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moon

from Le Cinéma 2009/12/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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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알람이 나를 침대에서 일으키고 동절기 햇님도 주무시는 어스름 새벽부터 부시럭 거리며 외출준비를 했던 아침.
체온으로 미지근해진 이불 밑에서 흐릿한 눈을 깜빡거리며 실실 쪼개고
내 방 기준 반경 백미터 내에 존재하는 두 영화관에게 신실한 감사를 (마음속으로) 보냈다.

아주 바람직하게도 개봉을 하루 앞당겨준 덕분에 노는 수요일, 집 앞 영화관에서 첫 회차에 뉴문을 보고 왔다. 무려 여덟시 반에!

원작이 있는 영화 보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요즘 나의 팍팍한 일상 속 홀리 엔터테인먼트인 트와일라잇 사가의 영화화를 반기는 내 마음은 비할 데가 없다. 많은 혹평이 원작과 영화의 안팎을 정확하게 재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그럼에도 나는 이런 러블리 하이틴 판타지 로맨스 소설에 삼천 칠백만 달러 플러스 오천만 달러를 들여 러블리 하이틴 판타지 로맨스 영화를 만든 투자자와 제작자가 있어 즐겁다. 물론 미국에서만 제작비의 서너배를 뽑기도 했지만 어쨌든 전 세계에서 이런 기획이 가능한 동네가 저기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홀리 우드 말고 또 있겠는가. 다양성이라는 건, 여러모로 참 괜찮은 가치이다.

타인의 몽상을 엿보는 것은 즐겁다. 영화는 그런 즐거움을 가장 쉬우면서도 섬세하고 분명한 형태로 충족시키는 장르이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요즘 나의 몽상을 지배하고 있는 얄팍한 트와일라잇 사가를 영화로 만나는 것이 즐거운 것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그런 맥락에서다. 육백 페이지짜리 페이퍼백을 끼고 여러 날 여러 달 밀도높은 상상의 세계를 즐긴 후 두시간 휘리릭 맛보는 영화는 비싸고 작지만 공들여 만든 후식과 비슷하다. 본식은 아니지만, 그와 어우러져 어떤 마침표가 된다는 점에서 나름의 가치가 있다.  

워낙에 '돈을 버는' 영화이다 보니 심혈을 기울인 특수효과 외에는 두드러지는게 없는 연출이었다. 그러나 무조건 잘 만들되 모험은 절대 할 수 없는 필름을 만드는 입장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더하기 보다는 빼기 였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이 이 영화를 찍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을지 궁금했다. 제이콥 역의 테일러 로트너는 일년동안 이 한 작품을 위해 지옥을 맛보았겠지만 나머지 배우들이 영화를 찍은 시간은 길어야 한달 이상을 생각 할 수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게 크리스틴 스튜어트인데 그녀의 연기 조차 왠지 짧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연기의 밀도가 문제인지 빠른 편집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늘 그렇듯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은 영화에 잘 어울린다. 최악의 캐스팅이라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안이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볼때 좀 심심하지만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전작에서부터 느낀 바대로 테일러 로트너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딱 한가지, 아름다운 등근육은 운동으로 지키되 얼굴 선 망가지기 전에 프로틴 파우더는 좀 줄였으면 싶다. 뭐 솔직히, 키가 훌쩍 크고 면 티셔츠만 입어도 저렇게 예쁜 아가를 마다할 자신은 절대 없다.
2009/12/02 14:09 2009/12/02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