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토 샤랑트'에 해당되는 글 3건

  1. vignt et un 2010/12/11
  2. vingt (1) 2010/11/21
  3. dix-neuf 2010/11/21

vignt et un

from Bon voyage! 2010/12/11 20:45

les petites emplet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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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날 저녁, 사고 싶은 물건이 몇가지 있어 간단한 쇼핑에 나섰다.

먼저 피노 데 샤랑트 Pineau des charentes.
나는 어떤 종류의 모임에서나 훌륭한 호스티스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친구를 둘 알고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인 니 Ni 가 마련한 모임에서 처음 피노 데 샤랑트를 맛보았다. 작은 유리잔에 1센티 쯤 되는 높이로 채워 준 피노를 마신 나는 그날의 메뉴였던 꼬꼬뜨가 완성되는 동안 니의 침대에 드러누워 단 잠을 잤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피노 데 샤랑트는 부르고뉴 피노 누아나 블랑같은 일반 와인이 아니라, 발효 중인 와인에 코냑 같은 브랜디를 섞어 만든 주정 강화 와인이다. 일반 와인(12.5%)보다 알콜도수가 높지만(16%~22%) 포도의 당분을 완전히 발효시키지 않아 꽤 달다. 때문에 알콜 분해능력은 없지만 소주를 포함해서 모든 종류의 단 맛이 나는 술에 별 거부반응이 없는 나는 피노 데 샤랑트를 쪽쪽 빨아 마시고는 입맛을 다시며 친구의 침대 위에서 잠이 들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라 로셸에 살 때 보아 둔 적이 있는 시내의 부띠끄에서 작은 피노를 두 병 샀다. 로제와 블랑. 가게가 이사준비를 하는 모양으로 좀 정신이 없었지만 여주인은 몇가지 피노를 보여주고 설명도 해주었다.

다음은 소금 버터 카라멜 Caramel au beurre salé.
나는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카라멜을 마음 속으로 선정해두었는데, 라 로셸에서 그 두 가지 모두를 맛볼 수 있다. 소금 버터 카라멜은 프랑스에서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파리를 중심으로 보면 낙농업으로 널리 알려진 브르타뉴 산이 가장 유명하다.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푸아토 샤랑트 지역에서 특산품으로 만들어 파는 카라멜은 좀 더 풍미가 진한데 천일염으로 유명한 일 드 레의 소금과 푸아토 샤랑트 지역에서 나는 버터, 그리고 피노 데 샤랑트로 향을 더해 만든다고 한다. 시내에서 새로 발견한 푸아토 샤랑트 특산물 가게에서 작은 직육면체로 낱개 포장되어있는 카라멜 한 팩과 원통 모양에 나무 막대를 꽂아 만든 카라멜 캔디를 한 봉지 샀다. 가격은 좀 비싼 편이었지만 입안에서 녹는 느낌과 맛이 무척 부드럽고 진한데다 다 녹여 먹으면 맨 끝에 아주 작은 꽃소금 조각이 입안에 까끌까끌하게 남아 짭짤한 맛을 남기고 없어지는게 재미있었다.

사고 싶었던 기념품들을 모두 무사히 구한 우리는 마지막으로 슈퍼마켓에서 먹을 거리를 몇 가지 산 다음 슈퍼마켓 맞은 편 테이크아웃 차이니즈에 들렀다. 소스에 볶은 고기나 볶음밥, 춘권 같은 흔한 중국음식을 포장해 팔고 있었는데 가게 이름은 '야마토'였다. 남매나 부부로 보이는 젊은 중국 남녀가 가게를 보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인이냐며 희미하게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사실 나는 라 로셸까지 와서 가게를 얻고 장사를 하게 된 그들의 사연이 무척 궁금했다. 

방에 돌아와 사온 음식을 먹으며 사온 피노 중에 로제를 마셨다. 피노는 달고 내 기억보다 알콜냄새가 진해 한 모금 맛을 보자 마자 '주정 강화'라는 배운 단어가 떠올랐다. 야마토에서 산 음식은 예상대로 맛이 없어 난 금세 과자를 꺼내 먹기 시작했지만 동생은 사온 몫을 다 먹고 남은 피노도 남김 없이 모두 마셨다. 종일 어두웠던 하늘은 이미 저물어 밤이었고 간간이 빗소리가 들렸다. 튈르리 공원과 우아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오래된 영화를 보며 조금 울적한 마음으로 남은 저녁을 마저 보냈다.

뵈를레이 갈레트, 라로셸
Les galette de Beurlay,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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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1 20:45 2010/12/11 20:45

vingt

from Bon voyage! 2010/11/21 20:48
Tourteau fromagé
둥근 치즈 빵

애타게 찾아헤매던 추억의 과자가 있었다. 르플레 드 프랑스 Reflet de France 에서 나온 뤼네뜨 드 로망 Lunettes de Romans이라는 과자. 타원형 사블레 위에 과일잼을 바르고 똑같은 모양에 동그란 구멍 두개가 나란히 뚫린 사블레를 겹친 샌드인데, 이름은 안경이라는 뜻의 '뤼네뜨'지만 막상 보면 돼지코가 생각나는 단순하고 귀여운 과자다. 딸기 잼, 블루베리 잼, 살구 잼 타입이 있고 크고 두꺼운 사블레를 두장 겹쳐 놓았기 때문에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어느 곳에서도 뤼네뜨 드 로망을 못 찾아 낙심하고 있던 차에 예전에 이 과자를 산 적이 있는 슈퍼에 갔더니 여전히 팔고 있었다. 딸기 맛과 살구 맛 중에 딸기 맛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어 과일 주스를 사러 냉장고 쪽에 갔다 투르토 프로마제 Tourteau fromagé 를 발견하고 바로 장바구니에 넣었다. 푸아토 샤랑트에 와서 이 둥근 치즈 빵을  잊고 갈 수는 없다. 투르토 프로마제는 다른 지방에서는 팔지 않고 파리에서도 한 두 군데에서만 일부러 만들어 파는 푸아토 지방의 특산물이다. 속은 아주 촉촉하게 잘 구운 치즈빵인데 260도에서 확 태운 표면이 정말 새까맣기 때문에 빵봉투를 열고 실물을 대할때마다 좀 놀란다. 옛날부터 푸아토 지방에서 주로 결혼식이 있으면 둥근 그릇을 틀 삼아 굽던 염소 치즈 빵이라는데 한 번 겉을 홀랑 태워놓고 보니 속이 아주 촉촉하고 맛있어 그때부터 이렇게 구워왔다고 한다. 봉투에 오렌지 주스가 그려져 있고 뒷면에도 과일 주스와 먹으면 영양 균형이 잘 맞는다고 쓰여 있어서 인지 오렌지 주스와 먹으면 맛이 있다.  

라 로셸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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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1 20:48 2010/11/21 20:48

dix-neuf

from Bon voyage! 2010/11/21 20:47
pique-nique
피크닉

버스 안에는 우리와 할머니 한 명, 학생 한 명 뿐이었다. 하나 둘 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섬으로 가는 다리를 건널 즈음에는 제법 굵어지는 것 같았다. 섬에 이르자 하나같이 단층에 주황색 지붕을 얹은 집들과 긴 풀이 자란 들이 보였다. 버스가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좁은 시골 길을 구불구불 돌기 시작하자 나는 조금 불안해 졌다. 당장 라로셸 시내의 작은 호텔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우리가 내린 곳은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가지였다. 작은 요트 선착장을 중심으로 상가들이 모여있었고 무슨무슨 박물관과 기념품 가게 몇 군데가 영업중이었다. 반짝반짝한 주황색 에나멜 테이블이 있는, 아주 모던하고 밝은 분위기의 불랑제리에는 남아있는 빵이 거의 없었다. 썰렁한 선착장과 골목을 기웃 거리다 갈레트를 먹고 가기로 했다. 문을 연 크레프리가 딱 한 군데있었다.
주인 아저씨가 혼자서 갈레트와 크레프를 만들고 서빙도 하던 가게 안에는 생각보다 손님이 있었다. 동생은 콩플레트를, 나는 누텔라 크레프를 주문했다. 콩플레트 위에 얹어 준 토마토 소스의 평범한 맛이 마음에 들었다.
크레프를 다 먹고 떠나기 전에 들른 화장실 벽에 언제 어느 클럽에서 이런 저런 음악 공연이 있으니 놀러 오라는 작은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나는 못가는데. 그 포스터 앞에서 나는 희미한 소외감 같은 것을 느꼈다.  
역시 오래 기다려서 탄 돌아가는 버스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버스 안은 따뜻했지만 밖에서 겪은 추위와 습기가 피로를 더했다. 버스가 구불구불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을 보자 이내 안심이 되었다. 짙은 회색 하늘과 바다를 구경 하는 동안 버스는 천천히 다리를 건너 뭍으로 돌아왔다.  

생 마르탱 드 레, 일 드 레
Saint-Martin de Ré, île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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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1 20:47 2010/11/21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