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오늘보다 추운 내일이 되려나 보다.
내가 사는 건물이 우뚝 솟아있는 동교동 삼거리 아스팔트 도로가 축축 젖었다. 나는 밤 새 차가 달리는 동교동 삼거리가 너무너무 싫지만 그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내게 비를 알려준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젖은 동교동 삼거리는 좋다. 침대에서 빠져나와 배에는 토끼가 등에는 빨간 리본이 그려진 늘어진 노란 티셔츠를 입고 불 꺼진 창가를 몇 번 서성인다. 내가 좋아하는 젖은 동교동 삼거리를 본다. 나는 그 축축하게 젖은 길을 따라 그 손을 잡고 작은 커피와 큰 허니브레드를 사먹으러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입고있는 노란 토끼 티셔츠 위에 눈사람 같은 까만 코트를 입고. 아마도 나가 찬바람을 쐬자 마자, 생각없이 신고 나간 부드러운 신발 끝이 젖어 들자마자 후회하겠지만. 그래도 가고 싶다. 새벽 두시에 그 손을 잡고 신발이야 젖거나 말거나.

게으른 나는 혼자서도 언제나 할 일이 많다. 이 답지 않은 겨울에 나는 조곤조곤하고 두꺼운 옛날 책을 열 두권 읽고 싶고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문법 공부 책 한 권과 단어 공부 책 한 권은 열심히 보고 싶고 이야기를 짓고 노래를 부르고 싶다. 그렇지만 그보다도 단 둘이 북 클럽을 결성해 스물 네권의 책을 읽고 오백년 전부터 꺼내보지 않은 잉글리쉬 그래머 인 유즈와 워드 스마트를 책장에서 꺼내 잘 모르겠다고 설명해달라고 징징대고 싶고 열심히 이야기를 써서 읽어주고 싶고 그 날 아침에 만든 노래 두곡을 차례로 부르게 한뒤 못되게 크리틱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리고 새벽 두시에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나는 점보 허니 브레드가 먹고 싶다고 떼를 쓰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겨우내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해도 빈털이가 되고 새 학기에 무서운 선생님이 쁘띠뜨 네그르 라고 무섭게 혼내도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뚜바비앙 빠드프로블렘 이라고 외치고 다닐거다.

하지만 오늘 밤 일단 나는 혼자고 일단 내일은 할 일이 있고 약속도 있고 읽을 책도 있으니 헬로 키티가 가득 그려진 이불 속으로 들어가 꼬마 번데기처럼 몸을 말고 자야겠다. 그저 잠들어버리기 전 한가지 오늘 떠난 슬픈 사람과는 그가 아무런 연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가 가진 세계고의 더듬이가 오늘은 좀 무뎠으면 한다. 그도 그냥 꼬마 번데기처럼 몸을 말고 깊이 잠들었으면 좋겠다.



   
 
2008/12/02 02:18 2008/12/02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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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머니 2008/12/06 09: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빠드프로블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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