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 petites emplet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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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날 저녁, 사고 싶은 물건이 몇가지 있어 간단한 쇼핑에 나섰다.
먼저 피노 데 샤랑트 Pineau des charentes.
나는 어떤 종류의 모임에서나 훌륭한 호스티스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친구를 둘 알고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인 니 Ni 가 마련한 모임에서 처음 피노 데 샤랑트를 맛보았다. 작은 유리잔에 1센티 쯤 되는 높이로 채워 준 피노를 마신 나는 그날의 메뉴였던 꼬꼬뜨가 완성되는 동안 니의 침대에 드러누워 단 잠을 잤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피노 데 샤랑트는 부르고뉴 피노 누아나 블랑같은 일반 와인이 아니라, 발효 중인 와인에 코냑 같은 브랜디를 섞어 만든 주정 강화 와인이다. 일반 와인(12.5%)보다 알콜도수가 높지만(16%~22%) 포도의 당분을 완전히 발효시키지 않아 꽤 달다. 때문에 알콜 분해능력은 없지만 소주를 포함해서 모든 종류의 단 맛이 나는 술에 별 거부반응이 없는 나는 피노 데 샤랑트를 쪽쪽 빨아 마시고는 입맛을 다시며 친구의 침대 위에서 잠이 들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라 로셸에 살 때 보아 둔 적이 있는 시내의 부띠끄에서 작은 피노를 두 병 샀다. 로제와 블랑. 가게가 이사준비를 하는 모양으로 좀 정신이 없었지만 여주인은 몇가지 피노를 보여주고 설명도 해주었다.
다음은 소금 버터 카라멜 Caramel au beurre salé.
나는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카라멜을 마음 속으로 선정해두었는데, 라 로셸에서 그 두 가지 모두를 맛볼 수 있다. 소금 버터 카라멜은 프랑스에서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파리를 중심으로 보면 낙농업으로 널리 알려진 브르타뉴 산이 가장 유명하다.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푸아토 샤랑트 지역에서 특산품으로 만들어 파는 카라멜은 좀 더 풍미가 진한데 천일염으로 유명한 일 드 레의 소금과 푸아토 샤랑트 지역에서 나는 버터, 그리고 피노 데 샤랑트로 향을 더해 만든다고 한다. 시내에서 새로 발견한 푸아토 샤랑트 특산물 가게에서 작은 직육면체로 낱개 포장되어있는 카라멜 한 팩과 원통 모양에 나무 막대를 꽂아 만든 카라멜 캔디를 한 봉지 샀다. 가격은 좀 비싼 편이었지만 입안에서 녹는 느낌과 맛이 무척 부드럽고 진한데다 다 녹여 먹으면 맨 끝에 아주 작은 꽃소금 조각이 입안에 까끌까끌하게 남아 짭짤한 맛을 남기고 없어지는게 재미있었다.
사고 싶었던 기념품들을 모두 무사히 구한 우리는 마지막으로 슈퍼마켓에서 먹을 거리를 몇 가지 산 다음 슈퍼마켓 맞은 편 테이크아웃 차이니즈에 들렀다. 소스에 볶은 고기나 볶음밥, 춘권 같은 흔한 중국음식을 포장해 팔고 있었는데 가게 이름은 '야마토'였다. 남매나 부부로 보이는 젊은 중국 남녀가 가게를 보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인이냐며 희미하게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사실 나는 라 로셸까지 와서 가게를 얻고 장사를 하게 된 그들의 사연이 무척 궁금했다.
방에 돌아와 사온 음식을 먹으며 사온 피노 중에 로제를 마셨다. 피노는 달고 내 기억보다 알콜냄새가 진해 한 모금 맛을 보자 마자 '주정 강화'라는 배운 단어가 떠올랐다. 야마토에서 산 음식은 예상대로 맛이 없어 난 금세 과자를 꺼내 먹기 시작했지만 동생은 사온 몫을 다 먹고 남은 피노도 남김 없이 모두 마셨다. 종일 어두웠던 하늘은 이미 저물어 밤이었고 간간이 빗소리가 들렸다. 튈르리 공원과 우아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오래된 영화를 보며 조금 울적한 마음으로 남은 저녁을 마저 보냈다.
뵈를레이 갈레트, 라로셸
Les galette de Beurlay,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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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gnt et un 201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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