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voyage!'에 해당되는 글 32건

  1. dix-sept (1) 2010/11/14
  2. seize 2010/11/14
  3. quinze (2) 2010/11/10
  4. quartoze (1) 2010/08/17
  5. treize (2) 2010/07/09
  6. douze 2010/06/07
  7. onze (4) 2010/05/14
  8. dix (2) 2010/05/11
  9. neuf 2010/05/03
  10. huit 2010/03/22

dix-sept

from Bon voyage! 2010/11/14 11:58

salade ii
샐러드 ii

어느날 학교 앞에서 그녀와 그를 만났다. 나는 점심을 먹으러 집에 가는 길이었고 두 사람은 내가 사는 집 근처 빵집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무엇을 먹었느냐 물었더니 샐러드를 먹었다고 했다. 연어와 아보카도와 토마토가 가득 들어있는 엄청나게 푸짐한 샐러드였다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손을 흔들며 배부른 시늉을 해 보였다. 나는 그 샐러드가 궁금했다. 하지만 금방 잊어버렸다. 일주일에 세번은 그 집에서 빵을 사면서도 샐러드를 살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 해가 다 갔다.  
잘 다니던 산책로가 공사중이었던 탓에 방향을 틀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생각보다 오래 걸었다. 우리는 지쳤고 나는 그 샐러드를 떠올렸다. 가게에 들어가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메뉴판을 열심히 읽고 샐러드를 골랐더니 작은 바게트 빵을 두개나 챙겨주었다. 플라스틱 샐러드 보울도 무척 깊었다. 온 그릇을 뒤덮고 있는 연어도, 수북한 아보카도도 범상치는 않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건 레몬이었다. 슬라이스가 아니라 반개가 통째로 들어있었다.
동생에게는 원하는 빅 맥을 사주고 메디아떼끄 앞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드레싱 없이 레몬즙만 가지고 먹는 샐러드는 시금새곰 했지만 향이 좋았다. 신선함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샐러드 보울을 비우는 데는 실패했다.
그곳에는 더 이상 그도 없고 그녀도 없고, 어리고 순진했던 우리에게 더 할 나위 없이 상냥했던 그 시절도 없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불랑즈리는 그와 그녀가 먹었고 내가 들은 그 샐러드를 팔고 있었다.
우습게도 그런 것들에서 위안을 얻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미셸 크레포 아비뉴, 라 로셸
Avenue Michel Crépeau,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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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4 11:58 2010/11/14 11:58

seize

from Bon voyage! 2010/11/14 11:56

La ville du Grand pavois
그랑 파부아의 도시

그녀의 방 창문 너머로는 부두를 가득 메우고 있는 요트들이 보였다. 해가 저물어 주위가 고요해지고 밤 바닷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깡, 깡, 깡, 요트를 매어 놓은 쇠줄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밤이 깊어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날, 그녀의 침대 곁에서 새벽 내 그 소리를 들었다.  
날이 밝은 후 집을 향해 흐린 눈으로 걸었던 부둣길을 이번에는 반대로 쭉 걸어 갔다. 드물게 맑은 하늘에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겨울 아침이었다. 선착장을 가득 채운 크고 작은 요트들은 마치 늦잠을 자는 애기들마냥 조용 했다.

마리약 부두, 라 로셸
Quai de Marillac,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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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4 11:56 2010/11/14 11:56

quinze

from Bon voyage! 2010/11/10 19:53


une salade i
샐러드 i

흡사 종이처럼 보이는 애매한 보라색 테이블 보 위에 빨간 종이 냅킨이 놓여있었다. 아이스크림에는 알록달록하고 반짝거리는 총채 모양 비닐 술이 달린 장식까지 꽂아주었다. '종이 접기', '공작 교실'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며 식사를 기다렸다. 동생은 가능 할때면 언제나 고기 요리를 주문했고 와인을 마시고 싶어했다. 나는 그런 일관성은 없어서, 아쿠아리움과 부두의 요트들을 생각하며 해산물 샐러드를 주문했다.
그리고 양상추 위에 차가운 삶은 새우와, 게 살과, 삶은 홍합과 익힌 연어살이 나란히 나란히 그리고 수북히 쌓인 한 접시를 받았다. 밋밋한 맛일 줄 알았는데, 네 가지 재료 모두 적당히 조미가 되어 있어서 마치 어린이 간식같은 맛이 났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압도적인 샐러드와 드미 바게트를 싹싹 해치우는 매력적인 여자가 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다.  

라 마린, 라 로셸
La Marine,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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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0 19:53 2010/11/10 19:53

quartoze

from Bon voyage! 2010/08/17 13:27


Ma ville d'enfance
내 유년의 도시

흐리고, 추웠다. 거리엔 크리스마스 장식이 남아있었고 아이 몇을 태운 회전 목마가 쉼 없이 돌았다. '몰리에르'와 '아쥐르 에 아스마르'를 봤던 극장과 '카페 드 라 페'가 있고, 한 번도 사먹어 본 적 없는 크레프리, 파티스리와 불어를 모르고 살 적부터 좋아했던, 책을 가득가득 쟁여놓고 열심히 베스트셀러를 소개하는 쪽지를 붙여 책을 진열하는 작은 서점과 단 한 번도 모르는 척 하고 지나친 적이 없었던 파티스리 '디 졸리'가 있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 변한 것은 나 뿐이었다.

플라스 드 베르덩, 라 로셸
Place de Verdun,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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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13:27 2010/08/17 13:27

treize

from Bon voyage! 2010/07/09 23:38

Boeuf Bourgignon, Peach Melba
뵈프 부르기뇽, 피치 멜바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은 그 자리 그대로였다. 아르누보 풍 동그란 조명도, 옷가지와 짐을 올려놓는 금색 봉 선반도, 평범한 음식 맛도, 앞치마를 두르고 테이블 위에 깐 종이 위에 계산서를 써주는 서버 아저씨도, 그리고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나올 즈음 레스토랑 라벨이 다닥다닥 붙은 식당 문 앞에서부터 파사주 입구를 끼고 골목을 따라 길게 늘어선 손님들의 줄도. 이번에도 나는 동양인의 빠른 식사시간에 대해 생각하며 식당을 나섰다.
사실 다시 찾게 될 줄 몰랐다. 어쩌다보니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이 아는 -나 뿐만 아니라 파리 시민 더하기 여행객들의 절반은 그 존재를 알고있을 - 식당이었고 우리는 더 나은 어딘가를 찾아 나설 생각이 없었다. 둘 뿐이었기 때문에 4인용 테이블에 합석해야 했다. 옆자리에는 대학에서 만난 아저씨와 아가씨가 데이트 중이었다. 슈크루트와 소세지, 생선 요리가 그들의 저녁식사였다. 무려 두 계절이 지난 지금까지 생판 모르는 합석 커플의 저녁메뉴까지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보다 먼저 온 그 커플의 식사가 훨씬 늦게 나왔고, 아가씨가 주문한 생선요리의 뼈를 서버아저씨가 테이블 옆에서 매우 정성스럽게 발라주던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뼈를 발라 준것 까지는 매우 고마워했으나 다른 음식이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기분이 상한 커플은 서버아저씨의 디저트 권유를 거절했다.
어쨌거나 우리는 전채로 버터 소세지를 나눠먹고 각자 뵈프 부르기뇽과 스텍 아셰를 주문했다. 뵈프 부프기뇽을 보는 순간 우리가 고기, 고기, 고기만을 주문했다는 점을 깨닿고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다행히 동생은 나온 고기를 모두 먹었고 맛있다고 덧붙이기까지 하여 나는 안심하고 감탄했다.
디저트로 시킨 라즈베리 쿨리를 얹은 파 브루통 비슷한 과자는 단순히 맛이 없었지만 통조림 복숭아를 얹은 피치 멜바 앞에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섭섭하고 서글프고 아쉬웠지만 달긴 달았다. 단순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단순한 통조림 복숭아. 그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건 카르트 도르 carte d'or 일까 아니면 매그넘일까 생각했다. 둘 다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에스코피에가 넬리 멜바를 위해 만들었다는 그 디저트는 수많은 바리에이션을 거쳐 2010년, 피치멜바를 피치멜바일 수 있게 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와 최후의 패턴으로 내 앞에 놓였다. 그것을 피치멜바 미니멀리즘이라고 해야 할지, 대중 피치멜바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샤르티에, 오페라
Chartier, 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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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9 23:38 2010/07/09 23:38

douze

from Bon voyage! 2010/06/07 22:24

my fantasy
공상

어떤 영화에서 였더라, 높은 곳에서 파리 전체를 조망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시퀀스를 본 적이 있다. 해질 무렵 보다는 이른 아침. 아침 노을 빛 안개가 엷개 낀 그 시퀀스 속 파리의 얼굴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나른히 창 밖을 바라보는 여자의 부은 살구빛 입술처럼 자꾸만 눈이 가고, 자꾸만 보고싶어지는 모습이었다. 낮게 깔린 옛날 건물들 이쪽 끝이 몽마르트고, 저쪽 끝에 에펠이 있다. 그리고 살짝 도드라진 퐁피두, 몽파르나스.
그렇게 조금 떨어져서 찬찬히 바라보고 있자면, 떠오르는 형용사는 딱 하나다. fantastique. 어째서 환상적이다, 공상적이군, 몽환적이네, 같은 여러 모국어 표현이 먼저 떠오르지 않는걸까, 생각해 봤지만 잘 모르겠다. 모국어와 두 외국어가 팔 대 일 대 일 정도 되는 비율로 연결, 혹은 단절되어 있는 사고 회로의 작용일까, 아니면 순전히 개인적인 언어 사용의 잔재일까.  
그날, 퐁피두 꼭대기층에서는 피에르 술라주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 어마어마하고 끝없이 까만 술라주의 울트라 검정에 시커멓게 질린 얼굴로 전시장을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기 전, 조금 빈둥거렸다.

퐁피두 센터
Centre Pompid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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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7 22:24 2010/06/07 22:24

onze

from Bon voyage! 2010/05/14 21:33

Breakfast, lunch, tea
아침, 점심, 차

 오페라 거리에서 몽마르트에 걸어 갈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사실 파리는 작아서 중심지에서라면 어디든 쉬이 걸어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몽마르트는 늘 어디에 붙어있었는지 가물가물 했다. 언덕위의 사크레 쾨르 성당을 바라보며 고급 종이 가게 옆으로 작은 시트로엥과 르노들이 서 있는 골목을 걸었다. 과일 젤리와 계란찜 같은 연어 파테를 구경하며 헉헉 언덕 길도 올랐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생각하던 아침을 먹을 수 없었다. 이른 아침에 점심 때 팔 당큰 케이크니 오렌지 파운드 케이크니 브레드 푸딩을 먼저 구워 내 놓고 우리가 도착 했을 때는 토마토와 시금치가 들어있는 네모난 틀에 키쉬 반죽을 붓는 중이었다.
점심과 함께 팔리기 시작하는 케이크들은 구워서 한 풀 식히는 게 더 맛있고 식감도 좋다. 키쉬와 피자들은 구워서 점심에 맞춰 내는 것이 팔기도 편하고 맛도 있다. 사람들은 때에 따라 먹을 것을 사고 상인들은 때에 맞춰 먹을 것을 만들어 내놓는다. 아침에는 프티 카페와 크로아상, 점심 무렵 부터는 푸짐한 샌드위치나 샐러드, 간식거리들을 판다. 파리는 집 밖에서 아침 일곱시에 국수를 사먹거나 한 밤 중에도 서니 사이드 에그와 베이컨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 일정한 리듬 사이의 아무 곳을 파고 든 우리는 역시 물정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달달한 브레드 푸딩과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한 숟가락 떠먹고 찡그린 동생의 얼굴과 테이블 위에 수십개의 납작한 반죽을 늘어놓고 토마토 소스를 얇게 펴바르고 있는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나는 미안함을 느꼈다. 아, 합리와 논리의 리듬으로 사는 프랑스 아니던가.  

로즈 베이커리
Rose Bak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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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4 21:33 2010/05/14 21:33

dix

from Bon voyage! 2010/05/11 19:04

Label orange, Granny Smith, Royal Gala
오렌지색 라벨, 그라니 스미스, 루아얄 갈라

비좁은 테이블 위에 샴페인 병과 사과, 플라스틱 용기에 든 산딸기, 비닐 봉투에 담은 리치, 마카롱과 페피토를 마구 늘어놓았다. 동생은 과일을 좋아한다. 장을 보러 가서도 과일부터 고르기 시작하더니 이것도 먹고 싶어, 저것도 먹고 싶어, 한참 담다 다 못먹겠지, 라며 몇 개를 내려놓았다. 동생이 고른 그라니 스미스는 사각사각하고 새콤한 맛이 났다. 나는 맛있는 사과의 대명사라는 루아얄 갈라를 골랐지만 퍼석퍼석 했다. 역시, 좋아하는 놈은 못이긴다. 동생이 까주는 리치를 묵묵히 받아먹으며 생각했다. 
그날 저녁 칠링도 없이 플라스틱 컵에 마신 샴페인은 믿을 수 없을만큼 상큼했다. 아 정말 맛있다. 정말 맛있는 샴페인이야. 동생이 까주는 리치를 받아먹으며 내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오페라 베르제르
Bergère Opé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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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19:04 2010/05/11 19:04

neuf

from Bon voyage! 2010/05/03 19:04

The Entertainer
엔터테이너

학교 다닐때, 라면 언제를 말하는 건가 싶기도 하겠지만.
희곡 수업을 참 좋아했다. 남은 건 핀터나 마버같은 작가들의 이름 몇개와 클라우드 나인이나 클로저 같은 작품 몇 편 뿐이지만 그래도 좋아했고, 좋아한다. 
프랑스를 사랑하지만 나는 영국이 참 좋다. 운명인 남편 곁에서 운명 같은 남자를 바라보는 마음이랄까. 첫 사랑이었으되 이제는 어쩔 수 없는 두번째 사랑인 영어가 점점 좋아지는 것도 그렇다.    
나는 파리의 이 비좁고 복잡한 영국 서점이 좋다. 책장 앞, 뒤, 옆, 위로 마구 쌓인 새 책과 헌 책들은 서점보다 서고라는 명사가 어울릴듯한 모습이지만. 필요한 책은 못 찾아도, 마주치는 책이 있어 기쁘다.
찬바람이 불던 날 저녁에 따뜻한 쇼콜라를 마시고 달달해진 입맛을 다시며 이 서점에 들렀었다. 핀터의 서가 앞을 서성이던 내게 손짓 하던 그의 이름은 존 오스본이었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Shakespeare &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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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3 19:04 2010/05/03 19:04

huit

from Bon voyage! 2010/03/22 19:55

les auteurs
작가들

마음에 드는 오래된 의자와, 마음에 드는 오래된 탁자가 있었다.
탁자와 의자라는 이름보다, 책상과 걸상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모양이었다.
조금씩, 오래오래 따뜻하게 마실 수 있도록 큰 사기 포트에 담아 내는 진한 커피와 진한 초콜릿보다도,
헤밍웨이는 그 책상과 걸상과 동그랗고 밝은 조명을 좋아했으리라 생각했다.

레 되 마고
les deux mag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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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2 19:55 2010/03/22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