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맞이해 파리와 런던의 친구들이 일시 귀국했다. 여기에 한국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파리시절 친구 둘과 파리를 드나들며 이들 모두와 친분이 있는 박실장을 포섭해 여름 저녁 초대 멤버를 짰다. 쉽지 않았다. 수 개월 전부터 추진, 귀국 일정을 확인하고 가능한 날짜를 그러모아 약 한 달 전 날짜를 정했다. 자유로운 영혼들이라 불참자에게는 처절한 응징이 가해질 것임을 수 차례 경고했다.
모두 프랑스식에 익숙한 사람들이라 메뉴 구성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여름에 어울리는 무언가가 없을까 생각하다 남프랑스와 스페인이 떠올랐고 나는 피페라드에 꽂혔다. 하지만 본식이 되려면 피페라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고민하다 인턴 시절 스태프 밀로 먹었던 닭 피페라드를 떠올렸고 닭을 새우로 대체, 부족한 단백질은 계란과 흰살 생선으로 보충하기로 마음먹었다. 샘플이 될 만한 레서피들을 찾다보니 흰살 생선과 피페라드, 수란의 조합은 꽤 흔한 편이더라.
그날 아무도 몰랐던 것 같지만 한가지 신경썼던 것이 샐러드의 색과 디저트의 색이었다. 소르베티에 없이 한 시간에 한 번씩 포크로 긁어가며 그라니타와 소르베를 만들던 중 블루베리의 보라와 망고의 노랑에 영감(?)을 받아 그린 샐러드에 적양배추와 노랑 파프리카로 포인트를 주었는데 전식과 디저트가 너무 멀어서일까 별 반응은 없었다. 다음에는 그렇게 포인트 컬러가 있을때 테이블에 같은 색깔의 센터피스를 함께 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골든볼과 알스트로메리아가 있었다면 좋았을걸. 지난 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꽃 장식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날의 막내 보라죵이 엄청나게 근사한 꽃다발을 안겨주어 굉장히 기뻤다. 아나킴이 오래 전부터 갖고 싶던 스타일의 멋진 꽃병을 가져다 준 직후라 더욱 반가웠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별 탈 없었던 전식에 비해 짜게 되어버렸던 피페라드였다. 가자미 필레가 슴슴했다면 조금 나았을텐데 생선도 딱 맞게 간이 되어버려 같이 먹었을때 상당히 간간했다. B 토마토 소스를 쓸때 유의해야 하는 점이 바로 이 짠맛인데, 아직 가늠을 잘 못하겠다. 시판 토마토소스 특유의 단 맛이 없어 애용하지만 조금만 가열해도 금새 짜진다. 가열을 할때는 생 토마토나 스톡을 이용해 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피페라드에 얹은 계란의 굽기도 아쉬웠던 것이, 오븐에서 좀 늦게 빼는 바람에 키쉬에 들어가는 계란처럼 거의 완숙이 되어버렸다. 다음에는 수란을 얹거나 오븐에서 빼는 타이밍에 유의해야겠다. 그나마 곁들일 흰빵이 있어 다행이었고, 가자미 필레는 단순한 맛임에도 다음날 생각나더라는 칭찬을 들어 위안이 되었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각양각색이라, 다시 그렇게 모이는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함께 한 때를 보냈던 파리에서의 우정을 기념하며 모여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들 수 있어 즐거웠다. 덧붙이자면 다들 어찌나 와인을 술술 넘기는지 식전주로 개시한 크레망은 따르기가 무섭게 사라지고,알콜쓰레기 나와 박실장이 잔을 덮은 후에도 와인 두 병이 우습게 사라지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파리 런던 서울 광주에서 모여준 고마운 아가씨들, 그런 우리의 완벽했던 원 써머 나잇 One summer night 이었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각양각색이라, 다시 그렇게 모이는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함께 한 때를 보냈던 파리에서의 우정을 기념하며 모여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들 수 있어 즐거웠다. 덧붙이자면 다들 어찌나 와인을 술술 넘기는지 식전주로 개시한 크레망은 따르기가 무섭게 사라지고,
Photo by 박나희
2014. 7. 13
Menu été
•전식 Entrée
키쉬 로렌&그린 샐러드
•본식 Plat
가자미 필레 버터구이/새우 피페라드/감자 구이
•후식 Dessert
블루베리 그라니따&망고 요거트 소르베
•미냐르디스 Mignardise
초콜릿 트러플&피스타치오 루쿰
민트 티
•와인 Vins
리무 크레망
수아베 클라시코 수페리오레
부르고뉴 피노 누아
Guests
HN Kim
NH Park
HN Yoon
DR Lee
BR Jeon
MER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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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방명록 멀쩡하게 돌아가는데?
언니 같은 글 두개 올려서 하나 지우고 답글 달아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