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
오카모토 카노코
박영선 옮김
그 허망한 소식을 듣고
삼성역에서 홍대까지 멍하니 지하철을 타면 틀림없이 울어버릴 것 같아서
가던길을 돌아 서점에 들러 한참을 서성였다.
'금방 읽을 수 있을만한, 얇고 쉬운 소설' 을 찾고 싶었는데,
처음 고른 책이 파본이었던 탓에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 주욱 꽂혀있는 서가를 멍청하게 서성거리다
누군가 책꽂이 위에 슬쩍 얹어놓고 간 이 책을 발견했다.
단편집. 그것도 딱 네 작품 밖에 들어있지 않은 얇은 단편집이었다.
그 날 기분에 일본 소설은 아니었으면 싶은 마음이었지만,
백년 전 사람이었던 작가의 연보를 읽고 마음이 동해
사들고 서점을 나와 천천히 읽으며 돌아왔다.
참신한 작품집이다.
100년 전을 살았던 여인의 감성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문학적인 재능과 웃음을 머금게 하는 기지가 네 작품의 이모저모에서 반짝인다.
여성적이고 동양적인 감성에 충실하면서도 서구적인 세련미를 보이는 것이
전형적인 여성 작가의 일본 문학답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재능'의 힘일까.
음식을 소재로 한 세 작품들은 맛깔스럽고
왠지 엄마의 처녀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단편 '뺨때리기'는 고전적이면서도 익살스럽다.
단 두 페이지의 머릿말 만으로 충분히 '좋은 번역가'라는 인상을 주었던 박영선씨의 번역에서도
기존의 인기 일본 소설 번역가들 이상의 '내공'을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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