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에세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 1/4 - Spring : Midnight dishes (4) 2014/08/1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정의 접시 닦기


유학 시절 끌어모은 오만가지 살림을 모두 끄집고 귀국하면서, 내게는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서울에 거처가 마련되면 큰 식탁을 장만해서 친한 친구들을 초대하자. 서로 잘 알고 함께 보낸 시간이 충분하며 음식을 한 가지쯤 망치고 화이트 잔에 레드를 따라 대접해도 괘념치 않을 아주 좋은 친구들만. 한 달에 한 번은 무리. 그렇다고 일년에 한 두 번은 드물다. 그러니까 한 분기에 한 번, 한 계절에 한 번으로 하자. 이상적인 멤버는 여섯 명. 물론 나는 친구가 많지 않으니 절친들을 모두 끌어모아도 육인용 테이블을 채울 수 없다. 그러나 다행히 내 몇 안되는 절친들은 대인관계가 원만해 좋은 친구들이 많고 그 중에 몇몇은 나와도 반기는 사이이니 손님 구성은 문제없다. 적어도 1년은.

그렇게 시작한 첫번째 손님 초대였다. 확장 6인용, 최대 8인까지 소화할 수 있는 나의 자랑스러운 익스텐션 테이블은 안타깝게도 의자가 준비 되기 전이라 사용할 수 없었다. 커다란 식탁을 옆에 두고 앉은뱅이 테이블에 앉아 와인을 마시면서도 유쾌한 나의 손님들은 별 불만이 없었다. 주빈으로 정한 커플이 공식적으로 임신을 발표했고 섭섭했던 지난 일에 대한 짧은 성토대회와 '너네는 언제?'를 주제로 다른 유부클럽 멤버들의 자녀계획에 관한 브리핑이 있었다.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기억을 위해 덧붙이자면, 저마다 발리에서 온 쿠키, 모리셔스의 바닐라 티, 와인과 엄청나게 큰 휴지까지 들고 찾아와 준 점잖은 손님들이었다.

전체적으로 완전히 망한 품목은 없지만 수정해야 할 흠들이 여럿 있었다. 양파스프는 맛이 기대 했던 것 보다 좋았지만 오븐 그릴 밑에 너무 오래 두는 바람에 그뤼에르의 색깔이 많이 진해졌다. 프랑스에서는 흔히 보는 정도였지만 탄 음식에 거부감이 있는 한국 친구들에게 대접할때는 색깔을 덜 내는 게 좋아보인다. 연어 시금치 키쉬는 맛도 굽기도 마음에 들었다.

프리카세 드 볼라이는 만들면서 애를 좀 먹었지만 진한 닭 육수맛에 대호평을 받았다. 다만 서빙할때 접시에 소스를 전부 부은 것이 옥의 티. 고기위에 적당히 끼얹어주고 소스 보트에 따로 서빙했으면 훨씬 보기 좋았을텐데. 풍성하게 준비한 그린 샐러드는 녹색과 방울토마토의 빨강이 대비되어 예뻤다.

전식과 본식이 손이 많이 가는 종류들이라 디저트는 간단하게 초콜릿 퐁듀를 준비했는데 반응은 가장 뜨거웠다. 역시 딸기와 초콜릿은 어딜 가나 사랑받는 조합. 다만 초콜릿을 그냥 퐁듀그릇에 편안히 녹이면 되었을 것을 미리 중탕하면서 바닥 온도가 너무 올라가 초콜릿이 눌어 붙는 바람에 나중에는 초콜릿을 긁어먹어야 했다. 망고와 딸기를 좀 더 내고, 페퍼민트 티로 마무리 했다.  

이윽고 떠들썩했던 저녁식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친구들을 배웅하니 자정이 되었다. Fip을 들으며 접시들을 정리했다. 



2014. 3. 15
Menu Printemps

양파 스프/ 연어 시금치 키쉬
프리카세 드 볼라이 / 쌀밥 / 그린샐러드
밀크 초콜릿 & 과일 퐁듀

Guests
JM Lee & JYR Yoon
BM Kim
HS Ham
MH Ryoo

MERCI.
2014/08/12 22:32 2014/08/12 2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