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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make an american quilt
아메리칸 퀼트
/Jocelyn Moorhouse


2005년 무렵 한 대학 선배가 90년대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90년대라면 내가 꼬꼬마에서 겨우겨우 꼬마로 자라 사람인척 하고 다니기 시작했던 시절이라 그때는 그 말을 듣고 느끼는 바가 없었다. 이 필름을 보면서 아주 옛날 영화가 아닌데도 왜 이렇게 그리운 느낌이 드는걸까, 생각 했다. 물론 영화 내용상 여러 번 6,70년대로 돌아가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하지만 그보다는 보는 내내 '아, 이제는 이런 식으로, 이런 풍으로 영화를 찍지는 않지.'하는 생각에 조금은 아쉽고 그럼에도 충만한 기분을 느꼈다.
95년 작인 이 근사한 영화는 자로 잰 듯 다듬지 않아 더 아름답고, 매력적인 소재와 감독이 가진 좋은 취향의 조화 덕분에 사랑스럽다. 여름 날, 할머니와 그 친구들이 손녀를 위해 젊은 날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 한땀한땀 수놓는 웨딩 퀼트는 한여름밤의 허니문처럼 아름다웠다.
여성중심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려워도,  이 영화는 어머니의 딸, 그리고 그 손녀의 인생을 따라 흘러간다.  여성, 자매, 그녀들의 삶과 사랑, 노예 해방 직후 세대의 흑인 여성 캐릭터와 '크레올'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딸, 바느질, 모성과 같은 소재와 설정들이 빚어내는 오묘한 조합도 인상적이다. 이 묘한 문양의 퍼즐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준 후, 감독은 마술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라우라 에스키벨을 떠올리게 하는 바로 그 마법같은 연출에 나는 홀딱 반해버렸다.
 

2010/06/04 16:38 2010/06/04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