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the same

from Tous Les Jours 2008/03/21 15:31

오전에 공항에 다녀왔다.
프랑스에서 일본으로 들어가는 길에 한국을 경유하는 지인을 만나러.
평일 오전의 공항은 한산 했다.

인천 공항에 가는 길엔 늘 오늘처럼 단순한 기분은 아니었다.
나는 늘 '떠나야만 하게 된' 내 상황이 싫었고,
굳이 떠날 마음을 먹고 공항까지 와버린 내가 싫었고,
그래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실 때까지는 어떻게든 잘 참다가
보안 검색대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는 결국 엉망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었다.
매 번.

이제 생각하는 거지만, 인천 공항은 작다.
인천 이나 홍콩 공항에 비교하면, 푸동이나 드골은 공룡 같다.
굳이 말하자면 아기공룡 둘리 정도.

잠든지 두시간 반 만에 일어나 오렌지 쥬스밖에 먹은 게 없는 속에 커피를 마시고,
점심 무렵 떠나기 전에 한식으로 점심을 대접하기까지
여전한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귀국하고 영어는 고사하고, 불어로 대화를 나눌 일도 거의 없었는데
오랜만에 다른 나라 말로 떠들고 있으려니 보이지 않는 손이 머릿속을 삭삭 긁어주는 느낌이었다.

고맙게도, 그녀는 내가 무진장 좋아하는 포숑 틴 쇼콜라를 선물해주었고,
나도 기분좋게 '좋은 아침' 머그컵을 건네주었다.

어쩌면,
그녀와는 올 가을 즈음,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또 인천공항 보안 검색대 앞에서
얼굴을 잔뜩 찡그린채 울고 있을 지도 모른다.



2008/03/21 15:31 2008/03/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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