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ra garnier'에 해당되는 글 2건

  1. ORPHÉE ET EURYDICE (2) 2012/02/16
  2. La Cenerentola (2) 2011/12/06

ORPHÉE ET EURYDICE
/CHRISTOPH W. GLUCK
*OP
ÉRA DANSÉ DE PINA BAUSCH
OPÉRA GARNIER
le 12 fev 201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요일 오후 두시 반의 오페라 가르니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두시간쯤 걸려 대 브런치를 먹고서 가볍게 치장하고 면바지에 얇은 스웨터에 세미 정장 재킷을 입은 남편 손을 잡고 가르니에에 걸어오면 그 기분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다. (내가 그랬다는게 아니고...)

이번 시즌에 본 공연 중에 가장 아름다운 무대였다. 다시 태어나면 몸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이 날의 댄서들은 마치 나와 다른 종처럼 보였다. 고도로 다듬어지고 훈련된 인간의 육체는 보석보다 아름답다. 게다가 그 움직임이란!

슬프고 강렬한 1막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아름답지 않고 환상적이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보고 돌아오자마자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표를 알아봤는데 남아있을 리 만무했다.

오페라와 춤이 결합된 형태의 공연이었기 때문에 오르페와 에우리디스를 연기하는 댄서와 가수가 각각 이었는데, 에우리디스를 노래하는 가수가 한국인이었다. 오르페에 조금 밀리는 듯 해도 소리가 곱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방가르드하면서도 아름답고 내용까지 좋은 무대의 일원으로 서 있는 모습이 근사해 보였다.

이날 객석에는 마치 마레지구의 레스토랑이나 카페 사진에서 그대로 오려 온 듯한 남남 커플들이 많았다. 그들은 분명히 늦잠을 자고 일어나 파트너와 함께 근사한 점심식사를 하고 달콤한 기분으로 가르니에에 도착해 이렇게 아름다운 눈요기를 하고 있는거겠지. 생각하니 부러움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급기야는 내 마음속에 눈 사람을 만들었다.  



 

2012/02/16 03:43 2012/02/16 03:43

La Cenerentola

from Carnet de spectacle 2011/12/06 10:07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 체네렌톨라 / 로시니
La Cenerentola / Rossini
le 1 Dec 2011
Opera Garnier


파리에 오자마자 오페라 나시오날 Opera National 홈페이지를 주구장창 드나들었는데도 생각보다 오페라나 발레 티켓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프로그램도 훨씬 많고 티켓 가격대도 다양했지만 그만큼 찾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걸려있는 작품들은 이미 티켓이 없고 앞으로 걸릴 작품들은 예약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놓친 발레 라 수르스 La Source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깝다.  

그나마 인터넷 예매에서도 번호표 나눠주고 줄서는 식인 예약 시스템 덕에 빈약한 내 인터넷 라인으로도 예매는 가능했지만, 예매시간에 수업듣고 나왔더니 이미 인터넷 티켓은 전부 동이 난 상태. 절망해 있던 차에 극장 매표는 다음날부터라는 정보를 뒤늦게 접하고 다음다음날 오페라 가르니에로 쫓아갔다. 그리고 파리 마담들이랑 착실한 청년들 사이에 끼어 삼십분쯤 줄을 서서 표를 샀다. 야호!

가르니에는 오래된 극장이라 밤에 조명 켜놓은 외관만도 환상적이지만, 내부도 환상적이다. 나는 유럽의 건축물이나 예술품에 좀 둔한 편인데도 시공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이란 이런 건가 싶을 때가 있다. 게다가 또 한 번 분위기를 비트는 샤갈의 천장화. 타임머신, 뫼비우스의 띠, 시대착오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게 하는, 마치 어느 지점에서 시공이 뒤틀린듯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극장이었다. 솔직히 음향은 새로 지어진 공연장들에 비해 좋다고 할 수 없지만 그 분위기는 경험해볼만 하다.

'라 체네렌톨라 La Cenerentola'는 로시니의 작품인데, 나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버전만 아는 상태였다. 메트로폴리탄은 뭐랄까, 마치 디즈니 신데렐라를 연상시는 연출을 보여주었는데, 그래서 이번 라 체네렌톨라는 아주 색다른 느낌이었다. 의상이나 무대 모두 완연한 프랑스풍으로, 미국버전과는 아주 달랐다. 똑같은 신데렐라 이야기를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와 미국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두권의 그림책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미국풍과 프랑스풍은 이렇게 다르구나, 그 다름이 새삼스러웠다.
 
청중에게 쉽고 친숙한 오페라들은 많지만, 가수에게 쉬운 오페라는 아마도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스운 연기까지 해가며 그 어려운 곡들을 너무 쉽게 소화하는 가수들을 보며 그 노련함에, 그 노련미에 감탄했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아름다움이 있지만 나는 '노련미'에 아주아주 약하다. 말그대로 훅, 하는 순간에 반한다. 너무너무 어려운 곡을 아주 편안한 얼굴로 심지어 웃어가며 연주하는 연주자interpreter나, 그냥 듣기도 벅찬 강연을 휘파람불듯 다른 언어로 따라가는 인터프리터 앞을 나는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오랜만에 오페라를 봐서 그랬는지, 인간의 번뇌대신 마음씨 착한 아가씨가 시집도 잘가는 좋은게 좋은 이야기 앞이라서 였는지, 그날은 오페라 자체보다도 그런 부분이 더 내 마음을 흔들었다.

인터미션 내내 좁은 발코니 박스에 그냥 앉아있기 답답해 홀에 나갔다가 샴페인을 한잔 마셨다. 샤를 에이지엑Charles Heisieck 매그넘을 보는 순간 너무너무 목이 말랐다. 런던 로열 오페라는 아예 티켓 예약때 샴페인 예약을 함께 할 수도 있는데 나는 그 서비스가 참 좋다. 스놉이라 비난해도 좋다. 나는 오페라좌의 샴페인은 빵 위의 버터, 하얀 쇼트케이크 위의 딸기라고 생각한다. 황금 빛으로 반짝이는 샹들리에 아래서 마시는 샴페인 만큼 아름다운 감흥을 줄 수 있는 건, 발코니에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트 차림의 연인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2011/12/06 10:07 2011/12/06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