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ig couch potato

from Le Cinéma 2009/01/03 11:31

소파감자 코으네의 한 줄 영화평

  홈 씨어터& 홈 카우치 형제와 보낸 연말연시
  그 뜨거웠던 쓰리썸의 기억.


 1  The Bourne identity (본 아이덴티티) / 더그 라이만
    - 잘 빠진 액션 영화가 주는 즐거움, 심지어 파리의 맷 데이먼.

 2  A history of violence (폭력의 역사) / 데이빗 크로넨버그
    - 연출의 정수. 'M. Butterfly'에 이어 오랜만에 만난 크로넨버그 형님의 강수

3  Juno (주노) / 제이슨 라이트먼
    - a simple story about pregnancy. cool & cute but easy.

 4  The dark night (다크 나이트) / 크리스토퍼 놀란
    - 다 큰 남자들의 로망. 그를 위해 심플한 람보르기니를.

 5  No country for old men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에단 코엔, 조엘 코엔
    - 결코 친절할 생각이 없는 코엔가 남자들, 이번에도 더블 포션으로 채운 상징들과 사유.
      이해 및 흡수는 각자 알아서.  
 
 6  Prete-moi ta main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 / 에릭 라티고
    - 세르쥬 갱스부르의 얼굴을 빼다 박고도 아름다운 그녀의 이름은 샤를로트. mais c'est tout.

 7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잠수종과 나비) / 줄리앙 슈나벨
    - 이십만번의 외로운 깜빡임으로 담아낸 백서른아홉 페이지의 위로, 그리고 아름다운 영화 한 편.
      그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천국을 누릴 무슈 보비의 영혼에 나비 키스를.  

 8  Noodle (누들) / 아일레트 메나헤미
    - 헤브루 스튜디어스 언니의 베이징 면 군 엄마 찾아주기.
      낯선 이스라엘 영화 한 편이 전해준 더블 해피니스
 
 9  Vitus (비투스) / 프레디 M. 무러
    - 손자의 재능이 아닌, 행복을 지켜 준 할아버지의 러시아 무곡 댄스.
      한 천재 소년의 남다른 이야기.        

10 The basketball diaries (바스켓볼 다이어리) / 스콧 칼벳
   -  나는 지금까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몰랐다.
      ... and I saw him.  

11 Jude (쥬드) / 마이클 윈터바텀
   - '세상에 단 하나의 남편과 아내가 있다면, 그건 나와 당신일거요.'
      결혼의 필요충분조건, 혹은 호적 정리의 중요성.

12 Factory girl (팩토리 걸) / 조지 하이켄루퍼
   - 예술의 이름으로 꺾이고 버림받은 '뮤즈'들에게 바치는 꽃 한송이.

13 Once (원스) / 존 카니
   - '음악하는 사람'들이 그려 보낸 아일랜드 발 응원 엽서.

14 Confessions of a dangerous mind (컨페션) / 조지 클루니
   -  워너비 찰리 카우프만. 미셸 공드리와 조지 클루니를 빛내는 당신은 절대자.   

15 The big Lebowski (위대한 레보스키) / 조엘 코엔
   - 진한 풍미를 자랑하는 양키소스가 듬뿍, 그러나 결코 저열할 수 없는 그들의 시선.
      극본에 감독에 북치고 장구치는 코엔 형제, 이번에도 더블 스코어

16 못말리는 결혼 / 김성욱
  - 남의 돈 받아다 해먹는 수도 가지가지.  

17 Taken (테이큰) / 피에르 모렐
  - 군더더기 없이 빠른 진행, 다시봐도 지루할 틈이 없다.
     I'll be a good girl, dad.

18 Almost famous (올모스트 훼이모스) / 카메론 크로우
  - 이 영화를 지금 이 시기에 만난 나는 행운아.
    엘리자베스 타운에서 나는 당신을 알아봤어야 했다. I'm your big fan, Mr. Crowe.





2009/01/03 11:31 2009/01/03 11:31

동백 아가씨

from Le Cinéma 2008/12/04 01:03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백 아가씨
                                     -Lady Camellia 



헤일 수 없는 수 많은 밤, 수많은 낮을, 생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 속에서 지내셨단다.
그런 가운데서도 허물어져가는 육신을 붙들어 끝끝내 아픈 생을 살아견디신 할머니의 노래는,
어쩌면 허물어져가는 정신을 붙들어야 할 우리 세대에게 보내는 빨갛게 멍이 든 동백꽃이리라.

그 사무친 삶의 담담한 회고 앞에서 나는 그저 듣고 보는 사람이었고, 내내 무력했다.
제대로 담아나 두었는지.

어쩔 도리가 없는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탓할 것은 그리 타고난 팔자 뿐이었을까.
피를 쏟는 고통과 슬픔의 젊음을 살아 낸 끝으로 스러져가는 노년만이 남았다.
역사의 뒤안으로 짧아져가는 그분들의 그림자를 그래도 알아는 두었으면.    
 
이러한 작업을 계속 해 온 박정숙 감독이 고마웠다.
역시 영상하는 사람들이 똑똑하고, 행동력도 있다 :)




*
소록도는 전라남도 강진에 속하는 곳이고, 그곳 분들은 우리 할머니대의 초 고난위도 전라도 말을 쓰신다.
그래서인지 한국말에 한글 자막이 달려 나오더라. 하지만 외할머니 덕분에 고급 수준의 전라도 사투리를 제2국어로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나는 자막을 보지 않고도 할머니가 사용하시는 어휘의 98% 가량을 이해하는 놀라운 청취력을 보였다. 으하하


 


2008/12/04 01:03 2008/12/04 01:03

_ Like blueberry

from Le Cinéma 2008/06/25 23:3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이블루베리나이츠 DVD!
드디어 나왔다.

집에 가져가서 홈씨어터로 돌려보고 싶은 마음에 냉큼 주문.
밤에 거실 보조 조명만 켜고 카우치에 파묻혀 커피 홀짝이며 노라언니 드로오빠 볼 생각에 벌써 두근두근.
마침 오늘 커피도 새로 갈아서 딱 맛있을것 같다. 만세만세.

어디 제레미처럼 환상적인 블루베리 타르트 파는데 없을까 곰곰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Once upon a tart.
정말 환상적이긴 한데, 문제는 뉴욕에 있다는거지.
타르트 사러 가고 싶다 뉴욕 'ㅁ'!

아, 작업실 벽도 깨끗한데 프로젝터 좀 사주세요...






들어오는 길에
사전이랑 수업 자료랑 잡지랑 신문이 들어있는 가방을 이고,
평소에 없던 짐까지 지고 라떼를 사러 갔다.
예전엔 밤에 커피사러 자주 다녔는데, 참 오랜만인 것 같더라.

이래도 저래도 잘 못자는 잠,
좋아하는 커피나 열심히 마시고 졸릴때까지 놀다가
지루해지면 공부도 좀 하고
그러지 뭐.
 
아, 언제든지, 커피메이트 대환영 :)

2008/06/25 23:30 2008/06/25 23:30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곰이 되고 싶어요 (L'enfant qui voulait être un ours)

오랜만에 묵혀둔 유럽 애니메이션을 한 편.

내놓는 작품 마다 주옥같은 레자마퇴르(Les Amateurs)의 독창적인 감성도 대단하지만,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점은 유럽이 가진 타 문화권에 대한 시선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 2007년에 아쥐르와 아스마르를 통해 보여주었듯 - 아직까지는 유럽 쪽에서 이와 같은 작품들이 나와주고 있다는 점이 무척 다행스럽다.

자연과 인간, 지니와 빅터(늑대소년)을 떠올리게 하는 인간 인지 발달의 문제, 도시화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이누이트족 (에스키모)의 삶, 혹은 그들의 문화 에 이르기까지 이 애니메이션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주제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제목처럼 귀엽기만 한 만화가 아니라, 기억해뒀다가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좋을 법한 작품이었다.

                        


2008/04/25 23:07 2008/04/25 23:07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나
프랑스에서 열심히 라디오를 듣던 시절,
칸 영화제 초청작으로 왕가위 감독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상영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침사추이 네이던 로드의 버스 정류장 광고판에서 처음, 포스터를 봤다.
처음 본 포스터에 한자로 적힌 제목을 보고도 이 영화인 걸 알아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내가 王家衛, 이 세 글자를 읽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홍콩에서 이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았겠다.


이상고온으로 포근한 3월, 서울의 밤.
제목에 걸맞는 때, 자정 즈음 영화 표를 샀다.
오랜만에 혼자 보는 영화였다. 계획했던 커피는 없었지만, 행복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를 볼 때 감독의 이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누구 영화'라는 이름 표는, 때로는 영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필요치 않은 필터가 되기 때문이다.
극장에 즐비한 영화 홍보 브로셔 가운데 열에 일곱은 영화를 즐기는데 오히려 해가 되듯이.
어쩌다 보니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매번 좋아라하며 보게 되었지만
보고나니 좋았고, 또 보고 나니 또 좋았고, 알고보니 감독이름이 왕가위였던 게지
그 이상의 의미는 내게 없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운 평을 듣는게 아쉽다.
어째서, 왕가위의 '회기'를 두고 사람들은 '퇴보' 운운 하는 걸까.
그가 홍콩에서 만들었던 단편 영화를 모티브로 다시 한번 편안한 이야기를 되풀이 하는 것이
어째서 그렇게 실망스러운 일일까.
왕가위는 자기 취향대로 로맨틱 멜로 하나 못 찍나?
나처럼 그 결과물을 마음에 들어하는 관객도 있는데.
큰 감독의 이름은 때로는 작은 작품들을 짓누르는 힘이 되기도 하나보다.

굳이 중경삼림과, 화양연화와, 2046을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지만 않는다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말랑말랑하고 예쁜 영화다.
데이트하는 커플이 보기에도, 예쁜 영화 좋아하는 여자가 혼자 보기에도.
블루베리톤의 화면과,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인물들과, 편안한 음악.
모두가 바람결도 부드러운 봄 밤에 충분히 어울렸다.
 
기다려보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기다려 주었으면 싶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얼마나 설레게 하는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And so on...

-
아무리 음향에 무딘 우리나라 관객들이라지만,
가정용 홈시어터만도 못한 롯X 시네마의 음향에 기가 막혔다.

-
왕가위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데, 영화의 국적은 프랑스다.
출자가 프랑스 엥떼, 꺄날 플뤼스 쪽인 모양.
감독은 홍콩, 출자는 프랑스, 제작은 미국. 와 복잡하다.

-
마지막 씬에 엘리자베스(노라존스)가 메고 있는 가방,
평범한 디자인에 언뜻 모노그램이 눈에 들어와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엔딩 크레딧 마지막 THANKS TO에 LOUIS VUITTON 이라고 적혀있는 걸 보고
왠지 픽 하고 웃음이 났다.
뷔통씨, 협찬도 해주고 말이야 ㅋㅋ

-
아, 주드 로
...
아아아아아 주드 로



2008/03/15 04:18 2008/03/15 04:18

2 days in paris

from Le Cinéma 2008/03/09 21:55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days in paris
파리에서 온 여자 뉴욕에서 온 남자

줄리 델피 감독
줄리 델피, 아담 골드버그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하루종일 집에 박혀있었다.
종일 우리집 자물쇠는 빨간 잠김 표시에 걸려 있었고
나는 살구색 바탕에 파란 꽃무늬가 그려진 극세사 잠옷 바지 - 우리 아빠가 제일 싫어하는 - 를 입고 빈둥댔다.
사지 멀쩡하고 건강한 젊은 여자가 하루종일 집에서 잠옷을 집고 빈둥대도 뭐라고 하는 사람 하나 없으니
아, 참으로 관대한 인생이다.

그리고 영화를 봤다.
영화도 내가 입고 뭉갠 바지처럼 말랑말랑 했다.
오랜만에 몇번이나 깔깔대고 웃었을 만큼 재미있기도 했고.
그야말로 매력적인 줄리 델피의 감각이 그녀의 자연스러운 불어와 영어 만큼이나 부러웠다.

미국인과 프랑스인처럼 재미있는 비교대상이 또 어디 있을까.
이 영화는 낭만의 나라 프랑스가 아닌, 그 나라를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진정 공감할만한 유머로 가득차있다.
무려 '프렌치 시크'로 대변되는 '때로는 좀 지저분해 보일 정도의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자유연애'는
한 프랑스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순간 당신이 지고 가야만 하는 십자가로 돌변할지도 모른다.

빠리 쥬뗌 (Paris je t'aime) 도 그래서 좋았지만,
이 영화 속 빠리도 아코디언 소리나 센 강으로 무장하지 않은,
빠리의 민낯을 담고 있어 참 반가웠다.


2008/03/09 21:55 2008/03/09 21:55

Because I said so

from Le Cinéma 2008/03/03 01:35

사용자 삽입 이미지

Because I said so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 코치)
마이클 레만 감독
다이앤 키튼, 맨디 무어


요즘은 통 극장에 가질 않는다
작업실 앞에 영화관이 생겨 이제는 밤낮 없이 잠옷바람으로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는데
묘하게 보고 싶은 영화도, 굳이 영화관에 가고 싶은 생각도 없는 나날이다.

대신 집에 오면 우리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가구 - 내가 골랐다! - 인 거실 카우치에 박혀
우리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가전제품인 티브이를 돌려
하루에 한 두편정도 보고 싶은 영화를 본다.

엊그제는 여태 본 적이 없었던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을 보았고
오늘은 예전에 한번, 보고싶다고 생각만 하고 잊어버린 'Because I said so'를 봤다.
우리나라 개봉 제목은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 코치'였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마디로,
'엄마의 애정결핍이 딸에게 미칠수 있는 영향'으로
징그럽게 오지랖넓고 불안한(;) 엄마가 딸의 연애사를 휘저어 놓음으로 인해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솔직히, 다이앤키튼의 오지랖 엄마 연기가 너무 실감나서 그녀와 딸인 밀리(맨디무어)가 언쟁을 할때면
내가 다 짜증이 나서 머리를 쥐어 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맨디무어는 내가 10대 때부터 좋아해온 가수인데, 벌써 영화도 여러편 찍었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알려진 영화는 프린세스 다이어리 - 이때는 조연이었다 -와 워크투리멤버.
그외에는 무난무난한 아메리칸 로맨틱 코미디들이나 드라마라 제때에, 제대로 배급이 되지 않은 것 같더라.
하지만 이 영화에서 눈 여겨 볼 것은 그녀의 패션 센스.
키얼스틴처럼 평소에도 겁나게 옷을 잘 입는 헐리우드 여자애들에 비하면 맨디는 정말 평범 그 자체지만,
이 영화에서 만큼은 그때그때 참 마음에 드는 아메리칸 걸 스타일링으로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사실, 영화는 미치게 재밌지도, 그렇다고 못 볼 지경도 아니었다.
기어이 찾아서, 시간을 내가며 볼 필요는 없겠으나 킬링타임으로는 완벽하다.
맨디무어나 다이앤 키튼, 혹은 로맨틱 코미디라면 다 좋다는 사람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예쁜 영화겠다.
솔직히 등장하는 두 남자들이 별로라 기대를 않는 편이 좋지만,
대신 예쁜 케이크와 정원, 인테리어, 그리고 맨디를 비롯한 여성출연진들의 패션센스만은 좋은 눈요기가 된다.




"당신 횡설수설 하는 것도 좋아
뭐 들어보면 다 말되더라."

"정말? 난 아무도 날 이해 못해주는 줄 알았어"

"난 이해해 "



정말 마음에 들었던, 센스 대사.
여자도 잘 이해 못하는 내 횡설수설을 완벽하게 이해할 '남자'가 세상에 존재하기를 바라느니
레즈비언이 되는게 현실적일지도 모르지만.

뭐, 이해할 수 있을때 까지 기다려줘보는것도 나쁘진 않아. :)



2008/03/03 01:35 2008/03/03 01:35

소살리토 (SAUSALITO)

from Le Cinéma 2008/02/09 21:1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살리토 (SAUSALITO)
유위강 감독
장만옥 여명


소살리토에 처음 간 건 내가 열 여섯살 때,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엘에이를 살짝 끼워 캘리포니아를 여행했던, 내 첫 미국행이었다.
내가 그 곳을 갔던 해에, 샌프란시스코는 시애틀을 제치고  미국인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 1위에 꼽혔었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 청명하고 아름다운 도시는 내 각막 속에 깊이 박혀 오랫동안 꿈 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기회가 있다면 그 도시에서 매일 아침 커피를 한 잔 사들고 털털하게 웃던 그 마크처럼 하루를 시작해 볼 수 있었으면 했다.

소살리토는 그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아름다운 언덕에, 나무와 아름다운 주택들에 둘러싸인채 자리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소살리토를 비추는 오후의 빛과 나무 그늘을 구경했다.  
그 서늘한 바람과 맑은 풍경을 기억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늘 보고 싶어했던 영화 '소살리토'를 봤다.
최근에야 보고 너무너무 좋아했던 첨밀밀의 세번째 시리즈로 제작된 영화인데
주연 남녀배우가 같다는 점 말고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절묘하다 못해 입안에 달콤함이 핑 돌만큼 매력적이었던 '첨밀밀'에 비하면
영화의 구성 자체는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
나는 그저 '소살리토'가 보고 싶었기에 열심히, 즐겁게 봤다.

구십년대 후반, 이천년대의 초입.  
딱 내가 열여섯에 다녀왔던 즈음의 샌프란시스코가 담겨있어 좋았다.
 
장만옥은 중국 본토보다는 홍콩, 홍콩보다는 미국 이쪽 저쪽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그녀에게는 뉴욕도 잘 어울렸고, 날씨 좋은 샌프란시스코는 더더욱 잘 어울렸다.
엄마는 정말 평범하다는 그녀가, 내 눈에는 왜 그렇게 예쁜지 모르겠다.

만약 원하는 곳에 집을 가질 수 있다면?
이라는 질문에
맨하탄 어퍼 이스트나 그리니치 빌리지의 로프트를 거쳐
(뉴욕에서 '일'을 하게 되지 않는 한, 일 없이 맨하탄에 사는 건 너무 불행하다.)
프로방스의 작은 집을 꿈꾸게 되기 전,
나의 대답은 소살리토 였다.

지금도 소살리토는 내가 지내고 싶은 곳 다섯 내지는 열 에 너끈히 들어가는 곳이지만,
언제나 다시 그 곳을 스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고싶다.
'나의' 샌프란시스코






2008/02/09 21:14 2008/02/09 21:14

무방비도시

from Le Cinéma 2008/01/12 14:58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방비도시
이상기 감독
김명민 김해숙 손예진

한국 살이의 즐거움 중 하나는 영화관에 가득 한 한국영화들이다.
나는 영화에 관해 그리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라, 작가주의 예술영화 뿐 아니라 완성도를 떠나 예쁜 언니 오빠들이 나오는 상업영화들도 아주 좋아하는데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살다보면 그런 영화들을 접할 기회가 열번에 한번도 안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건 아니지만, 미국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전광판을 꽉꽉 채우고 있는 딴나라 극장들을 드나들다보면 우리나라 극장이 정말 그리워진다. 미국사람 말고, 유럽사람 말고,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싶을때. 자국 영화가 선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토양은 내게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한국의 일면이다.

우리 집 식구들은 떼로 몰려가서 넷이 주르륵 앉아 팝콘과 콜라를 돌려먹으며 영화보기를 무척 즐기는데,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동생이 선택한 좀비영화의 악몽 - 나는 전설이다 -을 뒤로하고 오늘은 동생이 미리 보겠다고 못박아두었던 '마법에 걸린 사랑' 대신 내가 '무방비도시'를 보자고 우겼다. 넷이서 극장에 가면 영화 선택권은 주로 나와 내 동생에게 있는데, 오늘 내가 좀 비실비실 댄 탓인지 동생은 별 반항없이 '마법에 걸린 사랑'을 포기했다.

김빠지는 영화들이 너무 많은 요즘, '무방비도시'는 매끈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구성만은 괜찮았다. 무분별한 조폭영화들에 비해 소매치기라는 소재는 새로웠고, 주,조연을 모두 포함해 캐스팅도 적격이었다. 범죄 액션 이라는 영화의 장르에 기대할 만한 것은 모두 충실하게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영화는 어설프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영화를 보며, 요즘은 조폭도 직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 영화의 경우는 '조직 범죄단'이라는 표현이 더욱 정확하겠지만. 왜, 사람은 보고 배운대로 먹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나. 세상에는 초중고등학교를 차례로 졸업하고 대학을 가거나 일을 잡아 말 그대로 '남들 사는 것 처럼'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런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나가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속에나 나올 이야기라고 웃을 지도 모르지만, 아빠가 조폭이라던가 엄마가 야쿠자의 현지처라던가 하는 '영화같은' 설정은 사실 몇다리만 건너면 얼마든지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매치기 엄마에게서 태어나 소매치기 이모, 아저씨들을 선생삼아 자란 백장미가 프로 쓸이꾼으로 업계 선두를 달리게 되는 인생은 십수년전에 형사아저씨들과 외국에 나간 엄마 없이 형사로 잘 자란 조대영이라는 인물보다 오히려 현실적이다. 이 영화는 인물들의 존재와 이유에 관한 설명에 결코 무성의하지 않다.

이미 배우로서 어느정도 안정된 상태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행운의 사나이 김명민은 주연에 걸맞는 무게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뭔가 사포질이 덜 된듯한 이 영화를 잘 이끌었다. 영화 제작사 쪽에서는 소매치기라는 소재 외에도 '팜므 파탈로 변신한 손예진'을 통해 이 영화만의 매력적인 색채를 만들고자 했던것 같은데, 그도 상대가 김명민이 아니었더라면 어려웠지 않나 싶다. 그만큼 그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영화의 중심추 역할을 잘 해주었다.
예쁜 손예진도 섹시하고, 도회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주었다. 연기자체는 평균 이상이었지만 불안정한 대사 톤 탓인지 아직도 물이 올랐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손예진에게 전혀 기대하는 바가 없었던 이전에 비해 지금은 그녀의 차기작이 궁금하다. '배우'가 되려는 열의는 보이지 않더라도 그녀는 관객을 낙심시키지는 않는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적어도 손예진은 아주 예쁘고, 매력도 있고, 재능도 있는 편이니까. (최근에 '싸움'에서의 김태희를 보고 나는 낙심했다.)
이 영화의 퀸은 김해숙 선생님이 아닌가 싶다. 요즘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에 감동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오늘도 그랬다.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연기라는 생각도 못하게 된다. 하도 많은 드라마에 엄마로 나오시는 분이라 초반에는 강만옥이라는 인물에 몰입하기 어려웠지만 그 이후에는 김해숙이라는 이름을 잊어버렸다. 백장미를 볼때는 손예진을 보고 조대영을 보면서는 자꾸 김명민을 떠올렸지만 강만옥은 그냥 강만옥이었다. 바로 이것이 김해숙이라는 배우가 지닌 '흡인력'이다.

영화가 15금 판정에 비해 너무 잔인하다. 총보다는 칼을 쓰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그 잔인함은 배가 되어 관객들을 괴롭힌다. 이보다 좀 덜 잔인했어도 액션의 완성도가 떨어지지는 않았을것이라 확신한다. 중고등학생도 못 보게 했으면 싶을 영화를 완전 꼬꼬마들을 데리고 와서 보는 부모들도 있었는데, 내가 부모가 되면, 다른 건 몰라도 영화 등급만큼은 좀 엄격하게 지켜줘야겠다.

2008/01/12 14:58 2008/01/12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