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오후다. 으슬으슬 한기가 들어 나는 종일 파자마에 배스로브 차림으로 거실에 앉아 몇 일 전 점심에 먹은 불도장을 생각한다. 작은 도자기 합 속에 담겨나온 절대적인 사치를. 노골노골한 모습으로 잠겨있는 전복, 오골계 살, 샥스핀, 제비집, 부레, 표고버섯, 은행, 말린 관자. 그 속에 두반장을 조금 풀어 넣고 중국 스푼으로 호호 한 점씩 떠먹으면 뱃속부터 온 몸이 따끈따끈 해졌다. 그 불도장을 먹고서 바로 아래 객실로 내려가 암막 커튼을 치고 면 시트를 뒤집어 쓴 채 깊은 잠을 자는 상상을 한다.
도림, 소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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