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ze

from Bon voyage! 2010/05/14 21:33

Breakfast, lunch, tea
아침, 점심, 차

 오페라 거리에서 몽마르트에 걸어 갈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사실 파리는 작아서 중심지에서라면 어디든 쉬이 걸어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몽마르트는 늘 어디에 붙어있었는지 가물가물 했다. 언덕위의 사크레 쾨르 성당을 바라보며 고급 종이 가게 옆으로 작은 시트로엥과 르노들이 서 있는 골목을 걸었다. 과일 젤리와 계란찜 같은 연어 파테를 구경하며 헉헉 언덕 길도 올랐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생각하던 아침을 먹을 수 없었다. 이른 아침에 점심 때 팔 당큰 케이크니 오렌지 파운드 케이크니 브레드 푸딩을 먼저 구워 내 놓고 우리가 도착 했을 때는 토마토와 시금치가 들어있는 네모난 틀에 키쉬 반죽을 붓는 중이었다.
점심과 함께 팔리기 시작하는 케이크들은 구워서 한 풀 식히는 게 더 맛있고 식감도 좋다. 키쉬와 피자들은 구워서 점심에 맞춰 내는 것이 팔기도 편하고 맛도 있다. 사람들은 때에 따라 먹을 것을 사고 상인들은 때에 맞춰 먹을 것을 만들어 내놓는다. 아침에는 프티 카페와 크로아상, 점심 무렵 부터는 푸짐한 샌드위치나 샐러드, 간식거리들을 판다. 파리는 집 밖에서 아침 일곱시에 국수를 사먹거나 한 밤 중에도 서니 사이드 에그와 베이컨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 일정한 리듬 사이의 아무 곳을 파고 든 우리는 역시 물정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달달한 브레드 푸딩과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한 숟가락 떠먹고 찡그린 동생의 얼굴과 테이블 위에 수십개의 납작한 반죽을 늘어놓고 토마토 소스를 얇게 펴바르고 있는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나는 미안함을 느꼈다. 아, 합리와 논리의 리듬으로 사는 프랑스 아니던가.  

로즈 베이커리
Rose Bak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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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4 21:33 2010/05/14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