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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리집의 화투 열풍 2008/01/11
  3. 아침 2008/01/11
  4. Girls, let's blingbling! 2008/01/03
  5. 브라보 사르코지. 2008/01/03
  6. 빡도는 저녁. 2008/01/03
  7. Keyword of 2008 2008/01/01
  8. 부끄러운 12월의 책 읽기 2007/12/29
  9. TV를 보지 않는 카우치 포테이토의 하루 (1) 2007/12/26
  10. Season's greeting 2007/12/25

무방비도시

from Le Cinéma 2008/01/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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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도시
이상기 감독
김명민 김해숙 손예진

한국 살이의 즐거움 중 하나는 영화관에 가득 한 한국영화들이다.
나는 영화에 관해 그리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라, 작가주의 예술영화 뿐 아니라 완성도를 떠나 예쁜 언니 오빠들이 나오는 상업영화들도 아주 좋아하는데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살다보면 그런 영화들을 접할 기회가 열번에 한번도 안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건 아니지만, 미국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전광판을 꽉꽉 채우고 있는 딴나라 극장들을 드나들다보면 우리나라 극장이 정말 그리워진다. 미국사람 말고, 유럽사람 말고,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싶을때. 자국 영화가 선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토양은 내게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한국의 일면이다.

우리 집 식구들은 떼로 몰려가서 넷이 주르륵 앉아 팝콘과 콜라를 돌려먹으며 영화보기를 무척 즐기는데,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동생이 선택한 좀비영화의 악몽 - 나는 전설이다 -을 뒤로하고 오늘은 동생이 미리 보겠다고 못박아두었던 '마법에 걸린 사랑' 대신 내가 '무방비도시'를 보자고 우겼다. 넷이서 극장에 가면 영화 선택권은 주로 나와 내 동생에게 있는데, 오늘 내가 좀 비실비실 댄 탓인지 동생은 별 반항없이 '마법에 걸린 사랑'을 포기했다.

김빠지는 영화들이 너무 많은 요즘, '무방비도시'는 매끈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구성만은 괜찮았다. 무분별한 조폭영화들에 비해 소매치기라는 소재는 새로웠고, 주,조연을 모두 포함해 캐스팅도 적격이었다. 범죄 액션 이라는 영화의 장르에 기대할 만한 것은 모두 충실하게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영화는 어설프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영화를 보며, 요즘은 조폭도 직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 영화의 경우는 '조직 범죄단'이라는 표현이 더욱 정확하겠지만. 왜, 사람은 보고 배운대로 먹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나. 세상에는 초중고등학교를 차례로 졸업하고 대학을 가거나 일을 잡아 말 그대로 '남들 사는 것 처럼'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런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나가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속에나 나올 이야기라고 웃을 지도 모르지만, 아빠가 조폭이라던가 엄마가 야쿠자의 현지처라던가 하는 '영화같은' 설정은 사실 몇다리만 건너면 얼마든지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매치기 엄마에게서 태어나 소매치기 이모, 아저씨들을 선생삼아 자란 백장미가 프로 쓸이꾼으로 업계 선두를 달리게 되는 인생은 십수년전에 형사아저씨들과 외국에 나간 엄마 없이 형사로 잘 자란 조대영이라는 인물보다 오히려 현실적이다. 이 영화는 인물들의 존재와 이유에 관한 설명에 결코 무성의하지 않다.

이미 배우로서 어느정도 안정된 상태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행운의 사나이 김명민은 주연에 걸맞는 무게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뭔가 사포질이 덜 된듯한 이 영화를 잘 이끌었다. 영화 제작사 쪽에서는 소매치기라는 소재 외에도 '팜므 파탈로 변신한 손예진'을 통해 이 영화만의 매력적인 색채를 만들고자 했던것 같은데, 그도 상대가 김명민이 아니었더라면 어려웠지 않나 싶다. 그만큼 그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영화의 중심추 역할을 잘 해주었다.
예쁜 손예진도 섹시하고, 도회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주었다. 연기자체는 평균 이상이었지만 불안정한 대사 톤 탓인지 아직도 물이 올랐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손예진에게 전혀 기대하는 바가 없었던 이전에 비해 지금은 그녀의 차기작이 궁금하다. '배우'가 되려는 열의는 보이지 않더라도 그녀는 관객을 낙심시키지는 않는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적어도 손예진은 아주 예쁘고, 매력도 있고, 재능도 있는 편이니까. (최근에 '싸움'에서의 김태희를 보고 나는 낙심했다.)
이 영화의 퀸은 김해숙 선생님이 아닌가 싶다. 요즘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에 감동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오늘도 그랬다.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연기라는 생각도 못하게 된다. 하도 많은 드라마에 엄마로 나오시는 분이라 초반에는 강만옥이라는 인물에 몰입하기 어려웠지만 그 이후에는 김해숙이라는 이름을 잊어버렸다. 백장미를 볼때는 손예진을 보고 조대영을 보면서는 자꾸 김명민을 떠올렸지만 강만옥은 그냥 강만옥이었다. 바로 이것이 김해숙이라는 배우가 지닌 '흡인력'이다.

영화가 15금 판정에 비해 너무 잔인하다. 총보다는 칼을 쓰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그 잔인함은 배가 되어 관객들을 괴롭힌다. 이보다 좀 덜 잔인했어도 액션의 완성도가 떨어지지는 않았을것이라 확신한다. 중고등학생도 못 보게 했으면 싶을 영화를 완전 꼬꼬마들을 데리고 와서 보는 부모들도 있었는데, 내가 부모가 되면, 다른 건 몰라도 영화 등급만큼은 좀 엄격하게 지켜줘야겠다.

2008/01/12 14:58 2008/01/12 14:58

몇일 전 내 동생이 집에서 심심해 하시는 아빠에게 인터넷 바둑에 이어 인터넷 화투를 가르쳐 드렸다.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신 아빠는 - 참고로, 우리 아빠는 컴맹에, 이렇게 말하면 분명히 화내시겠지만 역시 분명한 '기계치'시다 - 틈이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나름대로 열심히 맞고를 익히고 계신데, 참 알수 없는것이 스스로 절대 못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몇일째 동생이 애써 모은 게임 머니를 계속 '푸고'계신다는 사실이다.
몇일동안 동생은 매일 게임 머니를 쌓고 아빠는 그걸 탕진하시는 나날이 반복되자 이틀 쯤 볼멘소리를 하던 동생은 결국 더이상 자신의 게임 머니를 잃을 수 없다며 오늘 저녁 아빠를 직접 게임 사이트에 가입시켜 드렸다.

아빠가 동생 방에서 인터넷 맞고 세계의 쓴맛을 보고 계시는 동안, 동생은 큰방 침대에 앉아 이번에는 엄마에게 고스톱을 가르쳐드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게 엄마는 고스톱을 칠 줄 모르시고 막내가 그걸 배워와 가르치고 있으니, 좀 재미있긴하다. 가르쳐주겠다는 동생의 의욕을 생각해 조금 흥미를 보이시던 엄마는 금세 다시 텔레비젼 앞으로 돌아오셨지만 어쨌든 오늘 저녁 나절에는 잠시 나를 제외한 온 집안이 맞고 삼매경에 빠져 동양화 감상에 여념이 없었다.

노름은 물론 건전하지 못한 취미이지만 복권이든 오락이든 확 빠졌다가 언제 그랬냐는듯 잊어버리고 다른 놀 거리에 몰두하는 우리집 식구들을 생각할때 인터넷 맞고는 잠시 지나가는 재미있는 바람이다. 다만 요즘 아빠가 문자 보내기에 성공하시고는 기고만장하시어 회사 책상에 컴퓨터를 놓으시겠다고 - 독수리 타법은 고사하고 웹서핑 한번 해본 적 없으신 아빠가! - 선포하신 상황이라 아빠의 인터넷 맞고 놀이는 더 오래 갈지도 모르겠다. 뭐, 맨날, 그것도 몇대나 되는 컴퓨터를 '사주기만' 하셨던 아빠가 미미하나마 컴퓨터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시는 것도 괜찮은 일 아닌가 :)

2008/01/11 22:42 2008/01/11 22:42

아침

from Bon voyage! 2008/01/1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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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추이 한복판의 오래된 호텔은
나이든 얼굴로 상냥하게 나를 맞아
매일 밤 깨끗하고 포근한 침대 속에 나를 품어주었다.

달콤했던, 포근했던.
2008/01/11 00:19 2008/01/11 00:19

I'm off for a while.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Blingbling girl in HK.
그러고보니 딱 반년만이군요 :)

2008/01/03 16:55 2008/01/03 16:55

브라보 사르코지.

from Tous Les Jours 2008/01/03 01:14

사르코지가 새 여자친구와 이집트 여행을 떠났다는 뉴스를 들으며
원래 이래저래 여자가 많았던 양반이지 하고 넘겼던 나.

그의 새 여자친구가 캬를라 브뤼니라는 말을 듣고 바로 검색 들어갔다
바로 내가 아는 그  Quelqu'un m'a dit 의 그녀가 맞았다

역시 여자나 남자나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
전 남자친구가 약소하게는 케빈 코스트너, 뱅상 뻬레 부터 로널드 트럼프에 이르렀으니.
그 스케일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나도 대통령이랑 연애 해보고 싶다...
근데, 그게 가능한 나라가 이 지구상에 몇이나 될까?



2008/01/03 01:14 2008/01/03 01:14

빡도는 저녁.

from Tous Les Jours 2008/01/03 00:18

신년부터 나를 빡돌게 하는 엠비 아자씨.
이렇게 요란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일찍이 본 적이 없군요.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품위를 기대하는 것은 헛짓이라는 걸 내 이미 잘 아는 바.
그러나 난리 블루스도 정도 껏 추시지요.

대통령 임기가 아직도 두달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인수위원회가 국정을 들었다 놨다하는 것도 모자라
현직 대통령은 누구 말마따나 시한부 취급에, 전부 뜯어고치겠다고 발광을 하는데
아주 이미 대통령이시더이다.

내보기에 당신의 그 잘난 인수위는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현 정부의 취약점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려는게 아니라
전부 뜯어고쳐 쑥대밭을 만들고자 작정한 것 같던데요.
서민들은 중산층이 많아지는 나라를 바라는 것이지 당신 옛버릇 그대로 불도저식 경영으로 맥주 거품같은 경제 성장률을 원하는게 아닌고로. 현대 또한 당신 혼자 만든 기업이 아니지요.
참고로 나는 내놓을 금반지 하나도 아직 안 만들어 놨답니다.

매일 저녁 아저씨가, 적어도 아저씨 보좌관이 아홉시 뉴스는 보고 브리핑을 할텐데
수십년만의 폭설에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소들을 동태만들게 생긴 한우 농가 농민의 눈물섞인 목소리와
열심히 키운 농작물 수확도 못해보고 전부 갈아엎게 생긴 농민들의 한숨은 눈에도 안들어오시던가요.
거기 대고 당신은 한마디 코멘트도 없더군요.
하긴, 잔치집에 눈소식이었으니 듣고 기분이나 좋고 마셨을까요?
그런 찬바람에 치를 떠는 겁니다. 호남 사람들은.

지금 대운하가 문젭니까?
당신이 원하면 없는 땅도 만들어 파게 생겼던데요.
당신이 입에 거품 물고 만들겠다 장담하는 그 운하는
정상적인 기반 조사, 환경 조사만 제대로 거치는데 3년이 걸린다던데
왜, 이것도 당신 임기 5년 안에 열심히 파헤쳐 청계천처럼 만드시려고요?
듣자하니 요즘 청계천에는 사람 팔뚝만한 쥐가 다닌다지요.
왜 그런지는 당신 주변 토목 전문가한테 물어보셔요.
하긴, 아저씨는 그 물에 발 담글 일도 없지요?

우리 아버지는 당신을 믿고 계신다던데요
나는 영 당신이 못미더워요.
사실 나는 노무현도 좋아하고 이명박도 좋아하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너무 꿈같은 생각인가요.







2008/01/03 00:18 2008/01/03 00:18

Keyword of 2008

from Tous Les Jours 2008/01/01 23:16


올해의 단어
Concentration & Passion

2008년 새해는 집중과 열정의 한해로.
꿈을 이루기 위한 단단한 초석을 다질 수 있는 한해로.

Wanna be MichelangelA.

2008/01/01 23:16 2008/01/0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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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12월이 시작될 즈음 과연 연말이란게 오긴 오는 걸까, 침대에 누워 흐리멍덩한 눈으로 생각했었다. 여덟번의 시험과 네개의 레포트와 두 번의 발표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시험기간에는 책이 미친듯이 잘 읽힌다. 늘 그랬다. 멀리 돌아갈 것도 없이 상대적으로 한가했던 중간고사때도 그동안 질질 끌어왔던 책들을 모두 끝냈다. 내 나름대로의 현실도피 일수도, 스트레스 해소법일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날개라도 단 것 같다.

12월 21일 까지 계속 되었던 월화수목금금금의 나날 속에서도 나는 끊임없이 딴짓할 시간을 만들어내 책을 봤다. 사실 정신적으로는 월화수목금금금이었으나 육체적으로는 오히려 여유를 부렸다. 공부는 덜했고 잠은 더 잤다. 당연히 스트레스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래서 공부할 시간에는 책을 이고 앉아 읽었다. 악순환이었다.

아무튼, 그 결과를 헤아려보니 중간고사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일일이 감상을 쓰자니 너무 많고, 그래도 간만에 많이 읽었는데 그냥 넘기기는 아쉬워서 간단한 코멘트로 정리해보기로 했다.


Key Word : 책으로 스트레스 풀기

1
어느 멋진 순간 / 피터 메일
나는 피터 메일을 좋아한다. 그의 모든 사는 이야기와 아동 서적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작가 이력과 그의 소설들을, 그의 유머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좋아한다. 그가 계속해서 광고 AE로 날리다가 광고계에 관한 에세이나 소설을 썼더래도 나는 그의 글을 좋아했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본래 메일의 문체를 아주 좋아한다. 게다가 이 작품에는 메일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더 밝은 톤으로 녹아있고, 집중하기도 쉽다. 프로방스 요리와 와인 이야기도 흥미롭다. 가장 좋은 것은 이 소설의 남자주인공, 정확히 말하자면 피터 메일의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들이다. 이 남자들은 정말 솔직하고 귀엽다.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여자를 밝히고 능글맞다.) 열세살에 버틀러 선장님께 이상형의 깃발을 드린 이래로 딱히 마음에 드는 이가 없었는데, 딱 십년만에 그 바톤을 이어받을 인물을 찾아 가슴이 다 두근거린다. :)

2
런던 스케치 / 도리스 레싱
레싱의 단편집. 나는 런던이라는 도시에 큰 애정이나 동경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 그러기엔 그 옆의 파리를 너무나 편애하므로 -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런던이라는 소재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처음 읽은 레싱은 무척이나 신선하면서도 짙은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단편집이 그렇듯, 구성이나 이야기가 고르지는 않지만 몇 작품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 중 '데비와 줄리'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3
처음 드시는 분 들을 위한 초밥 / 매리언 키스
삼청동 북까페 '내서재'에서 간간히 들어가있는 삽화가 예쁘다는 이유로 충동구매한 이후, '이건 쓰레기야!'라고 외치기도 했고 '차라리 영어로 읽었다면 프라다 때처럼 보람이라도 있었을텐데'하고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쁘진 않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나 쇼퍼 홀릭 같은 류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여자 주인공들도 흥미로운 편이고 배경이 아일랜드라 색다른 구석이 있다.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릴만한 유머도 있고 영어로 읽는다면 더욱 재미있을 농담들이 심심하면 한번씩 등장한다. 다만 번역본의 경우 분량이 상,하권 도합 700페이지 정도 되기 때문에 양은 좀 많은 편이다. 방학 중 킬링타임용으로는 그만.

4
차가운 밤에 / 에쿠니 가오리
가장 최근에 나온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하지만 들어있는 작품들은 꽤 오래된, 그녀의 초기작들이다. 책 제목인 '차가운 밤에'는 이 책의 첫 부분의 이야기들을 묶는 제목으로 모두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고 두번째 파트인 '따스한 접시'는 음식을 매개로 한 이야기들이다. '홀리가든'과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해도'를 읽으면서 이제는 더 괜찮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하기 어려우려나 싶었는데 다행히 이번 신간은 그 이전에 출판된 작품들보다 훨씬 나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요즘 문학계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소설들을 '일본 문학 나부랭이'라고 부르며 그 독자들을 '일본 소설이나 읽는'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인데,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에쿠니 가오리나 바나나, 미야베 미유키를 나쓰메 소세키나 가와바타 야스나리같은 작가들과 한 줄에 세우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재능과 시대의 산물인 그 작품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무엇보다도 보통이 20대에 이 작품을 썼다는게 가장 놀랍다.
이 작품은 연애와 철학을 접목시킨 천재적인 저작임과 동시에 현학적이고 조금은 지루하다. 작품 속 인물이나 사건을 통해 메세지를 전달 하는 방식이 아니라, 화자가 직접 나서 연애의 각 단계별 정신적인 흐름에 대한 시시 콜콜한 철학적 사색들을 꼼꼼히 늘어놓는다. 사건을 통해 A와 B를 설명하거나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A는 B이다 왜냐하면 ...기 때문이다' 라는 식의 어조가 계속된다. 때문에 무릎을 치게 만들만큼 명쾌한 구절들이 무척 많은 반면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적다.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싼값에 구입한 이후 늘 숙제처럼 남아있었던 책이다. 그 숙제를 해결한 것도, 그 이전부터 지니고 있었던 보통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한 것도 모두 개운하다.

6
오늘의 행복 레시피 / 로베르 아르보
지난 가을의 와우 북 페스티벌에서 건진 또 하나의 수작. 정말 프랑스다운, 아름다운 책이다. 전형적인 프랑스식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에세이에 더해 갖가지 귀여운 레시피들이 넘쳐난다.
'프랑스 병'이라는 게 있다. (프랑스 사람들 대부분이 앓고 있고, 가끔 프랑스에서 살다온 외국인들한테도 그 증상이 나타나며 나 역시 발병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보균자임이 확실한 것 같다.) 세계 어딜 가든 프랑스 식에 대한 자부심을 버리지 못하며 해외여행에서 돌아와 샤를드골에 내리자 마자 '그래도 프랑스가 제일 좋아'를 외치는 병. 이 책의 저자 무슈 아르보는 뉴욕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지만 분명 뼛속까지 프랑스 병이 깊은 사람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중간중간 발끈하기도 했지만, 그런 작은 부분 때문에 이 사랑스러운 책을 내팽개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스스로 만족하는 인생을 꾸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뉴욕에서 아르보가 경영하는 '르 가맹(Le Gamin)'에 가보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 가게 된다면 꼭 들러서 정말 그렇게 편안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해볼테다.


Key Word : 여행 :D

7
자신만만 세계여행 홍콩 필살기 / 이가아
홍콩 여행을 준비하며 하나 쯤 사서 보고 싶었던 여행 서적들. 가이드 북을 잘 사는 편은 아니지만 사서 보면 꽤 재미있다. (이전에 샀던 '파리' 가이드북도 너무 재미있어서 파리에서 여름 내 살고 라호셸로 내려가서도 집에서 열심히 들여다 봤었다.) 비행기 안에서 더 꼼꼼하게 읽을 예정이지만 일단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것(!)의 리스트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8
매드포 홍콩, 홍콩에 취하다 / 허원정
이 책은 여행 서적이라기 보다는 홍콩 에세이에 가깝다. 여행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호텔 팁이나 관광지 정보를 얻기 보다는 홍콩을 좀 더 친근하게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읽는 것이 적당하다. 저자가 내가 정기적으로 좋아라하며 체크하는 블로거라 반가운 마음에 책이 나오자마자 주문했다. 블로거들이 책을 내는 경우에 인터넷 상의 포스트들 보다 책이 더 못한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걱정도 좀 했는데, 다행히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다. 요즘 쏟아지는 사진집 뺨치는 기행 에세이들에 비하면 그다지 '예쁜 책'은 아니지만 대신 읽을 거리가 충분하다. 여행에는 이 책도 가져간다.

9
Bon voyage / Masaki
교보문고 외서 코너에서 보고 꽂혀서 사겠다고 잔돈을 모으기 시작했던 책. 돈을 모아야 할 만큼 비쌌던게 아니라, 일본 원서라서 내가 못 읽는 책이기 때문에 사실 이 책을 부러 사는 건 용돈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은 정말 예쁘다. 여행지의 평범한 일상들이 이 책의 사진 속에서는 반짝반짝 빛난다.
모델이자 작가, 예쁜 살림꾼이자 사업가인 마사키가 런던, 파리, 베트남, 교토, 아일랜드, 하와이를 딸 유라라와 여행하며 담은 모습들이 아기자기하면서도 멋스럽게 담겨있다. 이 책이 내가 계획하고 있는 앞으로의 여행들에 신선함과 특별함을 불어넣어주었으면 한다.


Key World : Girly Magazines

10
W, Instyle, Allure
이 달 만큼 내가 잡지를 많이 본 달이 없었다. 몇 번의 기차여행 덕에 책도, 잡지도 원없이 읽었다. 더블유를 보며 처음으로 몽블랑 반지가 예쁘다고 생각햇고 인스타일을 읽으며 케이티 홈즈의 스타일에 눈을 떴다. 얼루어의 이번달 표지는 니콜 키드만 버전의 달력 화보로, - 제시카 심슨을 내세운 인스타일보다도 나쁜 - 진정 최악이라 부를만 했으나 키드만의 담담한 인터뷰만은 괜찮은 읽을 거리였다. 김희선의 결혼 화보를 더블유와 인스타일이 서로 독점 공개라고 주장하는 것은 조금 우스웠다. 그러나 각 잡지의 웨딩드레스, 쥬얼리등의 소개 스타일이 전혀 달라 비교할 만 했다.



잡지 제외, 권 수로 총 열 권이다. 이대로 책을 열심히 읽어 간다면 일년에 백권은 거뜬 할것 같은데. 그것도 학기말의 러쉬 속에서 이루어낸 쾌거인 만큼 이 페이스를 유지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번 달에 읽은 책 중에 도리스 레싱이나 보통을 제외하면 그다지 진지하거나 심각한 집중력이 필요한 경우는 없었다. 이 포스트의 제목도, 그래서 부끄러운 거다. 하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점은 굉장히 뿌듯하다.
새해에는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 양보자 질이 중요하다지만 적당한 양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무의미하다. 일단 많이 읽고 보자. 일년에 백권. 할 수 있을까?

2007/12/29 02:12 2007/12/29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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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약속도 없는데 나가겠다고 부지런을 떨었다. 몇달 전에 갔었던 지누스까페에 가고 싶기도 하고, 책구경을 나가고 싶기도 하고. 아무튼, 놀러 나가고 싶었다. 사실은 어제부터.

집 밖에만 나가면 오만가지 찻집을 물망에 올려두고 골라가는 재미가 있는 홍대와는 대조적으로 광주 집 근처는 무지무지 평화롭다 못해 조금만 걸어나가면 아직도 논이 있고, 여름이면 연꽃이 물 밖으로 밀려 나올 지경으로 피는 방죽이 있다. 우리 집이 있는 북구가 광주에서도 인구밀도가 적은 곳이라 좀 시골스러운것도 사실이지만 그래서 좋은 점이 많다 :)

결과부터 이야기 하자면, 나의 무작정 외출 계획은 내일(날씨가 좋으면)로 밀리고 말았다. 집청소나 좀 하라는 엄마의 핀잔 -결국 청소는 안했다 -에 자꾸 꼬이는 여행스케쥴과 전혀 손님을 받아 여행을 보내려는 의지가 없는 인X파크 여행사 여직원까지 가세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결국 집에 박혀 화분 사진이나 찍고 마침 교보문고에 주문했던 책을 받아 밀키 사탕을 빨며 뒤적거리는 것으로 오후시간을 때웠다.

아예 부지런히 책이며 노트북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갔으면, 아주 책을 미친듯이 읽었으면,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사를 뽑아 공부라도 좀 했으면, 카레를 만들거나 쿠키라도 구웠으면 오늘 하루가 이렇게 무료하진 않았을텐데. 어중간한 게으름은 나의 주적이다. 공부를 하는것도, 책을 보는것도, 노는것도 아니면서 야금야금 시간을 다 잡아먹는다. 어릴때는 종일 TV를 보기도 했데, 혼자 살면서 TV를 아예 들이지 않았더니 이젠 그것도 재미없다. 대신 심심하다는 이유로 시심사심 간식을 먹는다. 사탕을 먹다가 지겨우면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것도 아님 동생이 남긴 과자를 먹고, 그러다가 다섯시가 되자 저녁먹을 시간이라며 밥을 먹는다. 오늘은 특별히 예전에 집에 오셨던 요리사 아주머니가 빌려가셨던 내 우산을 가져다 주시며 손수 만드신 뽕잎차를 챙겨다 주셔서 밥숟가락 빼자마자 차를 끓였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놀랍지도 않겠지만 내가 좀 먹는다.

이렇게 한 일이라고는 없이 하루가 간다. TV를 보지 않을 뿐 하루종일 소파에 파묻혀 혼자 놀았다. 이미 백수고, 나는 집에서 유유자적하는 걸 무척이나 즐기는 사람이지만 매일 이렇게 살면 우울증이나 각종 다양한 정신병을 체험할 수 있겠구나 싶다. 게다가 종일 단걸 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고도 비만이나 당뇨의 위험도 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일 비바람이 몰아치지 않는 한 꼭 놀러 나가겠다고. 내일도 오늘처럼 햇살이 쏟아지는 포근한 겨울 날이었으면 좋겠다.


2007/12/26 19:48 2007/12/26 19:48

Season's greeting

from Tous Les Jours 2007/12/25 22:10



Happy new year, babe


2007/12/25 22:10 2007/12/25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