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내 동생이 집에서 심심해 하시는 아빠에게 인터넷 바둑에 이어 인터넷 화투를 가르쳐 드렸다.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신 아빠는 - 참고로, 우리 아빠는 컴맹에, 이렇게 말하면 분명히 화내시겠지만 역시 분명한 '기계치'시다 - 틈이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나름대로 열심히 맞고를 익히고 계신데, 참 알수 없는것이 스스로 절대 못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몇일째 동생이 애써 모은 게임 머니를 계속 '푸고'계신다는 사실이다.
몇일동안 동생은 매일 게임 머니를 쌓고 아빠는 그걸 탕진하시는 나날이 반복되자 이틀 쯤 볼멘소리를 하던 동생은 결국 더이상 자신의 게임 머니를 잃을 수 없다며 오늘 저녁 아빠를 직접 게임 사이트에 가입시켜 드렸다.

아빠가 동생 방에서 인터넷 맞고 세계의 쓴맛을 보고 계시는 동안, 동생은 큰방 침대에 앉아 이번에는 엄마에게 고스톱을 가르쳐드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게 엄마는 고스톱을 칠 줄 모르시고 막내가 그걸 배워와 가르치고 있으니, 좀 재미있긴하다. 가르쳐주겠다는 동생의 의욕을 생각해 조금 흥미를 보이시던 엄마는 금세 다시 텔레비젼 앞으로 돌아오셨지만 어쨌든 오늘 저녁 나절에는 잠시 나를 제외한 온 집안이 맞고 삼매경에 빠져 동양화 감상에 여념이 없었다.

노름은 물론 건전하지 못한 취미이지만 복권이든 오락이든 확 빠졌다가 언제 그랬냐는듯 잊어버리고 다른 놀 거리에 몰두하는 우리집 식구들을 생각할때 인터넷 맞고는 잠시 지나가는 재미있는 바람이다. 다만 요즘 아빠가 문자 보내기에 성공하시고는 기고만장하시어 회사 책상에 컴퓨터를 놓으시겠다고 - 독수리 타법은 고사하고 웹서핑 한번 해본 적 없으신 아빠가! - 선포하신 상황이라 아빠의 인터넷 맞고 놀이는 더 오래 갈지도 모르겠다. 뭐, 맨날, 그것도 몇대나 되는 컴퓨터를 '사주기만' 하셨던 아빠가 미미하나마 컴퓨터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시는 것도 괜찮은 일 아닌가 :)

2008/01/11 22:42 2008/01/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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