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x-sept

from Bon voyage! 2010/11/14 11:58

salade ii
샐러드 ii

어느날 학교 앞에서 그녀와 그를 만났다. 나는 점심을 먹으러 집에 가는 길이었고 두 사람은 내가 사는 집 근처 빵집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무엇을 먹었느냐 물었더니 샐러드를 먹었다고 했다. 연어와 아보카도와 토마토가 가득 들어있는 엄청나게 푸짐한 샐러드였다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손을 흔들며 배부른 시늉을 해 보였다. 나는 그 샐러드가 궁금했다. 하지만 금방 잊어버렸다. 일주일에 세번은 그 집에서 빵을 사면서도 샐러드를 살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 해가 다 갔다.  
잘 다니던 산책로가 공사중이었던 탓에 방향을 틀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생각보다 오래 걸었다. 우리는 지쳤고 나는 그 샐러드를 떠올렸다. 가게에 들어가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메뉴판을 열심히 읽고 샐러드를 골랐더니 작은 바게트 빵을 두개나 챙겨주었다. 플라스틱 샐러드 보울도 무척 깊었다. 온 그릇을 뒤덮고 있는 연어도, 수북한 아보카도도 범상치는 않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건 레몬이었다. 슬라이스가 아니라 반개가 통째로 들어있었다.
동생에게는 원하는 빅 맥을 사주고 메디아떼끄 앞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드레싱 없이 레몬즙만 가지고 먹는 샐러드는 시금새곰 했지만 향이 좋았다. 신선함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샐러드 보울을 비우는 데는 실패했다.
그곳에는 더 이상 그도 없고 그녀도 없고, 어리고 순진했던 우리에게 더 할 나위 없이 상냥했던 그 시절도 없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불랑즈리는 그와 그녀가 먹었고 내가 들은 그 샐러드를 팔고 있었다.
우습게도 그런 것들에서 위안을 얻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미셸 크레포 아비뉴, 라 로셸
Avenue Michel Crépeau,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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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4 11:58 2010/11/14 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