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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 카우치 포테이토의 연말 영화 2017/12/29
러브 미 이프 유 대어 (Jeux d'enfants)
/Yann Samuell
자유로운 상상력. 리얼리티와 공상의 거침없는 혼합. 서로 사정없이 놀리고 이죽거리고 미워하고 화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쪽도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 둘 만의 룰.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누구도 판을 깨고 나가버리지 않는, 콘크리트 더미에 빠져 죽어도 좋은 절대적 로맨스. 그런 사랑을 그릴 수 있는 자유, 과감함, 정열, 상상력.

이터너티 (Etérnité)
/Tran Anh Hung
프렌치 부르주아 판타지를 유감없이 펼쳐낸 패션 필름. 어지간히 예쁨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마저도 영원처럼 느껴지는 권태로운 예쁨의 연속. 그러나 참 좋았던 엔딩.

오리엔트 특급 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Kenneth Branagh
트릭의 정교함이나 자극의 강도보다도 중요한건 아가사 크리스티 특유의 무드와 미술, 캐릭터의 매력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기대를 만족시켜주지는 못했으나 오래 기다렸던 작품을 보는 즐거움은 있었다. 좀 더 정교하고 좀 더 강박적인 미감을 느낄 수 있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노골적인 고디바 홍보는 고급스럽지 못하고 조금 우스웠다. 좋은 배우들의 매력을 살려내지 못한 것도 아쉽다. 그러나 속편이 나온다면 또 보겠다.

여자의 일생 (Une vie)
/Stephane Brize
몹시 조용하고, 사실주의적 묘사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플로베르에서 모파상으로 이어지는 사실주의의 전통을 이해하기에 나올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재미는 없지만 상업성이 아닌, 명작의 영화적 재해석이라는 가치있는 목표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며 주인공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참으로 냉정하다고 생각했다. 냉정을 넘어서, 주인공의 미련함을, 여자의 바보스러움을 묵묵히 바라보면서도 왠지 비웃는 듯한 그 시선이 연출의 것인지, 모파상의 것인지 모르겠다. 모파상을 읽어 볼 때가 되었나보다.  
 

 
2017/12/29 20:53 2017/12/29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