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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ix-neuf 2010/11/21
  2. dix-huit (1) 2010/11/21

dix-neuf

from Bon voyage! 2010/11/21 20:47
pique-nique
피크닉

버스 안에는 우리와 할머니 한 명, 학생 한 명 뿐이었다. 하나 둘 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섬으로 가는 다리를 건널 즈음에는 제법 굵어지는 것 같았다. 섬에 이르자 하나같이 단층에 주황색 지붕을 얹은 집들과 긴 풀이 자란 들이 보였다. 버스가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좁은 시골 길을 구불구불 돌기 시작하자 나는 조금 불안해 졌다. 당장 라로셸 시내의 작은 호텔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우리가 내린 곳은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가지였다. 작은 요트 선착장을 중심으로 상가들이 모여있었고 무슨무슨 박물관과 기념품 가게 몇 군데가 영업중이었다. 반짝반짝한 주황색 에나멜 테이블이 있는, 아주 모던하고 밝은 분위기의 불랑제리에는 남아있는 빵이 거의 없었다. 썰렁한 선착장과 골목을 기웃 거리다 갈레트를 먹고 가기로 했다. 문을 연 크레프리가 딱 한 군데있었다.
주인 아저씨가 혼자서 갈레트와 크레프를 만들고 서빙도 하던 가게 안에는 생각보다 손님이 있었다. 동생은 콩플레트를, 나는 누텔라 크레프를 주문했다. 콩플레트 위에 얹어 준 토마토 소스의 평범한 맛이 마음에 들었다.
크레프를 다 먹고 떠나기 전에 들른 화장실 벽에 언제 어느 클럽에서 이런 저런 음악 공연이 있으니 놀러 오라는 작은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나는 못가는데. 그 포스터 앞에서 나는 희미한 소외감 같은 것을 느꼈다.  
역시 오래 기다려서 탄 돌아가는 버스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버스 안은 따뜻했지만 밖에서 겪은 추위와 습기가 피로를 더했다. 버스가 구불구불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을 보자 이내 안심이 되었다. 짙은 회색 하늘과 바다를 구경 하는 동안 버스는 천천히 다리를 건너 뭍으로 돌아왔다.  

생 마르탱 드 레, 일 드 레
Saint-Martin de Ré, île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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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1 20:47 2010/11/21 20:47

dix-huit

from Bon voyage! 2010/11/21 20:44

café de la paix
평화다방

겨울에는 배가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배멀미를 하는 편이라 꼭 배를 타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배를 타고 가다 보면 옛날 '보야르 원정대'에 나온 보야르 요새를 볼 수 있고, 그것을 동생에게 보여주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쉬웠다. 바다 위에 작은 케이크처럼 떠 있던 그 요새.
우리는 일 드 레 에 가기로 했다. 한 겨울에 일 드 레 라니,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봄에도 여름에도 일 드 레에 가지 않았던 것을 내내 후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플라스 드 베르덩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카페 드 라 페 cafe de la paix 에서 차를 마셨다. 차에 일각연이 있는 '살롱 드 떼 salon de thé'가 아니고서는 일반적인 프랑스 카페의 티 서브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것이 뜨거운 물을 찻주전자에 따로 담아다 가져다 주는 것이다. 잎이든 티 백이든 이미 홍차를 우리기에는 너무 낮아진 온도 때문에 차 맛이 밍밍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그 방식을 고수하는 카페나 파티스리들이 꽤 많다. 심지어는 서울에 들어온 '폴' 에서도 같은 이유로 밍밍한 바닐라 향 차를 마신 적이 있다.
버스는 제 시간에 오지 않았고 우리는 차를 마시고 나와서도 정류장 벤치에 앉아 한 동안을 기다렸다. 더 있다 나올 걸. 찻잔에서 또 한 풀 식어버리는 밍밍한 차 대신 프티 카페를 시켜야지.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를 기다렸던 것 같다.    


카페 드 라 페, 라 로셸
café de la paix,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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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1 20:44 2010/11/21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