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ville d'enfance
내 유년의 도시
흐리고, 추웠다. 거리엔 크리스마스 장식이 남아있었고 아이 몇을 태운 회전 목마가 쉼 없이 돌았다. '몰리에르'와 '아쥐르 에 아스마르'를 봤던 극장과 '카페 드 라 페'가 있고, 한 번도 사먹어 본 적 없는 크레프리, 파티스리와 불어를 모르고 살 적부터 좋아했던, 책을 가득가득 쟁여놓고 열심히 베스트셀러를 소개하는 쪽지를 붙여 책을 진열하는 작은 서점과 단 한 번도 모르는 척 하고 지나친 적이 없었던 파티스리 '디 졸리'가 있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 변한 것은 나 뿐이었다.
플라스 드 베르덩, 라 로셸
Place de Verdun,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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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주의보가 물귀신처럼 들러부터 떨어지지 않았던 일주일이었다.
지난 6월 바캉스 때, 스콘을 두번 떡볶이를 두번 초콜릿칩 쿠키를 두번 씩 말아먹는 동안 일주일이 가버렸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카레를 한 번 만들었을 뿐 설거지도 몇 번 한 기억이 없다. 대신 게으르고 불량한 소파 감자가 되어 과자통을 끼고 밀린 드라마며 영화를 돌려봤다. 별로 놀라울 일도 아니지만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더니 정말 해남 감자처럼 포실포실 살이 찌고 말았다.
"no reservation"
사랑의 레시피
/Scott Hicks
2007년에 이 영화에 심드렁했던 이유는 2010년에 이 영화에 반하기 위해서였다고 확신한다. 이렇게 홀딱 넘어간 이유는 배우도 아니요 감독도 아니요 시나리오도 아니요 단순히 소재도 아니다. 모든 것은 취향. 취향 탓이다. 나는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홀딱 반했다. '조 (아비게일 브레스린)'의 히피풍 롱스커트와 니트 털모자가 사랑스러웠고 닉(아론 에크하트)이 비장의 무기라며 연 컨테이너 속 티라미수에 말 그대로 녹아버렸다. 이제와 국자 티라미수가 대수는 아니지만 나는 장담할 수 있다.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 바닥에 주저 앉아 미리 준비해 온 비장의 락앤락 뚜껑을 여는 사람이라면 요리사 박봉따위 절대로 아랑곳 않고 평생 먹여살릴 각오로 열심히 벌어 사랑하고 아껴주며 잘 살겠다. 군데군데 대사는 너무 작위적이라 전혀 감동적이지 않지만 감독의 미적 센스와 취향이 나로 하여금 이 영화를 사랑하게 하였으니 미우나 고우나 DVD로 소장하여 틈틈히 돌려보며 아껴줄 생각이다.
"the runaways"
런어웨이즈
/Floria Sigismondi
좋아하는 다코타 패닝과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투 톱으로 주연한 영화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뭘 해도 예쁜 크리스틴'이 되어버린 스튜어트로서는 '런어웨이즈'가 좀 더 본인 취향에 가까운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적당히 예쁘고 매우 매력적인 다코타 패닝의 견실한 필모그래피에도 흥미로운 액센트가 될 작품이다. 그러나 강해 보이면서도 살짝 어눌하고 모호한 조앤 제트를 맞춤복처럼 연기한 스튜어트에 비해 '체리 커리'는 패닝에게 살짝 입기 버거운 옷인듯 했다. 하지만 나는 다코타 패닝의 팬이므로 그녀에게서 뇌살적인 매력 내지는 퇴폐미를 찾을 생각은 없다. 스스로의 강렬함에 쓸려 편한 영화는 못 찍는 팔자가 된 크리스티나 리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 여배우가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밴드 영화임에도 그다지 귀에 걸리지 않는 음악과 어중간한 인물과 상황 연출이다. 음악은 취향이 아니라 그랬다고 치자. 그러나 모호함이 어울렸던 '조앤 제트' 외의 인물들은 전부 방향 없이 헤매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감독의 괜찮은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악세사리들이 여럿있긴 했지만 정작 연출 자체가 맥빠진, 아니 거의 연출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감독의 기량이, 혹은 시나리오의 질이 더 좋았더라면 훨씬 와일드하고 매력적인 청춘물이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다는 이야기다.
"coffee and cigarettes"
커피와 담배
/Jim Jarmusch
그래, '데드맨'이 멋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짐 자무쉬가 좋아지지는 않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좋지도 싫지도 않은 영화 잘 찍는 감독, 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브로큰 플라워'와 '커피와 담배'를 보고 나는 결국 자무쉬가의 짐 오빠를 좋아하게 되었다.
앞서 나열한 '데드맨', '브로큰 플라워' 그리고 '커피와 담배'는 그 스타일이 몹시 제각각이다. 짐 오빠가 찍은 영화를 세 편째 보고 나자 나는 그이가 무척 응큼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짐 오빠는 절대 다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 한 편에 심혈을 기울여 혼신의 역작을 찍고자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본인의 재주와 감각, 신랄함과 유머, 그리고 응큼함의 비율을 적당히 조절하고, 때로는 몇가지는 아예 빼버리기도 하며 비교적 초연하게 작업하는 식으로 보인달까. 그런 힘을 뺀 태도도 응큼하다. 왜냐하면 저 머리좋은 짐 오빠는 그게 멋지고 특별해 보이는 길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테니!
제목이 '커피와 담배'고 나는 커피는 매우 좋아하지만 담배는 싫어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담배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질 감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에는 절대로 맛있어 보이는 커피 같은 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왠지 보기만 해도 양잿물을 떠올리게 하는, 요즘에는 스타벅스 오늘의 커피로도 걸리기 힘든 쓰고 떫고 뒷맛 나쁠 것 같은 드립 커피가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단골로 출연한다. 게다가 중간에는 은근 슬쩍 홍차가 나오는 에피소드까지 끼어있다. 참 나.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또 보고 나서 몇 일은 이상하게도 그 커피 메이커로 끓인 커피가 마시고 싶어지는 거다. 역시 짐 오빠에게 넘어 간게 틀림없다.
'커피와 담배'는 짐 자무쉬의 농담같은 작품이다. 하지만 그 농담에는 뼈가 있고, 그 뼈는 때로는 생선의 척추 같기도 하고 잔가시 같기도 해서, 때로는 마치 나를 놀리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나쁜 놈!
Boeuf Bourgignon, Peach Melba
뵈프 부르기뇽, 피치 멜바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은 그 자리 그대로였다. 아르누보 풍 동그란 조명도, 옷가지와 짐을 올려놓는 금색 봉 선반도, 평범한 음식 맛도, 앞치마를 두르고 테이블 위에 깐 종이 위에 계산서를 써주는 서버 아저씨도, 그리고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나올 즈음 레스토랑 라벨이 다닥다닥 붙은 식당 문 앞에서부터 파사주 입구를 끼고 골목을 따라 길게 늘어선 손님들의 줄도. 이번에도 나는 동양인의 빠른 식사시간에 대해 생각하며 식당을 나섰다.
사실 다시 찾게 될 줄 몰랐다. 어쩌다보니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이 아는 -나 뿐만 아니라 파리 시민 더하기 여행객들의 절반은 그 존재를 알고있을 - 식당이었고 우리는 더 나은 어딘가를 찾아 나설 생각이 없었다. 둘 뿐이었기 때문에 4인용 테이블에 합석해야 했다. 옆자리에는 대학에서 만난 아저씨와 아가씨가 데이트 중이었다. 슈크루트와 소세지, 생선 요리가 그들의 저녁식사였다. 무려 두 계절이 지난 지금까지 생판 모르는 합석 커플의 저녁메뉴까지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보다 먼저 온 그 커플의 식사가 훨씬 늦게 나왔고, 아가씨가 주문한 생선요리의 뼈를 서버아저씨가 테이블 옆에서 매우 정성스럽게 발라주던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뼈를 발라 준것 까지는 매우 고마워했으나 다른 음식이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기분이 상한 커플은 서버아저씨의 디저트 권유를 거절했다.
어쨌거나 우리는 전채로 버터 소세지를 나눠먹고 각자 뵈프 부르기뇽과 스텍 아셰를 주문했다. 뵈프 부프기뇽을 보는 순간 우리가 고기, 고기, 고기만을 주문했다는 점을 깨닿고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다행히 동생은 나온 고기를 모두 먹었고 맛있다고 덧붙이기까지 하여 나는 안심하고 감탄했다.
디저트로 시킨 라즈베리 쿨리를 얹은 파 브루통 비슷한 과자는 단순히 맛이 없었지만 통조림 복숭아를 얹은 피치 멜바 앞에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섭섭하고 서글프고 아쉬웠지만 달긴 달았다. 단순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단순한 통조림 복숭아. 그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건 카르트 도르 carte d'or 일까 아니면 매그넘일까 생각했다. 둘 다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에스코피에가 넬리 멜바를 위해 만들었다는 그 디저트는 수많은 바리에이션을 거쳐 2010년, 피치멜바를 피치멜바일 수 있게 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와 최후의 패턴으로 내 앞에 놓였다. 그것을 피치멜바 미니멀리즘이라고 해야 할지, 대중 피치멜바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샤르티에, 오페라
Chartier, Opera
my fantasy
공상
어떤 영화에서 였더라, 높은 곳에서 파리 전체를 조망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시퀀스를 본 적이 있다. 해질 무렵 보다는 이른 아침. 아침 노을 빛 안개가 엷개 낀 그 시퀀스 속 파리의 얼굴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나른히 창 밖을 바라보는 여자의 부은 살구빛 입술처럼 자꾸만 눈이 가고, 자꾸만 보고싶어지는 모습이었다. 낮게 깔린 옛날 건물들 이쪽 끝이 몽마르트고, 저쪽 끝에 에펠이 있다. 그리고 살짝 도드라진 퐁피두, 몽파르나스.
그렇게 조금 떨어져서 찬찬히 바라보고 있자면, 떠오르는 형용사는 딱 하나다. fantastique. 어째서 환상적이다, 공상적이군, 몽환적이네, 같은 여러 모국어 표현이 먼저 떠오르지 않는걸까, 생각해 봤지만 잘 모르겠다. 모국어와 두 외국어가 팔 대 일 대 일 정도 되는 비율로 연결, 혹은 단절되어 있는 사고 회로의 작용일까, 아니면 순전히 개인적인 언어 사용의 잔재일까.
그날, 퐁피두 꼭대기층에서는 피에르 술라주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 어마어마하고 끝없이 까만 술라주의 울트라 검정에 시커멓게 질린 얼굴로 전시장을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기 전, 조금 빈둥거렸다.
퐁피두 센터
Centre Pompidou
아메리칸 퀼트
/Jocelyn Moorhouse
2005년 무렵 한 대학 선배가 90년대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90년대라면 내가 꼬꼬마에서 겨우겨우 꼬마로 자라 사람인척 하고 다니기 시작했던 시절이라 그때는 그 말을 듣고 느끼는 바가 없었다. 이 필름을 보면서 아주 옛날 영화가 아닌데도 왜 이렇게 그리운 느낌이 드는걸까, 생각 했다. 물론 영화 내용상 여러 번 6,70년대로 돌아가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하지만 그보다는 보는 내내 '아, 이제는 이런 식으로, 이런 풍으로 영화를 찍지는 않지.'하는 생각에 조금은 아쉽고 그럼에도 충만한 기분을 느꼈다.
95년 작인 이 근사한 영화는 자로 잰 듯 다듬지 않아 더 아름답고, 매력적인 소재와 감독이 가진 좋은 취향의 조화 덕분에 사랑스럽다. 여름 날, 할머니와 그 친구들이 손녀를 위해 젊은 날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 한땀한땀 수놓는 웨딩 퀼트는 한여름밤의 허니문처럼 아름다웠다.
여성중심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려워도, 이 영화는 어머니의 딸, 그리고 그 손녀의 인생을 따라 흘러간다. 여성, 자매, 그녀들의 삶과 사랑, 노예 해방 직후 세대의 흑인 여성 캐릭터와 '크레올'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딸, 바느질, 모성과 같은 소재와 설정들이 빚어내는 오묘한 조합도 인상적이다. 이 묘한 문양의 퍼즐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준 후, 감독은 마술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라우라 에스키벨을 떠올리게 하는 바로 그 마법같은 연출에 나는 홀딱 반해버렸다.
Breakfast, lunch, tea
아침, 점심, 차
오페라 거리에서 몽마르트에 걸어 갈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사실 파리는 작아서 중심지에서라면 어디든 쉬이 걸어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몽마르트는 늘 어디에 붙어있었는지 가물가물 했다. 언덕위의 사크레 쾨르 성당을 바라보며 고급 종이 가게 옆으로 작은 시트로엥과 르노들이 서 있는 골목을 걸었다. 과일 젤리와 계란찜 같은 연어 파테를 구경하며 헉헉 언덕 길도 올랐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생각하던 아침을 먹을 수 없었다. 이른 아침에 점심 때 팔 당큰 케이크니 오렌지 파운드 케이크니 브레드 푸딩을 먼저 구워 내 놓고 우리가 도착 했을 때는 토마토와 시금치가 들어있는 네모난 틀에 키쉬 반죽을 붓는 중이었다.
점심과 함께 팔리기 시작하는 케이크들은 구워서 한 풀 식히는 게 더 맛있고 식감도 좋다. 키쉬와 피자들은 구워서 점심에 맞춰 내는 것이 팔기도 편하고 맛도 있다. 사람들은 때에 따라 먹을 것을 사고 상인들은 때에 맞춰 먹을 것을 만들어 내놓는다. 아침에는 프티 카페와 크로아상, 점심 무렵 부터는 푸짐한 샌드위치나 샐러드, 간식거리들을 판다. 파리는 집 밖에서 아침 일곱시에 국수를 사먹거나 한 밤 중에도 서니 사이드 에그와 베이컨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 일정한 리듬 사이의 아무 곳을 파고 든 우리는 역시 물정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달달한 브레드 푸딩과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한 숟가락 떠먹고 찡그린 동생의 얼굴과 테이블 위에 수십개의 납작한 반죽을 늘어놓고 토마토 소스를 얇게 펴바르고 있는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나는 미안함을 느꼈다. 아, 합리와 논리의 리듬으로 사는 프랑스 아니던가.
로즈 베이커리
Rose Bakery
Label orange, Granny Smith, Royal Gala
오렌지색 라벨, 그라니 스미스, 루아얄 갈라
비좁은 테이블 위에 샴페인 병과 사과, 플라스틱 용기에 든 산딸기, 비닐 봉투에 담은 리치, 마카롱과 페피토를 마구 늘어놓았다. 동생은 과일을 좋아한다. 장을 보러 가서도 과일부터 고르기 시작하더니 이것도 먹고 싶어, 저것도 먹고 싶어, 한참 담다 다 못먹겠지, 라며 몇 개를 내려놓았다. 동생이 고른 그라니 스미스는 사각사각하고 새콤한 맛이 났다. 나는 맛있는 사과의 대명사라는 루아얄 갈라를 골랐지만 퍼석퍼석 했다. 역시, 좋아하는 놈은 못이긴다. 동생이 까주는 리치를 묵묵히 받아먹으며 생각했다.
그날 저녁 칠링도 없이 플라스틱 컵에 마신 샴페인은 믿을 수 없을만큼 상큼했다. 아 정말 맛있다. 정말 맛있는 샴페인이야. 동생이 까주는 리치를 받아먹으며 내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오페라 베르제르
Bergère Opéra
The Entertainer
엔터테이너
학교 다닐때, 라면 언제를 말하는 건가 싶기도 하겠지만.
희곡 수업을 참 좋아했다. 남은 건 핀터나 마버같은 작가들의 이름 몇개와 클라우드 나인이나 클로저 같은 작품 몇 편 뿐이지만 그래도 좋아했고, 좋아한다.
프랑스를 사랑하지만 나는 영국이 참 좋다. 운명인 남편 곁에서 운명 같은 남자를 바라보는 마음이랄까. 첫 사랑이었으되 이제는 어쩔 수 없는 두번째 사랑인 영어가 점점 좋아지는 것도 그렇다.
나는 파리의 이 비좁고 복잡한 영국 서점이 좋다. 책장 앞, 뒤, 옆, 위로 마구 쌓인 새 책과 헌 책들은 서점보다 서고라는 명사가 어울릴듯한 모습이지만. 필요한 책은 못 찾아도, 마주치는 책이 있어 기쁘다.
찬바람이 불던 날 저녁에 따뜻한 쇼콜라를 마시고 달달해진 입맛을 다시며 이 서점에 들렀었다. 핀터의 서가 앞을 서성이던 내게 손짓 하던 그의 이름은 존 오스본이었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Shakespeare & Company
8h - 18h 순차 번역 점심 순차 동시
의 일과를 마치고 나서 나는,
왕 새알이 든 단팥죽 그릇과
넓은 카페오레 사발에 담긴 우유커피와
라 페뤼쉬 설탕 조각을 앞니로 갉아먹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그럴수 없었던 나는,
다시 나의 쪼끄만 방으로 돌아와
이럴 때를 대비해 선반에 숨겨놓은
팥이 가득 든 모나카와
팥을 많이 넣고 만든 양갱을 먹으며
23시 rédaction 마감을 쳤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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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