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theque'에 해당되는 글 2건

  1. vight cinq 2011/11/27
  2. dix-sept (1) 2010/11/14

vight cinq

from Bon voyage! 2011/11/27 06:02
médiathèque
메디아떼끄

체크아웃을 하고 남은 시간을 메디아떼끄에서 보냈다. 동생은 게임기를 가지고 놀고, 나는 잡지와 요리책들을 뒤적였다. 그때 봤던 '프랑스 요리와 와인 Cuisine et Vin de France'에는 꿀 특집 기사가 실렸었다.
라 로셸에서 살기 시작한 지 반년이 넘도록 나는 학교 도서관과 앞 뒤로 붙어있는 메디아떼끄에 들어가 볼 생각을 못 했었다. 외국 생활을 해도, 나는 이것저것 적극적으로 찾아 볼 생각을 않는 애였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만사 무심했다.
한 학기 뒤에 라로셸에 온 그녀 덕분에 처음 메디아떼끄 문턱을 넘은 이후로 나는 금새 메디아떼끄의 출석대장이 되었다. 여기서 푸투마요 프레젠트 Putumayo Present를 발견했고 친구들의 비웃음에도 불구, 어느날 갑자기 오페라 팬이 되었다. 천금이 생긴다면, 이런 멀티미디어 도서관을 짓고 싶다고 생각했다.      

메디아떼끄, 라 로셸
médiathèque, La Rochelle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1/11/27 06:02 2011/11/27 06:02

dix-sept

from Bon voyage! 2010/11/14 11:58

salade ii
샐러드 ii

어느날 학교 앞에서 그녀와 그를 만났다. 나는 점심을 먹으러 집에 가는 길이었고 두 사람은 내가 사는 집 근처 빵집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무엇을 먹었느냐 물었더니 샐러드를 먹었다고 했다. 연어와 아보카도와 토마토가 가득 들어있는 엄청나게 푸짐한 샐러드였다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손을 흔들며 배부른 시늉을 해 보였다. 나는 그 샐러드가 궁금했다. 하지만 금방 잊어버렸다. 일주일에 세번은 그 집에서 빵을 사면서도 샐러드를 살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 해가 다 갔다.  
잘 다니던 산책로가 공사중이었던 탓에 방향을 틀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생각보다 오래 걸었다. 우리는 지쳤고 나는 그 샐러드를 떠올렸다. 가게에 들어가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메뉴판을 열심히 읽고 샐러드를 골랐더니 작은 바게트 빵을 두개나 챙겨주었다. 플라스틱 샐러드 보울도 무척 깊었다. 온 그릇을 뒤덮고 있는 연어도, 수북한 아보카도도 범상치는 않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건 레몬이었다. 슬라이스가 아니라 반개가 통째로 들어있었다.
동생에게는 원하는 빅 맥을 사주고 메디아떼끄 앞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드레싱 없이 레몬즙만 가지고 먹는 샐러드는 시금새곰 했지만 향이 좋았다. 신선함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샐러드 보울을 비우는 데는 실패했다.
그곳에는 더 이상 그도 없고 그녀도 없고, 어리고 순진했던 우리에게 더 할 나위 없이 상냥했던 그 시절도 없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불랑즈리는 그와 그녀가 먹었고 내가 들은 그 샐러드를 팔고 있었다.
우습게도 그런 것들에서 위안을 얻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미셸 크레포 아비뉴, 라 로셸
Avenue Michel Crépeau, La Rochelle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0/11/14 11:58 2010/11/14 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