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의 하이쿠 잡담

from Le Signet 2008/12/15 02:02


일본의 전통시 하이쿠는 흔히 꿀벌에 비유된다.
몸집은 작지만 꿀과 침을 함께 가지고 있어 읽으면 따끔하면서도 달콤하다는 것이다.

- "하이쿠와 유키요에 그리고 에도시절"에 쓰인 신경림 시인의 추천사 가운데서


따끔하고도 달콤한
꿀벌같은 작은 글.








*

하이쿠와 동류의 일본 전통시들이 주석에 주렁주렁 매달려 추리에는 집중하기가 영 힘든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을 저녁 내 읽었다. 그리고
올 여름에 종로서 충동구매하고서는 방바닥 책꽂이 -> 그 근처 방바닥 -> 앉은뱅이 책상 위로 온 방안을 굴러다닌
"하이쿠와 유키요에 그리고 에도시절"과 눈이 맞았다.

아 정말, 나는 게으르고 멍청한 운명의 노예인가보다.
생각없이 빌린 추리소설과 생각없이 사들인 그림책이 반년만에 이토록 완벽한 세계가 되어 나를 이끌다니.
골라놓은 책 열권의 맨 밑에 깔려있는 걸 꺼내 책장을 스르륵 넘겼더니,
화투는 못쳐도 동양화는 아름답구나.

일단 이 책부터 밑줄 그어가며 읽기로 결심했다.


역시
마음에 드는 책은 방바닥에 굴리더라도 일단 지르고 보면 인연이 된다는 아름다운 교훈을 얻었다.


2008/12/15 02:02 2008/12/15 02:02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오픈아이디로만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