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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ki et Nina
유키와 니나
/Hippolyte Girardot, Nobuhiro Suwa
어쩌다 프랑스인과 사랑에 빠진다면. 그래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그러다 이혼하게 된다면. 원치 않는 결말이지만, 꿈에도 생각 못할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유키는 그런 상황을 겪는 '아이'다. 프랑스인 아빠와 일본인 엄마가 이혼을 결정했고 엄마와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래서 단짝인 니나와 헤어져야 하고, 생각했던 방학도 엉망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부모야 어떻든 프랑스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불어를 받아들여 말하게 되었듯, 그런 상황도 아이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소화를 시키든 얹혀 고생을 하든 아이의 몫이다.
영화는 그런 상황이 전개되는 모습을 현실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그러면서도 환상적인 터치로 그렸다. 프랑스인 감독과 일본인 감독의 콤비가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결과물의 일례랄까. 미적이면서도 완전히 프랑스 풍이라 단언하기에는 담백하다. 마치 유키 역을 맡은 노에 삼피의 얼굴과, 그 아이가 입고 나왔던 깔끔한 풀색 티셔츠와 치마처럼. 그래, 그건 분명히 너저분하고 정신없는 - 잡히는 대로 주워입어서든, 조화는 잊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아하는 걸 둘렀기 때문이든 - 프랑스 아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디테일이였다.
후반부에 유키가 숲속에서 겪는 환상과 엔딩을 보면서 어쩌면 남성 감독들이 이렇게 여성적인 열쇠를 제시할 수 있었을까 싶어 놀라웠다. 두 감독이 게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 게이는 남성을 좋아하는 남성이지 여성이 아니니까. 나는 그 환상이 아마도 유키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때 엄마로부터 전해진 기억이 아닐까 생각했고, 영화 후반에는 그런 내 생각이 아주 터무니 없는 건 아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폴리트 지라르도 감독은 일전에 빨간풍선이라는 작품에서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배우를 겸하고 있는 사람이라 연출 경력이 많지는 않지만 아시아 감독들과 꾸준히 교류를 하는 모양이다.
告白(2010)
고백
/中島 哲也 (なかしま てつや)
처음에 이 영화를 보고싶다고 생각했던 건 마츠 다카코 때문이었다. 마츠 다카코 만으로도 영화표를 살 이유는 충분했지만 극장 시간표와 내 일정의 엇박자 탓에 못보고 넘어가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연이 닿은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KTX CINEMA 좌석표를 끊었다. 사실 표를 예매할 때만 해도 영화좌석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역에 가보니 아는 포스터가 대문짝만하게 걸려있어 흥분된 마음으로 표를 바꿨다. 기회에 KTX CINEMA에 대한 소감을 한 줄 덧붙이자면, 화면이나 사운드 같은 기본 조건이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라 취향에만 맞는 영화라면 이용해볼만 한 서비스였다. 다만 화면과 가까울 수록 보통 영화관과 마찬가지로 목이 아프니 좌석을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감독이 국내에서는 '불량공주 모모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으로 유명한 나카시마 테츠야 라는 말을 듣고 좀 의외다 싶었는데, 영화를 보니 군데군데 익숙한 스타일이 묻어난다. 섬세하고 노골적이나 대단히 불편하지는 않다. 소설을 가지고 여러차례 작업을 해 본 감독인지라 밀도 높은 원작을 가지고도 균형이 잘 잡힌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감각적이면서도 마감이 잘 되어있는 연출도 눈길을 끌었다. 원작을 먼저 접한 사람들로서는 이런 저런 아쉬움이 있겠지만 영화만 놓고 본다면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잘 찍었다는 평을 들을 만 하다고 본다.
이 작품을 보면서 굉장히 인상 적이었던 것은 감독의 혹은 이 영화를 지배하는 - 이렇게 불러도 좋다면 - 시선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냉정한 스토리와 냉정한 시선은 본질적으로 아주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사실 이렇게 써 놓고 보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당연한 말이지만, 그것은 액자의 안과 바깥 만큼이나 다른 것이고, 아는 것과 느끼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범죄 소설이 가슴이 아플만큼 싸늘한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뒤쫓아 감으로써 특유의 인간애적인 울림을 형성하고 있다면, 나카시마 테츠야의 '고백'은 싸늘한 이야기를 더욱 냉담한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극적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크게 거슬리지도 않는, 무난한 배우들의 연기와 그에 비해 강한 감독의 터치, 일본 영화 특유의 깔끔함이 어우러져 비교적 안정적인 영화가 되었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 등급에 장르적 특성이나 자극적인 문구로 인해 큰 인기를 얻기는 어려웠겠지만 만듦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쉬리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국내 성공작들이 하나 둘 씩 해외 상영관에 걸리던 90년대, 한국 영화계는 헐리우드에 잠식당한 제 3세계 영화계 - 혹은 일본 영화계-를 은근히 비꼬며 한국영화의 높은 극장 점유율을 자랑했었다. 당시 한국 영화는 진정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대기업 자본중심의 투자 배급 시스템, 상품으로써 손익분기점에 목숨걸 수밖에 없는 제작 환경, 젊은 영화인들의 재기발랄한 시나리오 대신 이미 성공한 시나리오 손질해 우려먹기 라는 순차적 악순환의 고리는 2011년 한국 영화계를 더 이상 매력적인 작품을 낳지 못하는 불임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고질적인 문학적 토양의 빈곤 더하기 시나리오 작업을 연출의 부업으로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감독들의 독야청청 제왕의식이 눈 밭에 서리 역할을 제대로 했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문화부 장관부터 팬픽 쓰는 중학생까지 원 소스 멀티 유즈를 부르짖는 오늘날 한국의 영화산업이 생산해내는 '상품'들은 더 이상 '메이드 인 재팬' 라벨을 우스워 할 수 없는 심난한 모양을 하고 있다.
9. Citizen Kane, 1941 (시티즌 케인) / Orson Welles
DVD를 사놓고 보다 자고 보다 자기를 반복했었다. 이번에도 결국 보다 잤다.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추천하고 값이 매우 싸다는 이유로 주문해서 쟁여놓고 제대로 못 본지가 한 오백년이었는데, 이번에도 끝까지 멀쩡한 정신으로 보지 못했다.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라는 건 알겠지만 내게는 죽도록 재미가 없다. 언제나 'Great Gatsby'를 떠올리며 떨떠름한 기분으로 DVD를 꺼낸다. 그냥, 'Great Gatsby'를 다시 보는 게 내게는 더 나은 엔터테인먼트지 싶다.
10. Eraserhead, 1977 (이레이저 헤드) / David Lynch
이제 '린치 필름'에는 미련이 없다. '이레이저 헤드'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신기하고, 흥미로운 영화였다. 사실 지금까지 '린치 필름'은 내게 늘 그런 인상을 남겼다. 어떻게 머릿 속에서 저런 게 나오나 싶은, 궁금해서 한번 쯤은 돈을 내고 극장에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판타지. 유랑 극단의 기괴하고 신기한 그림자 인형극을 보는 기분. '시티즌 케인'처럼 죽도록 졸렸던 것도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재미라는 것이 없는 쪽도 아니었다.
하지만 데이빗 린치가 아직 살아서 충분히 엿볼만 하고, 엿보고 싶고, 점점 피곤해져도 아주 끊기는 아쉬운 판타지를 보여주고 있는 이 시점에, 굳이 과거로 회귀해 그의 옛 작품을 더듬고 있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1. Vampires Suck, 2010 (뱀파이어 석) / Jason Friedberg, Aaron Seltzer
뮌헨 중앙역에서 우연히 'twilight'의 패러디 물 'nightlight'를 접한 이후로 두번째로 접한 트와일라잇 사가의 패러디 물이다. 일단 좀 진지한 감상으로 시작하자면 돈을 들여 이렇게 완성도 높은 패러디물을 제작해 자국 내에서 깔깔깔 충분히 소비한 후 푼돈이라도 이역만리 한국의 IPTV 사업자에게 그 컨텐츠를 팔수 있는 미국의 영화 산업이 부럽더라.
'Belle Goose'나 'Edwart Mullen'처럼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설정으로 웃기는 방식은 'nightlight'에서도 충분히 활용했지만 초반 이 영화를 끄지 못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때문이었다. 벨라 대신 '베카'로 분한 젠 프로스키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벨라' 연기를 사정없이 흉내내는 장면들은 텍스트 패러디에서는 얻기 힘든 종류의 웃음을 빵빵 터뜨리게 해 주었다.
내가 이 영화를 봤다는 사실을 내 친구들이 안다면, 장담하건데 나는 적어도 백년어치의 비웃음을 사게 될 테지만, 트와일라잇이 좋다면 한 번 쯤 봐도 좋다. 이 블로그를 드나드는 트와일라잇 사가의 팬에게 그 얘기를 하고 싶었다. ㅋㅋㅋ
12. Eat Pray Love, 2010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Ryan Murphy
원작이 상당한 베스트셀러였던 모양이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원작을 읽었고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점에서 영화판 페이퍼 백이 나오기 전의, 귀여운 표지의 페이퍼백을 자주 봤지만 한 번 표지를 들춰본 적 조차 없다. 아마 'Pray'라는 단어에 대한 쓸데없는 거부감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실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소위 '자기 개발서' 범주에 들어가는 '논픽션을 가장한 픽션'인줄 알았다. 언제나 소설 섹션에 놓여있었는데도 그렇게 생각했던걸 보면 인간의 선입견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어쨌든 나는 원작을 읽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내가 원작 소설의 표지를 보고 가졌던 선입견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래도 초반 1/3에 해당하는 이탈리아 편은 매력적이겠지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그렇지 못했다. 소스는 좋았을지 모르나 그 결과물은 킬링 타임용으로 쓰기에도 망설여지는 수준이다. 이 영화를 보며 다시 한번 원작자와 감독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제 아무리 줄리아 로버츠라도, 하비에르 바르뎀이라도, 현실과 허구 사이를 잇는 통찰과 균형의 고리가 결여된 이야기에서는 빛나지 않는다.
5. Ocean's Eleven, 2001 (오션스 일레븐) / Steven Soderbergh
크게 흥행한 할리우드 필름들 중에는 본 작품 보다 안 본 작품들이 더 많다. 딱히 싫어하거나 피하는 건 아닌데 평소에 블록버스터류가 극장에 걸려 있는 걸 보고 혼자서 '이걸 보러 가야겠어.' 하고 마음을 먹는 일이 드물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매트릭스 시리즈, 배트맨 시리즈, 오션스 시리즈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해놓고 겸연쩍어진 적이 각각 한 번 씩 있다. 아주 예전에 매트릭스 시리즈 1편을 본 기억은 있지만 보면서 집중하지 못했던 기억만 남아있고 배트맨 시리즈는 비교적 최근에 다크 나이트를 재밌게 봤다. 그리고 드디어 오션스.
사실 이번에도 아빠와 함께 보려고 골랐던 것인데, 유머와 설정을 적당히 이용해 잘 고안해낸 영화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아빠는 빠른 전개와 빠른 자막에 피곤해 하셨다. 조지클루니도 브래드 피트도 줄리아 로버츠도 모두 매우 좋아하는 배우들이지만, 내게는 "cruel intense"나 "up in the air"의 조지 클루니, "Legends of the fall"이나 "Interview with the vampire"의 브래드 피트, 그리고 'Notting hill'이나 'closer'의 줄리아 로버츠 쪽이 훨씬 매력적이다.
6. Letters To Juliet, 2010 (레터스 투 줄리엣) / Gary Winick
이 영화의 대외적인 관전 포인트는 아름다운 베로나의 풍광과 거의 원톱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만다 사이프리드겠지만 개인적인 관전 포인트로는 클레어 역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짱 우아한 헤어스타일, 빅터 역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귀여움,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찰리 역의 크리스토퍼 이건의 의상(!)을 꼽겠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처음 등장하는 씬에서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도 그렇게 늙고 싶다. 엄마는 너는 동양인이기 때문에 저런 스타일이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냉정하게 말했고 나도 어느 정도 공감했지만 머리숱 만큼은 자신 있기때문에 잘 관리해서 60이 넘으면 한 번 시도해 보고 싶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주로 평균 이하의 인품과 평균 이상의 똘끼를 지닌 캐릭터로 자주 등장하는데도 부담스럽지 않고 좋다. 별로 좋아한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나와주면 이상하게 반가운 배우랄까.
그리고 찰리의 스타일. 나 이 남자애 말고 옷에 홀딱 반했다. 반바지에 폴로셔츠만 입어도 예쁜건 좋은 옷걸이 덕일지라도 영화 후반 결혼식 장면에서 찰리가 입은 수트는 정말 홀리holy했다. 그런 눈요기를 위해서라면 뻔한 로맨스도 진심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아니, 그런 눈보신이 있기 때문에 뻔한 로맨스도 즐거운 건가?
7. Steel Magnolias, 1989 (철목련) / Herbert Ross
'steel Magnolia', 'irone butterfly'라는 영어 표현을 좋아한다. 둘 다 신문 정치 면에서 쓰이는 일이 많지만 그보다는 단순하게 영어의 풀 안에 들어있는, 이름도 뜻도 아름다운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름처럼 아름다운 필름이었다. 1980년대 루이지애나의 작은 타운을 배경으로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생활미있게 그렸다. 90년대 초반 비디오가게를 들락거리며 영화를 봤던 사람들에게 무척 익숙할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고, 깜짝 놀랄만큼 젊은 줄리아 로버츠와 킬빌의 무서운 언니 대릴 한나의 청순하던 시절도 엿볼 수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먼저 본 '아메리칸 퀼트' 같은 스타일이랄까. 요즘에는 좀처럼 찍지 않는, 찍어도 한국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 소박하면서도 섬세한 '아메리칸 드라마'라 마음에 쏙 들었다.
8. Salt, 2010 (솔트) / Phillip Noyce
가끔 그런 영화들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쥐어 뜯으며 열심히 구상한 시나리오, 은은한 돈냄새를 풍기다 부러지고 깨지고 폭발하는 소도구 대도구 촬영 세트,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영화가 될까 고민했을 감독의 성실함, 그리고 주연 배우 혹은 스턴트 배우가 대신 겪었을 각종 궂은 꼴이 러닝 타임 내내 분명히 전해지는 영화들.
들인 공이 아깝게도 그런 영화 중에 열에 일곱은 재미가 없다. 나머지 셋에 대해서는 주로 '볼만은 하다', '잘은 만들었다', '진짜 고생했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열 모두 매력이 없다는 점에서는 매 한가지라고 할 수 있다.
안젤리나 졸리를 원 톱으로 내세운 '솔트'는 '나머지 셋'에 속하는 영화이긴 했다. 그러나 얼음물에서 기어나와 혹한의 숲속을 헤치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졸리를 뒤로 한채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 - 속편 제작을 향한 감독과 졸리의 열망 혹은 염원 - 앞에서는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온 남부 소파 감자 코으네의 신년맞이 필름 리스트.
1. Elephant Man, 1980 (엘리펀트 맨) / David Lynch
2007년 어느 주말 밤 아르테arté를 켜놓고 뜨뜻한 침대 속에서 보냈던 시간을 추억하며 다시 보기. 평소엔 '데이비드 린치' 하면 '환상'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하지만, 사실 영화를 보는 동안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을 품고 말게 하는 것은 - 그가 보여주는 환상 속에 고여있는 '추악함'의 이미지들이다. 당장 밟아 죽여버리고 싶은, 더 보고 싶지 않은 인간의 추악함. 인간성의 추악함을 비틀어 감흥을 빚어내곤 하는 린치의 솜씨에 늘 감탄하지만 그 추악함에 대한 린치의 태도를 고뇌라 불러야 할지 조소라 불러야 할지 늘 모르겠다.
2. Elvira Madigan, 1967 (엘비라 마디간) / Bo Widerberg
대사가 없으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이 흐르는 영화. 1889년에 일어난 덴마크 출신 줄타는 소녀 엘비라 마디간과 귀족 출신 스웨덴 장교 식스틴 스파르의 치정 자살 사건을 영화화한 스웨덴 작품이다. 보 비더버그 감독의 67년작이 가장 유명하지만 찾아보니 1943년에 먼저 영화화된 바 있다.
개봉 당시 뛰어난 영상미로 극찬 받았고 조명과 촬영 기법, 영상 연출 면에서 중요한 영화로 평가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호텔 아주머니가 생선 포 뜨는 장면과 두 남녀 주인공이 거품을 내지 않은 새하얀 크림에 딸기를 담궈 먹던 장면, 그리고 첫 장면에 등장하는 안경 쓴 소녀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을 뿐이다. 그 외에 묘하게 연극적이었던 부분부분과 아름다운 자연광이 에릭 로메르의 '로맨스 Les amours d'Astrée et de Céladon'을 연상시켰다.
3. Ladies In Lavender, 2004 (라벤더의 연인들) / Charles Dance
이 영화를 보고 말도 못하게 영국이 그리워졌다. 시골 바닷가에 살고 있는 두 노자매 (매기 스미스, 주디 덴치)와, 어느날 그들 앞에 나타난 한 바이올리니스트 청년 (다니엘 브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자매의 잔잔한 일상과 청년이 그들의 마음에 불어넣은 훈풍을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운 터치로 표현해낸 수작으로서, 주로 배우로 활동해온 잘스 댄스 감독의 안목과 재능에 크게 감탄했다.
다작에 유명한 배우들이기도 하지만, 드라마의 전통이 강한 영국 중견배우 매기 스미스와 주디 덴치의 섬세하면서도 선이 살아있는 연기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다니엘 브륄이 분한 안드레아의 바이올린 연주 역시 아름다운 바닷가 풍광과 어우러져 영화에 맛을 더했다. 포리지가 등장하는 아침 식사며, 일상적인 티 타임과 저녁 식사 등 생활미가 녹아있는 씬들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4. Evil Under The Sun, 1982 (백주의 악마) / Guy Hamilton
아가사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옛날 추리물이니 21세기 추리물들의 알쏭달쏭함이나 징그러움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취향에 부합 하기만 한다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기본적으로 아드리아해의 호화로운 호텔을 배경으로 그 곳을 찾은 온갖 화려한 인물들 사이에서 일이 벌어지는데, 아가사 크리스티의 탐정 캐릭터 에르퀼 포아로 Hercule Poirot가 등장한다. 대화의 시작은 언제나 불어로 하며 노소를 불문하고 숙녀에게 상냥한 이 신사 아저씨는 정말이지 너무 귀엽다. 또 젊은 제인 버킨이 보여주는 화려한 스카프 패션을 비롯해 남녀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이 볼만하고 매기 스미스 같은 중견 배우들의 팽팽하던 시절(!)도 감상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메리트라고 할 수 있겠다.
폭염주의보가 물귀신처럼 들러부터 떨어지지 않았던 일주일이었다.
지난 6월 바캉스 때, 스콘을 두번 떡볶이를 두번 초콜릿칩 쿠키를 두번 씩 말아먹는 동안 일주일이 가버렸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카레를 한 번 만들었을 뿐 설거지도 몇 번 한 기억이 없다. 대신 게으르고 불량한 소파 감자가 되어 과자통을 끼고 밀린 드라마며 영화를 돌려봤다. 별로 놀라울 일도 아니지만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더니 정말 해남 감자처럼 포실포실 살이 찌고 말았다.
"no reservation"
사랑의 레시피
/Scott Hicks
2007년에 이 영화에 심드렁했던 이유는 2010년에 이 영화에 반하기 위해서였다고 확신한다. 이렇게 홀딱 넘어간 이유는 배우도 아니요 감독도 아니요 시나리오도 아니요 단순히 소재도 아니다. 모든 것은 취향. 취향 탓이다. 나는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홀딱 반했다. '조 (아비게일 브레스린)'의 히피풍 롱스커트와 니트 털모자가 사랑스러웠고 닉(아론 에크하트)이 비장의 무기라며 연 컨테이너 속 티라미수에 말 그대로 녹아버렸다. 이제와 국자 티라미수가 대수는 아니지만 나는 장담할 수 있다.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 바닥에 주저 앉아 미리 준비해 온 비장의 락앤락 뚜껑을 여는 사람이라면 요리사 박봉따위 절대로 아랑곳 않고 평생 먹여살릴 각오로 열심히 벌어 사랑하고 아껴주며 잘 살겠다. 군데군데 대사는 너무 작위적이라 전혀 감동적이지 않지만 감독의 미적 센스와 취향이 나로 하여금 이 영화를 사랑하게 하였으니 미우나 고우나 DVD로 소장하여 틈틈히 돌려보며 아껴줄 생각이다.
"the runaways"
런어웨이즈
/Floria Sigismondi
좋아하는 다코타 패닝과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투 톱으로 주연한 영화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뭘 해도 예쁜 크리스틴'이 되어버린 스튜어트로서는 '런어웨이즈'가 좀 더 본인 취향에 가까운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적당히 예쁘고 매우 매력적인 다코타 패닝의 견실한 필모그래피에도 흥미로운 액센트가 될 작품이다. 그러나 강해 보이면서도 살짝 어눌하고 모호한 조앤 제트를 맞춤복처럼 연기한 스튜어트에 비해 '체리 커리'는 패닝에게 살짝 입기 버거운 옷인듯 했다. 하지만 나는 다코타 패닝의 팬이므로 그녀에게서 뇌살적인 매력 내지는 퇴폐미를 찾을 생각은 없다. 스스로의 강렬함에 쓸려 편한 영화는 못 찍는 팔자가 된 크리스티나 리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 여배우가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밴드 영화임에도 그다지 귀에 걸리지 않는 음악과 어중간한 인물과 상황 연출이다. 음악은 취향이 아니라 그랬다고 치자. 그러나 모호함이 어울렸던 '조앤 제트' 외의 인물들은 전부 방향 없이 헤매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감독의 괜찮은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악세사리들이 여럿있긴 했지만 정작 연출 자체가 맥빠진, 아니 거의 연출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감독의 기량이, 혹은 시나리오의 질이 더 좋았더라면 훨씬 와일드하고 매력적인 청춘물이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다는 이야기다.
"coffee and cigarettes"
커피와 담배
/Jim Jarmusch
그래, '데드맨'이 멋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짐 자무쉬가 좋아지지는 않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좋지도 싫지도 않은 영화 잘 찍는 감독, 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브로큰 플라워'와 '커피와 담배'를 보고 나는 결국 자무쉬가의 짐 오빠를 좋아하게 되었다.
앞서 나열한 '데드맨', '브로큰 플라워' 그리고 '커피와 담배'는 그 스타일이 몹시 제각각이다. 짐 오빠가 찍은 영화를 세 편째 보고 나자 나는 그이가 무척 응큼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짐 오빠는 절대 다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 한 편에 심혈을 기울여 혼신의 역작을 찍고자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본인의 재주와 감각, 신랄함과 유머, 그리고 응큼함의 비율을 적당히 조절하고, 때로는 몇가지는 아예 빼버리기도 하며 비교적 초연하게 작업하는 식으로 보인달까. 그런 힘을 뺀 태도도 응큼하다. 왜냐하면 저 머리좋은 짐 오빠는 그게 멋지고 특별해 보이는 길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테니!
제목이 '커피와 담배'고 나는 커피는 매우 좋아하지만 담배는 싫어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담배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질 감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에는 절대로 맛있어 보이는 커피 같은 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왠지 보기만 해도 양잿물을 떠올리게 하는, 요즘에는 스타벅스 오늘의 커피로도 걸리기 힘든 쓰고 떫고 뒷맛 나쁠 것 같은 드립 커피가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단골로 출연한다. 게다가 중간에는 은근 슬쩍 홍차가 나오는 에피소드까지 끼어있다. 참 나.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또 보고 나서 몇 일은 이상하게도 그 커피 메이커로 끓인 커피가 마시고 싶어지는 거다. 역시 짐 오빠에게 넘어 간게 틀림없다.
'커피와 담배'는 짐 자무쉬의 농담같은 작품이다. 하지만 그 농담에는 뼈가 있고, 그 뼈는 때로는 생선의 척추 같기도 하고 잔가시 같기도 해서, 때로는 마치 나를 놀리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나쁜 놈!
아메리칸 퀼트
/Jocelyn Moorhouse
2005년 무렵 한 대학 선배가 90년대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90년대라면 내가 꼬꼬마에서 겨우겨우 꼬마로 자라 사람인척 하고 다니기 시작했던 시절이라 그때는 그 말을 듣고 느끼는 바가 없었다. 이 필름을 보면서 아주 옛날 영화가 아닌데도 왜 이렇게 그리운 느낌이 드는걸까, 생각 했다. 물론 영화 내용상 여러 번 6,70년대로 돌아가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하지만 그보다는 보는 내내 '아, 이제는 이런 식으로, 이런 풍으로 영화를 찍지는 않지.'하는 생각에 조금은 아쉽고 그럼에도 충만한 기분을 느꼈다.
95년 작인 이 근사한 영화는 자로 잰 듯 다듬지 않아 더 아름답고, 매력적인 소재와 감독이 가진 좋은 취향의 조화 덕분에 사랑스럽다. 여름 날, 할머니와 그 친구들이 손녀를 위해 젊은 날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 한땀한땀 수놓는 웨딩 퀼트는 한여름밤의 허니문처럼 아름다웠다.
여성중심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려워도, 이 영화는 어머니의 딸, 그리고 그 손녀의 인생을 따라 흘러간다. 여성, 자매, 그녀들의 삶과 사랑, 노예 해방 직후 세대의 흑인 여성 캐릭터와 '크레올'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딸, 바느질, 모성과 같은 소재와 설정들이 빚어내는 오묘한 조합도 인상적이다. 이 묘한 문양의 퍼즐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준 후, 감독은 마술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라우라 에스키벨을 떠올리게 하는 바로 그 마법같은 연출에 나는 홀딱 반해버렸다.
Up in the air
인 디 에어
/ Jason Reitman
이 영화를 발견한 건 런던에서였다. 파리에 돌아오니 파리 시내에도 이 영화의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걸 아쉬워 하던 차에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대부분의 요즘 영화들은 완벽에 가까울만큼 꾸밈새가 좋다. 감독의 안목, 내지는 취향을 뒷받침 할 만한 영상기술과 투자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그를 표현할 기발하고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통해 관객에게 말을 거는 영화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제이슨 라이트먼의 'Up in the air (하늘에서)'는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근사한 눈요기나 숨막히게 멋있는 인물같은 '쌔끈한' 영화적 요소들을 제외하고도 끊임없이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농담을 건네며 보는 이를 끌어당긴다.
라이트먼 감독의 2007년작 '주노'만 두고 생각하더라도 마구잡이로 늘어놓다가 마구잡이로 수습하는 영화는 아니겠군 싶지만 큰 감흥은 없었던 '주노'에 비해 'Up in the air'는 나를 향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아이디어와 감흥들을 실내야구장의 야구공처럼 쏘아댔다.
솔직히 영화 속 인물에 이만큼 공감한 적이 없었다.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라이언 빙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납득했다. '틀린 말 하나도 없잖아' 라고.
구글에서 포스터를 찾다가 우연히 이 영화의 포스터와 코엔 형제의 'intolerable cruelty'를 함께 붙여놓은 이미지를 보았다. 그 덕분에 나는 'intolerable cruelty'의 마일즈 매씨와 'in the air'의 라이언 빙험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조지 클루니를 좋아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두 캐릭터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중심적이지만 유쾌하고 인간적이다. 그리고 조지 클루니는 그런 캐릭터에 아주 잘 어울리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벨라의 친구 '제시카'역을 맡았던 안나 켄드릭은 그 어설픔이 진짜 사회 초년생 '나탈리 키너'에 딱 들어맞았다. 대성할 타입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반갑긴 했다.
무려 알람이 나를 침대에서 일으키고 동절기 햇님도 주무시는 어스름 새벽부터 부시럭 거리며 외출준비를 했던 아침.
체온으로 미지근해진 이불 밑에서 흐릿한 눈을 깜빡거리며 실실 쪼개고
내 방 기준 반경 백미터 내에 존재하는 두 영화관에게 신실한 감사를 (마음속으로) 보냈다.
아주 바람직하게도 개봉을 하루 앞당겨준 덕분에 노는 수요일, 집 앞 영화관에서 첫 회차에 뉴문을 보고 왔다. 무려 여덟시 반에!
원작이 있는 영화 보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요즘 나의 팍팍한 일상 속 홀리 엔터테인먼트인 트와일라잇 사가의 영화화를 반기는 내 마음은 비할 데가 없다. 많은 혹평이 원작과 영화의 안팎을 정확하게 재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그럼에도 나는 이런 러블리 하이틴 판타지 로맨스 소설에 삼천 칠백만 달러 플러스 오천만 달러를 들여 러블리 하이틴 판타지 로맨스 영화를 만든 투자자와 제작자가 있어 즐겁다. 물론 미국에서만 제작비의 서너배를 뽑기도 했지만 어쨌든 전 세계에서 이런 기획이 가능한 동네가 저기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홀리 우드 말고 또 있겠는가. 다양성이라는 건, 여러모로 참 괜찮은 가치이다.
타인의 몽상을 엿보는 것은 즐겁다. 영화는 그런 즐거움을 가장 쉬우면서도 섬세하고 분명한 형태로 충족시키는 장르이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요즘 나의 몽상을 지배하고 있는 얄팍한 트와일라잇 사가를 영화로 만나는 것이 즐거운 것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그런 맥락에서다. 육백 페이지짜리 페이퍼백을 끼고 여러 날 여러 달 밀도높은 상상의 세계를 즐긴 후 두시간 휘리릭 맛보는 영화는 비싸고 작지만 공들여 만든 후식과 비슷하다. 본식은 아니지만, 그와 어우러져 어떤 마침표가 된다는 점에서 나름의 가치가 있다.
워낙에 '돈을 버는' 영화이다 보니 심혈을 기울인 특수효과 외에는 두드러지는게 없는 연출이었다. 그러나 무조건 잘 만들되 모험은 절대 할 수 없는 필름을 만드는 입장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더하기 보다는 빼기 였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이 이 영화를 찍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을지 궁금했다. 제이콥 역의 테일러 로트너는 일년동안 이 한 작품을 위해 지옥을 맛보았겠지만 나머지 배우들이 영화를 찍은 시간은 길어야 한달 이상을 생각 할 수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게 크리스틴 스튜어트인데 그녀의 연기 조차 왠지 짧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연기의 밀도가 문제인지 빠른 편집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늘 그렇듯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은 영화에 잘 어울린다. 최악의 캐스팅이라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안이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볼때 좀 심심하지만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전작에서부터 느낀 바대로 테일러 로트너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딱 한가지, 아름다운 등근육은 운동으로 지키되 얼굴 선 망가지기 전에 프로틴 파우더는 좀 줄였으면 싶다. 뭐 솔직히, 키가 훌쩍 크고 면 티셔츠만 입어도 저렇게 예쁜 아가를 마다할 자신은 절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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