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hit the destination,
enjoy the journey
cause you can't get off
Herbeat 의 Moving like a train
자꾸만 따라 부르고 싶어지는 가사.
기분 좋은 평일 저녁,
수업을 마치고도 조금도 피곤하지 않은 날.
지하철 역을 나서 집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일주일에 한 두 번 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근처 책보는 찻집에 들러 한 시간쯤 쉬운 소설을 읽다가
슬슬 문 닫을 준비를 하는 열한시 즈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지금 보고 있는 말랑말랑한 소설은 백페이지쯤 남았는데,
다음 번이면 딱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야호.
3월이 다 간다.
머릿속에 가득한 이런 저런 잡념들을 잠시나마 말끔히 치워 줄 수 있는 건
역시 책 뿐인듯 하다.
늘 한결 같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2 days in paris
파리에서 온 여자 뉴욕에서 온 남자
줄리 델피 감독
줄리 델피, 아담 골드버그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하루종일 집에 박혀있었다.
종일 우리집 자물쇠는 빨간 잠김 표시에 걸려 있었고
나는 살구색 바탕에 파란 꽃무늬가 그려진 극세사 잠옷 바지 - 우리 아빠가 제일 싫어하는 - 를 입고 빈둥댔다.
사지 멀쩡하고 건강한 젊은 여자가 하루종일 집에서 잠옷을 집고 빈둥대도 뭐라고 하는 사람 하나 없으니
아, 참으로 관대한 인생이다.
그리고 영화를 봤다.
영화도 내가 입고 뭉갠 바지처럼 말랑말랑 했다.
오랜만에 몇번이나 깔깔대고 웃었을 만큼 재미있기도 했고.
그야말로 매력적인 줄리 델피의 감각이 그녀의 자연스러운 불어와 영어 만큼이나 부러웠다.
미국인과 프랑스인처럼 재미있는 비교대상이 또 어디 있을까.
이 영화는 낭만의 나라 프랑스가 아닌, 그 나라를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진정 공감할만한 유머로 가득차있다.
무려 '프렌치 시크'로 대변되는 '때로는 좀 지저분해 보일 정도의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자유연애'는
한 프랑스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순간 당신이 지고 가야만 하는 십자가로 돌변할지도 모른다.
빠리 쥬뗌 (Paris je t'aime) 도 그래서 좋았지만,
이 영화 속 빠리도 아코디언 소리나 센 강으로 무장하지 않은,
빠리의 민낯을 담고 있어 참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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