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rochelle'에 해당되는 글 8건

  1. vight cinq 2011/11/27
  2. vingt deux 2010/12/12
  3. vignt et un 2010/12/11
  4. dix-huit (1) 2010/11/21
  5. dix-sept (1) 2010/11/14
  6. seize 2010/11/14
  7. quinze (2) 2010/11/10
  8. quartoze (1) 2010/08/17

vight cinq

from Bon voyage! 2011/11/27 06:02
médiathèque
메디아떼끄

체크아웃을 하고 남은 시간을 메디아떼끄에서 보냈다. 동생은 게임기를 가지고 놀고, 나는 잡지와 요리책들을 뒤적였다. 그때 봤던 '프랑스 요리와 와인 Cuisine et Vin de France'에는 꿀 특집 기사가 실렸었다.
라 로셸에서 살기 시작한 지 반년이 넘도록 나는 학교 도서관과 앞 뒤로 붙어있는 메디아떼끄에 들어가 볼 생각을 못 했었다. 외국 생활을 해도, 나는 이것저것 적극적으로 찾아 볼 생각을 않는 애였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만사 무심했다.
한 학기 뒤에 라로셸에 온 그녀 덕분에 처음 메디아떼끄 문턱을 넘은 이후로 나는 금새 메디아떼끄의 출석대장이 되었다. 여기서 푸투마요 프레젠트 Putumayo Present를 발견했고 친구들의 비웃음에도 불구, 어느날 갑자기 오페라 팬이 되었다. 천금이 생긴다면, 이런 멀티미디어 도서관을 짓고 싶다고 생각했다.      

메디아떼끄, 라 로셸
médiathèque,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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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7 06:02 2011/11/27 06:02

vingt deux

from Bon voyage! 2010/12/12 13:50
le marché d'hiver
겨울 시장

일어나 서둘러 시장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내 실망했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노엘 휴가도 끝난지 오래인데 봄, 여름, 가을 그 빼곡하고 바쁘던 노점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열에 일곱은 휴점, 실내에도 문을 닫은 코너가 많았다. 치즈 코너, 파테나 키쉬를 파는 코너들은 두 집이면 한 집만 문을 여는 식이었고 내 목적지였던 빵가게는 일주일에 무슨무슨 요일에만 문을 연다는 메모를 세워두고 문을 닫아 나를 한 없이 아쉽게 했다. 이번에야말로 이름도 모르고 얻어먹은, 그 고소하고 단 맛이 돌던 잡곡빵 이름을 알아내겠다고 찾아갔건만 기약없이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빠짐없이 모두 문을 연 것은 생선 코너들 뿐이었다. 한 마리 척 사다가 부야베스라도 해 먹을 수 있었더라면 위로가 되었을까. 나는 부야베스를 해 본적이 없다. 하지만 그보다도, 이제는 내가 심심하면 앉아 양파를 까고 시금치를 데치던 내 부엌이 그 도시에 없다는 것, 그것이 가장 절절한 문제였다.  

라 로셸 시장
le marché de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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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2 13:50 2010/12/12 13:50

vignt et un

from Bon voyage! 2010/12/11 20:45

les petites emplettes
장보기

떠나기 전 날 저녁, 사고 싶은 물건이 몇가지 있어 간단한 쇼핑에 나섰다.

먼저 피노 데 샤랑트 Pineau des charentes.
나는 어떤 종류의 모임에서나 훌륭한 호스티스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친구를 둘 알고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인 니 Ni 가 마련한 모임에서 처음 피노 데 샤랑트를 맛보았다. 작은 유리잔에 1센티 쯤 되는 높이로 채워 준 피노를 마신 나는 그날의 메뉴였던 꼬꼬뜨가 완성되는 동안 니의 침대에 드러누워 단 잠을 잤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피노 데 샤랑트는 부르고뉴 피노 누아나 블랑같은 일반 와인이 아니라, 발효 중인 와인에 코냑 같은 브랜디를 섞어 만든 주정 강화 와인이다. 일반 와인(12.5%)보다 알콜도수가 높지만(16%~22%) 포도의 당분을 완전히 발효시키지 않아 꽤 달다. 때문에 알콜 분해능력은 없지만 소주를 포함해서 모든 종류의 단 맛이 나는 술에 별 거부반응이 없는 나는 피노 데 샤랑트를 쪽쪽 빨아 마시고는 입맛을 다시며 친구의 침대 위에서 잠이 들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라 로셸에 살 때 보아 둔 적이 있는 시내의 부띠끄에서 작은 피노를 두 병 샀다. 로제와 블랑. 가게가 이사준비를 하는 모양으로 좀 정신이 없었지만 여주인은 몇가지 피노를 보여주고 설명도 해주었다.

다음은 소금 버터 카라멜 Caramel au beurre salé.
나는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카라멜을 마음 속으로 선정해두었는데, 라 로셸에서 그 두 가지 모두를 맛볼 수 있다. 소금 버터 카라멜은 프랑스에서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파리를 중심으로 보면 낙농업으로 널리 알려진 브르타뉴 산이 가장 유명하다.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푸아토 샤랑트 지역에서 특산품으로 만들어 파는 카라멜은 좀 더 풍미가 진한데 천일염으로 유명한 일 드 레의 소금과 푸아토 샤랑트 지역에서 나는 버터, 그리고 피노 데 샤랑트로 향을 더해 만든다고 한다. 시내에서 새로 발견한 푸아토 샤랑트 특산물 가게에서 작은 직육면체로 낱개 포장되어있는 카라멜 한 팩과 원통 모양에 나무 막대를 꽂아 만든 카라멜 캔디를 한 봉지 샀다. 가격은 좀 비싼 편이었지만 입안에서 녹는 느낌과 맛이 무척 부드럽고 진한데다 다 녹여 먹으면 맨 끝에 아주 작은 꽃소금 조각이 입안에 까끌까끌하게 남아 짭짤한 맛을 남기고 없어지는게 재미있었다.

사고 싶었던 기념품들을 모두 무사히 구한 우리는 마지막으로 슈퍼마켓에서 먹을 거리를 몇 가지 산 다음 슈퍼마켓 맞은 편 테이크아웃 차이니즈에 들렀다. 소스에 볶은 고기나 볶음밥, 춘권 같은 흔한 중국음식을 포장해 팔고 있었는데 가게 이름은 '야마토'였다. 남매나 부부로 보이는 젊은 중국 남녀가 가게를 보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인이냐며 희미하게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사실 나는 라 로셸까지 와서 가게를 얻고 장사를 하게 된 그들의 사연이 무척 궁금했다. 

방에 돌아와 사온 음식을 먹으며 사온 피노 중에 로제를 마셨다. 피노는 달고 내 기억보다 알콜냄새가 진해 한 모금 맛을 보자 마자 '주정 강화'라는 배운 단어가 떠올랐다. 야마토에서 산 음식은 예상대로 맛이 없어 난 금세 과자를 꺼내 먹기 시작했지만 동생은 사온 몫을 다 먹고 남은 피노도 남김 없이 모두 마셨다. 종일 어두웠던 하늘은 이미 저물어 밤이었고 간간이 빗소리가 들렸다. 튈르리 공원과 우아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오래된 영화를 보며 조금 울적한 마음으로 남은 저녁을 마저 보냈다.

뵈를레이 갈레트, 라로셸
Les galette de Beurlay,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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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1 20:45 2010/12/11 20:45

dix-huit

from Bon voyage! 2010/11/21 20:44

café de la paix
평화다방

겨울에는 배가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배멀미를 하는 편이라 꼭 배를 타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배를 타고 가다 보면 옛날 '보야르 원정대'에 나온 보야르 요새를 볼 수 있고, 그것을 동생에게 보여주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쉬웠다. 바다 위에 작은 케이크처럼 떠 있던 그 요새.
우리는 일 드 레 에 가기로 했다. 한 겨울에 일 드 레 라니,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봄에도 여름에도 일 드 레에 가지 않았던 것을 내내 후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플라스 드 베르덩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카페 드 라 페 cafe de la paix 에서 차를 마셨다. 차에 일각연이 있는 '살롱 드 떼 salon de thé'가 아니고서는 일반적인 프랑스 카페의 티 서브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것이 뜨거운 물을 찻주전자에 따로 담아다 가져다 주는 것이다. 잎이든 티 백이든 이미 홍차를 우리기에는 너무 낮아진 온도 때문에 차 맛이 밍밍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그 방식을 고수하는 카페나 파티스리들이 꽤 많다. 심지어는 서울에 들어온 '폴' 에서도 같은 이유로 밍밍한 바닐라 향 차를 마신 적이 있다.
버스는 제 시간에 오지 않았고 우리는 차를 마시고 나와서도 정류장 벤치에 앉아 한 동안을 기다렸다. 더 있다 나올 걸. 찻잔에서 또 한 풀 식어버리는 밍밍한 차 대신 프티 카페를 시켜야지.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를 기다렸던 것 같다.    


카페 드 라 페, 라 로셸
café de la paix,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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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1 20:44 2010/11/21 20:44

dix-sept

from Bon voyage! 2010/11/14 11:58

salade ii
샐러드 ii

어느날 학교 앞에서 그녀와 그를 만났다. 나는 점심을 먹으러 집에 가는 길이었고 두 사람은 내가 사는 집 근처 빵집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무엇을 먹었느냐 물었더니 샐러드를 먹었다고 했다. 연어와 아보카도와 토마토가 가득 들어있는 엄청나게 푸짐한 샐러드였다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손을 흔들며 배부른 시늉을 해 보였다. 나는 그 샐러드가 궁금했다. 하지만 금방 잊어버렸다. 일주일에 세번은 그 집에서 빵을 사면서도 샐러드를 살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 해가 다 갔다.  
잘 다니던 산책로가 공사중이었던 탓에 방향을 틀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생각보다 오래 걸었다. 우리는 지쳤고 나는 그 샐러드를 떠올렸다. 가게에 들어가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메뉴판을 열심히 읽고 샐러드를 골랐더니 작은 바게트 빵을 두개나 챙겨주었다. 플라스틱 샐러드 보울도 무척 깊었다. 온 그릇을 뒤덮고 있는 연어도, 수북한 아보카도도 범상치는 않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건 레몬이었다. 슬라이스가 아니라 반개가 통째로 들어있었다.
동생에게는 원하는 빅 맥을 사주고 메디아떼끄 앞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드레싱 없이 레몬즙만 가지고 먹는 샐러드는 시금새곰 했지만 향이 좋았다. 신선함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샐러드 보울을 비우는 데는 실패했다.
그곳에는 더 이상 그도 없고 그녀도 없고, 어리고 순진했던 우리에게 더 할 나위 없이 상냥했던 그 시절도 없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불랑즈리는 그와 그녀가 먹었고 내가 들은 그 샐러드를 팔고 있었다.
우습게도 그런 것들에서 위안을 얻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미셸 크레포 아비뉴, 라 로셸
Avenue Michel Crépeau,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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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4 11:58 2010/11/14 11:58

seize

from Bon voyage! 2010/11/14 11:56

La ville du Grand pavois
그랑 파부아의 도시

그녀의 방 창문 너머로는 부두를 가득 메우고 있는 요트들이 보였다. 해가 저물어 주위가 고요해지고 밤 바닷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깡, 깡, 깡, 요트를 매어 놓은 쇠줄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밤이 깊어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날, 그녀의 침대 곁에서 새벽 내 그 소리를 들었다.  
날이 밝은 후 집을 향해 흐린 눈으로 걸었던 부둣길을 이번에는 반대로 쭉 걸어 갔다. 드물게 맑은 하늘에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겨울 아침이었다. 선착장을 가득 채운 크고 작은 요트들은 마치 늦잠을 자는 애기들마냥 조용 했다.

마리약 부두, 라 로셸
Quai de Marillac,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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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4 11:56 2010/11/14 11:56

quinze

from Bon voyage! 2010/11/10 19:53


une salade i
샐러드 i

흡사 종이처럼 보이는 애매한 보라색 테이블 보 위에 빨간 종이 냅킨이 놓여있었다. 아이스크림에는 알록달록하고 반짝거리는 총채 모양 비닐 술이 달린 장식까지 꽂아주었다. '종이 접기', '공작 교실'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며 식사를 기다렸다. 동생은 가능 할때면 언제나 고기 요리를 주문했고 와인을 마시고 싶어했다. 나는 그런 일관성은 없어서, 아쿠아리움과 부두의 요트들을 생각하며 해산물 샐러드를 주문했다.
그리고 양상추 위에 차가운 삶은 새우와, 게 살과, 삶은 홍합과 익힌 연어살이 나란히 나란히 그리고 수북히 쌓인 한 접시를 받았다. 밋밋한 맛일 줄 알았는데, 네 가지 재료 모두 적당히 조미가 되어 있어서 마치 어린이 간식같은 맛이 났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압도적인 샐러드와 드미 바게트를 싹싹 해치우는 매력적인 여자가 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다.  

라 마린, 라 로셸
La Marine,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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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0 19:53 2010/11/10 19:53

quartoze

from Bon voyage! 2010/08/17 13:27


Ma ville d'enfance
내 유년의 도시

흐리고, 추웠다. 거리엔 크리스마스 장식이 남아있었고 아이 몇을 태운 회전 목마가 쉼 없이 돌았다. '몰리에르'와 '아쥐르 에 아스마르'를 봤던 극장과 '카페 드 라 페'가 있고, 한 번도 사먹어 본 적 없는 크레프리, 파티스리와 불어를 모르고 살 적부터 좋아했던, 책을 가득가득 쟁여놓고 열심히 베스트셀러를 소개하는 쪽지를 붙여 책을 진열하는 작은 서점과 단 한 번도 모르는 척 하고 지나친 적이 없었던 파티스리 '디 졸리'가 있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 변한 것은 나 뿐이었다.

플라스 드 베르덩, 라 로셸
Place de Verdun,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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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13:27 2010/08/17 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