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DAME DE PIQUE

from Carnet de spectacle 2012/02/16 03:11
LA DAME DE PIQUE
(스페이드의 여왕)
/TCHAIKOVSKI
OPERA BASTILLE
le 6 fev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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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2 시즌, 파리 오페라 나시오날과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는 러시아를 주제로 다양한 레퍼토리들을 선보였다. 한 가지 큰 주제를 정해놓고 한 시즌 동안 관련 행사들을 다양하게 조직하고 체계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파리 문화계를 보고 있으면 드는 생각이 많다. 곧 죽어도 주제sujet와 목차plan와 논리logique에 집착하는 교육의 영향인가 싶어 재미있기도 하고, 풍성한 레퍼토리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력이 감탄스럽기도 하다. 유럽 문화의 강점이랄까, 장기를 좀 알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는 그의 교향곡이나 협주곡, 발레 음악에 비해 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보고나면 한 곡 쯤은 흥얼거리며 집에 돌아오게 되는 - 귀에 잘 걸리는 - 아리아 위주의 이탈리아 오페라들과는 퍽 다르다. 서곡의 완성도가 높고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그래서인지 선이 굵다는 느낌도 받았다. 물론 가수들의 노래가 약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오히려 가수의 체력이 염려될 정도로 강렬한, 혹은 비장한 노래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무대 장식과 연출이 굉장히 좋았다. 무대 위 공간을 나누어 다른 시공으로 사용하는 방식이야 무대 예술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이지만, 그것이 주는 연극적인 분위기와 분열의 이미지가 작품과 잘 어울렸다. 절제된 무대 장식이 주는 심플한 이미지와 톤 다운된 색감이 빚어내는 모던한 분위기도 시각적으로 멋있을 뿐만 아니라 고전적인 음악과 대비를 이루어 독특한 인상을 남겼다.

오페라에 어떤 종류의 문학성을 기대할 것은 아니고, 동명인 푸쉬킨의 원작과도 여러모로 차이가 나지만, 그럼에도 작품이 흘러가는 동안 원작이 가진 성향과 끊임없이 조우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표현이 다를 뿐, 주인공의 광기와 나약함,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자니 마치 악보가 텍스트를 대신하고 있는 듯 했다.

돌아오는 길, 오뗄 드 빌Hotel de Ville 메트로 출구를 뛰어 올라가며 역시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노름은 정신병이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로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있었다.

2012/02/16 03:11 2012/02/16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