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PHÉE ET EURYDICE
/CHRISTOPH W. GLUCK
*OP
ÉRA DANSÉ DE PINA BAUSCH
OPÉRA GARNIER
le 12 fev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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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두시 반의 오페라 가르니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두시간쯤 걸려 대 브런치를 먹고서 가볍게 치장하고 면바지에 얇은 스웨터에 세미 정장 재킷을 입은 남편 손을 잡고 가르니에에 걸어오면 그 기분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다. (내가 그랬다는게 아니고...)

이번 시즌에 본 공연 중에 가장 아름다운 무대였다. 다시 태어나면 몸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이 날의 댄서들은 마치 나와 다른 종처럼 보였다. 고도로 다듬어지고 훈련된 인간의 육체는 보석보다 아름답다. 게다가 그 움직임이란!

슬프고 강렬한 1막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아름답지 않고 환상적이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보고 돌아오자마자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표를 알아봤는데 남아있을 리 만무했다.

오페라와 춤이 결합된 형태의 공연이었기 때문에 오르페와 에우리디스를 연기하는 댄서와 가수가 각각 이었는데, 에우리디스를 노래하는 가수가 한국인이었다. 오르페에 조금 밀리는 듯 해도 소리가 곱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방가르드하면서도 아름답고 내용까지 좋은 무대의 일원으로 서 있는 모습이 근사해 보였다.

이날 객석에는 마치 마레지구의 레스토랑이나 카페 사진에서 그대로 오려 온 듯한 남남 커플들이 많았다. 그들은 분명히 늦잠을 자고 일어나 파트너와 함께 근사한 점심식사를 하고 달콤한 기분으로 가르니에에 도착해 이렇게 아름다운 눈요기를 하고 있는거겠지. 생각하니 부러움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급기야는 내 마음속에 눈 사람을 만들었다.  



 

2012/02/16 03:43 2012/02/16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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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2/02/29 02: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miel 2012/04/09 03:17  address  modify / delete

      아 포스터 정말 잘 뽑았지. 그러나 이 공연은 정말 직접 봐야해. 여기서 친구들이 한참 영화 '피나'에 열광할때 나는 그냥 심드렁 했는데, 한 번 봐야겠어. 여튼 다시 무대에 올리면 꼭 다시 보러 보고싶은 작품이야.

      한국에서는 나도 이렇게 많이 못봤지. 좋아는 했어도. 솔직히 가격차는 크지 않은것 같은데 여기는 레퍼토리도 일정도 더 다양해서 접근성이 더 좋은것 같아. 싼 티켓도 쓸만하고 :)

      나는 심지어 최근에 오페라 예매해놓은거 잊어버리고 날리기까지 했다네. 정말로 싼 티켓이기는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진짜 Scène이 환상이어서 나 완전 땅을 치고 후회, 티켓 다시 알아보려고 발버둥 쳤는데 남아있을 리가 없었지....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