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동교동 살림을 접고 학생다운 거처로 옮겨온 뒤로, 남쪽으로 난 창문과 침대 머리 맡 독서등, 아침 나절 삐약삐약 아가들이 모이는 소리와 저녁 나절 풀 벌레 소리를 듣는 것 말고도 좋은 것은, 바로 일요일 아침에 배달되기 시작한 일요신문이다.
지난 주 부터 나와 같은 건물에 사는 모든 학생들의 우편함에 일요일이면 신문이 한 부 씩 놓여있다. 한 번 보고 구독 신청을 하라는 샘플링인지, 원래 제공하는 서비스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참 고마운 생각이다.
일요신문은 일반 일간지에 비해서 기사들이 실해서 좋지만, 한 부당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라 어지간한 편의점에서도 잘 들여놓지 않는다. 나는 일요일에 KTX를 타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기차 안에서 서비스 되는 것을 읽곤 했는데, 토막기사보다 한 주간의 소식을 정리하는 종합기사나 기획 기사가 많고 신문이 두껍기도 해서 마음에 들었다.
원래 신문을 좋아하거니와 공부를 위해서도 꼭꼭 챙겨읽어야 하는 매체이지만 1면부터 36면까지 다 읽고 나면 세시간도 금방 가기 때문에 매일 읽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1면부터 12면까지만 읽고 나면 영 아까워서 신문 한 부를 이틀이고 삼일이고 쥐고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일요일에 한 부를 쥐고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고 나면 제때 제대로 정리가 된 기분이라 아주 좋다.
누군가의, 혹은 여러사람들의 좋은 생각이 이렇게 좋은 효과를 내는구나, 나도 이렇게 받았으니 잘 품었다가 언젠가는 돌려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다 한다. 그래도 착하게 크고 있다.
일요 신문 한 부가 만들어 준, 참 괜찮은 일요일 오후가 고마워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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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manche matin 200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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