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통시 하이쿠는 흔히 꿀벌에 비유된다.
몸집은 작지만 꿀과 침을 함께 가지고 있어 읽으면 따끔하면서도 달콤하다는 것이다.
- "하이쿠와 유키요에 그리고 에도시절"에 쓰인 신경림 시인의 추천사 가운데서
따끔하고도 달콤한
꿀벌같은 작은 글.
*
하이쿠와 동류의 일본 전통시들이 주석에 주렁주렁 매달려 추리에는 집중하기가 영 힘든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을 저녁 내 읽었다. 그리고
올 여름에 종로서 충동구매하고서는 방바닥 책꽂이 -> 그 근처 방바닥 -> 앉은뱅이 책상 위로 온 방안을 굴러다닌
"하이쿠와 유키요에 그리고 에도시절"과 눈이 맞았다.
아 정말, 나는 게으르고 멍청한 운명의 노예인가보다.
생각없이 빌린 추리소설과 생각없이 사들인 그림책이 반년만에 이토록 완벽한 세계가 되어 나를 이끌다니.
골라놓은 책 열권의 맨 밑에 깔려있는 걸 꺼내 책장을 스르륵 넘겼더니,
화투는 못쳐도 동양화는 아름답구나.
일단 이 책부터 밑줄 그어가며 읽기로 결심했다.
역시
마음에 드는 책은 방바닥에 굴리더라도 일단 지르고 보면 인연이 된다는 아름다운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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