모두에게 육체적 고통과 극심한 피로, 정신적 충격과 우울을 동반하는 심신 황폐화의 총체일지도 모른다. 물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일정 부분 본능적인 것이라해도, 그 힘든 과정을 함께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은 부부간의 사랑,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그리고 그들을 둘러 싼 주변의 사랑이라는 것을 나는 사과를 통해 배웠다. 그리하여 시집 못 간 이모는 오늘도 꼭 '열렬히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아기를 낳겠다는 포부를 다지는 것이다.
근무 일정 탓에 마음이 바빠 준비가 매끄럽지 못했던 점이 두고두고 아쉬운 식탁이었다. 초대 당일 근무가 있어 대부분 레서피 없이도 할 줄 아는 품목 위주로 메뉴를 짰지만 밑준비가 부족한 탓에 손님들이 모두 제시간에 도착했음에도 시작이 늦어지고 말았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품목은 라자냐였다. 토마토 소스에 허브가 듬뿍 들어갔고, 여러가지 치즈를 쓴 것이 풍미를 향상시켰다. 무엇보다 전날 베샤멜 소스를 세 번이나 만든 보람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음식 양은 충분했지만 전식으로 피자도 하나 더 만들어 올렸으면 더 풍성한 식탁이 되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아쉽다.
쇠고기 등심 로티는 은연중에 내 취향을 강요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굽기를 묻고 따로 비앙-퀴 bien-cuit를 부탁한 한 사람을 빼놓고는 모두 세냥saignant을 넘어선 블루bleu를 서빙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하드고어로 갈 필요는 없었다. 고기가 좋았고 남긴 사람도 없었지만, 뒤늦게 마음에 걸렸다.
디저트는 좀 심심했는데, 전날 마지막까지 메뉴를 수정하는 바람에 차분히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생크림 파나코타보다 밀크티 파나코타나 삼색 파나코타를 내고 간단한 장식을 곁들였다면 좀 더 디저트다웠을텐데. 케이크에 아이스크림까지 들어와 먹을 것은 많았지만 다음에는 좀 더 예쁜 디저트를 내고 싶다.
가장 아쉽게 생각되는 부분은 호스팅이다. 손님들이 도착했을 때 내 마음이 바쁘면 차분히 접대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밑준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번처럼 당일 근무가 있을 때는 전날 완전히 준비를 끝내 놓는 것이 좋겠다. 손님들이 도착했는데도 호스티스가 부엌에 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반대로 내심 흡족하게 생각되는 점도 있는데, 점점 나아지는 테이블 세팅이다. 올 봄에 처음 친구들을 초대했을 떄 찍은 사진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보충되는 부분이 보여 기분이 좋다. 음식도, 접대도 자꾸 해봐야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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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
Menu Automne
Pain aux oignons/Pain aux olives
양파 빵/올리브 빵
Salade verte aux champignons
버섯 샐러드
Lasagne/Fettuccine â la bisque
라자냐/꽃게 비스크 페투치네
Contre-filet de boeuf rôti avec des légumes grillées
한우 등심 로띠와 구운 야채
Panna cotta
파나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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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에 응해준 나의 친애하는 손님들,
merci. :)
사는 곳도 하는 일도 각양각색이라, 다시 그렇게 모이는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함께 한 때를 보냈던 파리에서의 우정을 기념하며 모여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들 수 있어 즐거웠다. 덧붙이자면 다들 어찌나 와인을 술술 넘기는지 식전주로 개시한 크레망은 따르기가 무섭게 사라지고,
프리카세 드 볼라이는 만들면서 애를 좀 먹었지만 진한 닭 육수맛에 대호평을 받았다. 다만 서빙할때 접시에 소스를 전부 부은 것이 옥의 티. 고기위에 적당히 끼얹어주고 소스 보트에 따로 서빙했으면 훨씬 보기 좋았을텐데. 풍성하게 준비한 그린 샐러드는 녹색과 방울토마토의 빨강이 대비되어 예뻤다.
전식과 본식이 손이 많이 가는 종류들이라 디저트는 간단하게 초콜릿 퐁듀를 준비했는데 반응은 가장 뜨거웠다. 역시 딸기와 초콜릿은 어딜 가나 사랑받는 조합. 다만 초콜릿을 그냥 퐁듀그릇에 편안히 녹이면 되었을 것을 미리 중탕하면서 바닥 온도가 너무 올라가 초콜릿이 눌어 붙는 바람에 나중에는 초콜릿을 긁어먹어야 했다. 망고와 딸기를 좀 더 내고, 페퍼민트 티로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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