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해당되는 글 3건

  1. dix-neuf 2010/11/21
  2. seize 2010/11/14
  3. onze (4) 2010/05/14

dix-neuf

from Bon voyage! 2010/11/21 20:47
pique-nique
피크닉

버스 안에는 우리와 할머니 한 명, 학생 한 명 뿐이었다. 하나 둘 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섬으로 가는 다리를 건널 즈음에는 제법 굵어지는 것 같았다. 섬에 이르자 하나같이 단층에 주황색 지붕을 얹은 집들과 긴 풀이 자란 들이 보였다. 버스가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좁은 시골 길을 구불구불 돌기 시작하자 나는 조금 불안해 졌다. 당장 라로셸 시내의 작은 호텔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우리가 내린 곳은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가지였다. 작은 요트 선착장을 중심으로 상가들이 모여있었고 무슨무슨 박물관과 기념품 가게 몇 군데가 영업중이었다. 반짝반짝한 주황색 에나멜 테이블이 있는, 아주 모던하고 밝은 분위기의 불랑제리에는 남아있는 빵이 거의 없었다. 썰렁한 선착장과 골목을 기웃 거리다 갈레트를 먹고 가기로 했다. 문을 연 크레프리가 딱 한 군데있었다.
주인 아저씨가 혼자서 갈레트와 크레프를 만들고 서빙도 하던 가게 안에는 생각보다 손님이 있었다. 동생은 콩플레트를, 나는 누텔라 크레프를 주문했다. 콩플레트 위에 얹어 준 토마토 소스의 평범한 맛이 마음에 들었다.
크레프를 다 먹고 떠나기 전에 들른 화장실 벽에 언제 어느 클럽에서 이런 저런 음악 공연이 있으니 놀러 오라는 작은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나는 못가는데. 그 포스터 앞에서 나는 희미한 소외감 같은 것을 느꼈다.  
역시 오래 기다려서 탄 돌아가는 버스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버스 안은 따뜻했지만 밖에서 겪은 추위와 습기가 피로를 더했다. 버스가 구불구불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을 보자 이내 안심이 되었다. 짙은 회색 하늘과 바다를 구경 하는 동안 버스는 천천히 다리를 건너 뭍으로 돌아왔다.  

생 마르탱 드 레, 일 드 레
Saint-Martin de Ré, île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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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1 20:47 2010/11/21 20:47

seize

from Bon voyage! 2010/11/14 11:56

La ville du Grand pavois
그랑 파부아의 도시

그녀의 방 창문 너머로는 부두를 가득 메우고 있는 요트들이 보였다. 해가 저물어 주위가 고요해지고 밤 바닷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깡, 깡, 깡, 요트를 매어 놓은 쇠줄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밤이 깊어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날, 그녀의 침대 곁에서 새벽 내 그 소리를 들었다.  
날이 밝은 후 집을 향해 흐린 눈으로 걸었던 부둣길을 이번에는 반대로 쭉 걸어 갔다. 드물게 맑은 하늘에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겨울 아침이었다. 선착장을 가득 채운 크고 작은 요트들은 마치 늦잠을 자는 애기들마냥 조용 했다.

마리약 부두, 라 로셸
Quai de Marillac,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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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4 11:56 2010/11/14 11:56

onze

from Bon voyage! 2010/05/14 21:33

Breakfast, lunch, tea
아침, 점심, 차

 오페라 거리에서 몽마르트에 걸어 갈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사실 파리는 작아서 중심지에서라면 어디든 쉬이 걸어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몽마르트는 늘 어디에 붙어있었는지 가물가물 했다. 언덕위의 사크레 쾨르 성당을 바라보며 고급 종이 가게 옆으로 작은 시트로엥과 르노들이 서 있는 골목을 걸었다. 과일 젤리와 계란찜 같은 연어 파테를 구경하며 헉헉 언덕 길도 올랐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생각하던 아침을 먹을 수 없었다. 이른 아침에 점심 때 팔 당큰 케이크니 오렌지 파운드 케이크니 브레드 푸딩을 먼저 구워 내 놓고 우리가 도착 했을 때는 토마토와 시금치가 들어있는 네모난 틀에 키쉬 반죽을 붓는 중이었다.
점심과 함께 팔리기 시작하는 케이크들은 구워서 한 풀 식히는 게 더 맛있고 식감도 좋다. 키쉬와 피자들은 구워서 점심에 맞춰 내는 것이 팔기도 편하고 맛도 있다. 사람들은 때에 따라 먹을 것을 사고 상인들은 때에 맞춰 먹을 것을 만들어 내놓는다. 아침에는 프티 카페와 크로아상, 점심 무렵 부터는 푸짐한 샌드위치나 샐러드, 간식거리들을 판다. 파리는 집 밖에서 아침 일곱시에 국수를 사먹거나 한 밤 중에도 서니 사이드 에그와 베이컨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 일정한 리듬 사이의 아무 곳을 파고 든 우리는 역시 물정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달달한 브레드 푸딩과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한 숟가락 떠먹고 찡그린 동생의 얼굴과 테이블 위에 수십개의 납작한 반죽을 늘어놓고 토마토 소스를 얇게 펴바르고 있는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나는 미안함을 느꼈다. 아, 합리와 논리의 리듬으로 사는 프랑스 아니던가.  

로즈 베이커리
Rose Bak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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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4 21:33 2010/05/14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