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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월의 책읽기 - 네번째] 어린 친구들을 위한 이야기 둘 2008/04/05

마무리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책들에 관한 이야기로 해 볼까 한다.

어릴때부터 동화책을 아주 좋아했는데 - 물론 나도 어린이였으니까! -
다 크고 나서도 동화책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고등학교때는 진지한 마음으로 열심히 동화책을 모으기도 했다.
당시 (중학교때부터 나의 오른팔이었던) 나방팔크로부터 선물받은 다섯살용 동화책을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즐거운 마음으로 읽는다.  

나의 비밀노트, 스위트벨리 쌍둥이 시리즈 같은 소녀문고나,
the worst witch 시리즈, 꼬마 니꼴라 같은 아동 문고 시리즈도 아주아주 좋아해서
옛날 '지경사'에서 나온 번역본이며, 영어, 불어 원서들을 제각각 몇 권 가지고 있다.
만약에 아이가 생긴다면 물려주고 싶은데, 그러자면 영어랑 불어까지 가르쳐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이다.


1

자전거 못 타는 아이 - 라울 따뷔랭
-장 자끄 상뻬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쌍뻬의 책.
꼬마니꼴라에 담겨있는 아이들 세계의 심오함(!)도 그렇지만,
사실 상뻬의 유머와 빛나는 기지는 어른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게다가 프랑스 스케치, 빠리 스케치 같은 화집이며, '속 깊은 이성친구' 같은 작품에서 보여주는 운치는
상뻬의 예술적 감수성과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자전거 못타는 아이 - 라울 따뷔랭'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 - 마르슬랭 까이유'와 같은 선상의 작품인데,
읽는 동안 몇번이나 웃음이 터져서 스스로 놀랐다.
상뻬의 그 단순해 보이는 그림체 속에서 어느 순간 빛나는 진지한 유머는
읽는 사람을 참 유쾌하게 만든다.

아주 어린아이들 보다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에게 권할만 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참 혼자서 머리가 복잡할 시기의 아이들에게 '좋은 감수성'을 심어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하는 게임이며, 만화책, 드라마(...) 등을 완전히 차단시켜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정작 그런 매체들에 사로잡혀 어린나이에 아름다운 그림책도 즐길 줄 모르는 아이가 되어버리는건
너무 아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2

Charlotte's Web
- E. B. White

'샬롯의 거미줄'을 마지막으로 영국에서 사온 페이퍼백들을 모두 뗐다.
다들 쉬운책들 뿐이었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
(물론 안 읽고 내팽겨쳐뒀기 때문이지만...)

나를 완전히 감동의 도가니탕으로 몰아넣었던 '샬롯의 거미줄'
이 유명한 작품을 이제야 읽었느냐고 타박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난, 정말 아름다운 아동문학 작품이었다.
(언젠가 생길지도 모를) 내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작품 넘버 원.

평화로운 시골 농가를 배경으로 독특한 캐릭터의 동물들이 꾸미는 이야기라는
설정만으로도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마구마구 도움이 될 것같은 느낌이 든다.
솔직히, 애들까지 갈 것 도 없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정서가 순화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얼마나 이 이야기의 아름다움을 그려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마음 약한 돼지 윌버와 지혜로운 거미 샬롯, 얄미운 생쥐 템플레톤, 귀여운 거위들, 나이 든 양들이 함께 사는
외양간의 풍경은 상상만 해도 따사롭고 행복한 느낌이다.  

특히, 'Brilliant, Beautiful, Loyal' 세단어로 말할 수 있는 거미 샬롯은
아이들 뿐 만 아니라 내게도 좋은 롤 모델이었다.
첫 인상은 냉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어른스럽고 지혜로울 뿐 만 아니라, 사려깊고 마음 따뜻한 이 거미 때문에
앞으로는 집안에서 거미를 봐도 쉬이 없애기 힘들 것 같다. (아, 단순한 인간)

이 이야기의 장점을 꼽자면, 딱히 좋고 나쁜으로 나뉘지 않는, 다양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동물들의 각기 다른 성격을 이해해나가는 과정에서 여러가지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성품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E. B. White는 '스튜어트 리틀'의 작가로도 이미 유명한 바 있다.
원래 스튜어트리틀도 무진장 좋아했는데, 아무래도 White가 나랑 궁합이 잘 맞는 모양이다.
좀 벗어난 이야기지만,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 좋아했던 남자에게 '스튜어트 리틀 2'를
보러 가자고 했다가 냉정한 반응 - '그건 애들 영화잖아' 라는 - 에 깊이 상처받았던 적도 있다.  

어쨌든, 당장 조카나, 주변의 어린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영화도 꼭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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