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준비물
꽃, 와인 그리고 커피.
올해는 좀 사랑스러운 꽃다발을 해보고 싶어서 홍대주변을 돌다 적당한 꽃집을 찾았다.
예전에 그집 화분을 하나 선물받은 적이 있는데, 작지만 예쁜 꽃이 많다.
빨간 카네이션이 좀 쨍하다 싶어 고운 빛깔로 맞춘 센터피스 예약.
베이비, 코럴 핑크에 문라잇 바이올렛으로 최대한 곱고 사랑스럽게 부탁했다.
엄마 취향을 가장한 내 취향. 결국 내가 사서 주말 내내 내가 보고 좋아할 것 같다. 훗
와인은 우리 코끼리 풍선 아빠를 위해서.
대신 내가 좋아하는 블랑으로 흠흠 (...)
마시고 내가 죽는게 문제긴 하지만 프와토 샤헝뜨 쪽 피노를 구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라호셸 아가들 들어올 때 좀 부탁을 할 걸 그랬다.
마트 와인 코너는 블랑이 너무 약해서 그냥 백화점서 첫눈에 맘에 드는 걸로 골라오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커피를 꼭꼭꼭 챙겨간다.
우리 집은 달동네라 집 근처에서 살 수 있는 커피가 없다.
그러다보니 커피 챙기는걸 잊어버리고 집에 가면 텅빈 커피 메이커를 붙들고 아침마다 신음을 하게 되는데
맨날 엄마를 졸라 차타고 커피사러 가는것도 그렇고, 이과수 커피로 주말을 보내는것도 우울해서
이번엔 꼭 작업실서 먹던 커피를 가져다 끝내고 오기로 했다.
집에서의 내 생활 패턴은 뻔하다.
(내가 골랐다는 이유로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구가 된) 거실 소파에 파묻혀 하나 TV와 공중파를 리모컨 두개로 돌려보다가 책을 끼고 자거나(...), 나방팔크네 가게에 가서 탕수육을 먹으며 빈둥거리거나, 쇼핑킹 아빠와 백화점에서 놀거나, 외할머니와 엄마와 셋이서 3대 목욕을 하고 시장을 간다.
만나는 친구는 박나방 한 개로 한정되어 있고, - 내가 안 만나는게 아니라 만나자는 연락이 안온다 -
그나마 바빠서 가게 가서 혼자 노는 식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엄마 아빠와 끈적끈적한 저녁 보내기,
새벽에 박나방 불러 밤새 놀기(이래서 커피가 필요한것),
일요일엔 엄마 아빠와 무등산 가기,
욕조에 바다지옥 입욕제 풀어놓고 목욕하기, 등등
여러가지 계획이 서있기 때문에 좀 덜 게으른 주말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자아, 아름다운 주말을 위해 이번 한주도 파이팅 :)
'Tous Les Jours'에 해당되는 글 136건
- Pour papa et maman 2008/05/07
- Thé Vert de l'Occitane 2008/05/04
- Mais oui, je passe beau temps 2008/05/03
- 은혜, Bon Courage! 2008/04/29
- J'y tiens 2008/04/27
- 살림의 효용 (4) 200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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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2008/04/22
- V for my girls (3) 2008/04/18
- Discharging 2008/04/16
이래놓으니까 완전 록시땅 홍보 블로그 같다 아하하하
아무튼, 내가 무진무진 좋아하는 록시땅.
어제 가로수길 갔다가 Thé vert (Green tea ;녹차) 라인을 몽땅 질러왔다.
최근에 체리블라썸을 쓰기에는 날씨가 슬슬 더워져서
전에 사다놓은 떼 베흐 고체 향수를 열었는데 향이 너무 좋은거다.
아, 록시땅 그린티를 사야겠다. 생각했다.
또 이럴 때 발휘해주시는 엠비같은 추진력. 바로 록시땅 국내 매장 접수.
록시땅은 국내에 매장이 많질 않다.
아베다나 오리진스는 거의 백화점마다 있는데, 록시땅은 압구정이랑 가로수길에 있는 로드매장 말고는
갤러리아나 용산 콩코스, 센트럴 그런 정도다. 그나마 센트럴은 가끔 가지만, 왠지 록시땅은 백화점보단
로드매장으로 가고 싶더라는 것:)
예전에는 국내에서 미친듯이 비쌌다던데, 요즘은 유로가 미친듯이 올라서 국내 가격이 프랑스 가격이랑
정말로 몇천원 차이도 안난다.
프랑스에서 바리바리 사서 이고 들어오느니 록시땅 코리아 가격 조정 들어가기 전에 그냥 국내에서 사도
시기상 손해는 아니라는 결론.
(아, 돌아오라 1250원대 환율. ㅜ_ㅜ)
게다가 국내 매장에서는 10퍼센트 적립 - 백화점은 5퍼센트 - 도 해주고,
알고보니 록시땅이 적립 선물이 쎈 편이라 몇 번만 사도 핸드워시 하나는 얻는다 +_+
요 아이들이 올 여름 나를 기분좋게 해 줄 그린티 라인들.
고체 향수는 원래 로즈+체리블라썸+그린티 세트로 가지고 있었고
저 고체 향수에 반해 그린티 향수와 샤워젤, 바디 밀크를 추가로 지른거다.
사실 캔들이랑 비누도 살 생각이었는데 살짝 비싸다는 생각과 함께
매년 노엘시즌이면 록시땅에서 가장 먼저 세일을 하는 품목이 캔들이었다는 생각이 스치자
사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비누는 손 씻을 때 밖에 안쓰니 별 필요 없을것 같고.
그래서 대신 요즘 열심히 수영을 다니는 엄마를 위해 베버나 아이스젤을 샀다.
원래 엄마가 버베나 샤워 젤, 바디 밀크, 향수를 가지고 계시니 딱 세트가 될 것 같기도 하고
발라보니까 시이원~ 한 것이 여름에 샤워하고 몸에 바르면 좋을 것 같았다.
(왠지 아빠도 좋아하실 것 같은 시원함 ㅋㅋㅋ)
사실 딱 매장 들어가서 그린티 쟈스민을 맡아보고 좀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린티 쟈스민은 계속 나올거지만 그냥 그린티는 곧 단종 될거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바로 그린티로 정했다.
록시땅 코리아가 수입을 안한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물어봤는데 너무나 단호히 완전 단종이라고 확답하는 언니.
프랑스 사이트 들어가보니까 '베스트 셀러'라고 딱 붙여 놨던데 왜 안 만든다는 거야 ㅜ_ㅜ
암튼, 일단 난 100ml 샀으니까 정 안나온다면 다음엔 떼 블랑이나 들여왔으면 좋겠다.
참고로 라벤더 라인도 곧 닫을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왜?왜? 냐고 물었지만, 그 후발 주자로 레드 라이스라는 트러블 케어 위주 라인이 생겼다는 말에
그저 눈물을 삼킬수밖에 없었다. 프로방스의 록시땅이 프로방스의 라벤더를 쓰지 않겠다니!
뭐, 지금은 핸드크림만 라벤더지만, 프랑스서 라벤더 라인을 전부 쓰면서 꽤 정이 들었더랬다. (뭐래;;)
워낙 록시땅을 좋아하다보니 꼭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록시땅에서 안 써본 라인을 손에 꼽을 정도다.
샘플이 후한 브랜드 - 내가 록시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 ㅎㅎ - 이다 보니 샘플로 써본 라인까지 합치면
전부 써봤다고 해도 맞을 거다.
(어제도 샘플을 그득그득 받아왔다. 샘플은 거의 다 엄마가 갖지만...우리 엄마 좋겠네~)
오리진스나 아베다처럼 백화점마다 들어간 브랜드보다 그 명성은 덜하지만,
천연재료, 자연주의를 모토로 삼는 브랜드들 가운데 이미지 마케팅 면에서
록시땅은 상당히 괜찮은 점수를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품의 질도 질이지만, 그 이미지 덕에 소비자 충성도가 꽤 높은 편이랄까.
'록시땅을 좋아해'라는 사실로 코스메틱&바디 제품 브랜드에 대한 본인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거다.
나 역시 그런 소비자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
그린티 라인같은 경우도, 엘리자베스 아덴을 좋아라 하긴 했지만
이거야 말로 내꺼야! 라고 외치게 만든건 록시땅이다.
내가 돈을 주고 산 건 향수와 목욕용품일 뿐일지라도 그 제품을 사용하면서 매일 아침, 혹은 산책길에
언뜻언뜻 느끼는 그 기분 좋음은 돈으로 환산 할 수 있는 느낌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록시땅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거다. 돈과, 그 이상의 감흥을 주는 (고도의) 마케팅.
너무 많아져도 좀 섭섭할 것 같고, 그냥 광주 신세계에 매장이나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러쉬도 들어왔는데, 록시땅도 하나 생기면 엄마랑 백화점 갈때마다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 할테니 .
1
그 저녁, 끔찍했던 두통
처음 먹는 듯 마음에 들었던 뜨거운 초콜릿 케이크와 차가운 프렌치 프레스 커피
볕에 따뜻해진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얹고서, 늘 듣던 음악, 읽던 책.
오랜만에 끓인 커피로 만든 커다란 라떼 한 잔
라바, 에반스, 그라펠리로 채운 플레이 리스트
2
이른 아침 샤워
한산했던 가로수길, 갖고싶었던 향수
차양을 내린 테라스, 의자에 맨발을 얹고 광합성
좋아하는 날씨,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선물 꾸러미
좋아하는 일상.
그러니까 괜찮아.
화사한 언니들 덕분에 기분 좋았던 오후
날씨도 참 좋았지
새로운 일을 하나 맡는게
이렇게 큰 전환이 될 줄이야.
열심히 하자
일도, 공부도.
믿을 건 실력뿐이니.
다프트 펑크의 'Something about us'와 함께 홍대 한 바퀴.
산책은 몸에도, 마음에도 좋다.
천천히 기우는 오후 햇살과 마음에 드는 홍대 풍경이 내 마음의 궂은 먼지를 털어주어,
돌아오는 길에는 날아갈 듯 가벼웠다.
바람결에 다리 사이를 스치는 가벼운 치맛자락과,
조금씩 올라가는 체온과,
조금씩 정돈되어가는 머릿속과,
어제보다 가볍게 뛰는 심장을 느껴
조금 더 건강해졌다.
처음으로
관계보다, 마음을 믿는다.
시간이 우리에게 지어줄 이름을 기다리며,
그 마음을 믿는다.
마음이 어지러울때는
햇살 좋은 까페에 앉아 있어도, 재미있는 책을 보아도 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오후 내내 청소를 했다.
다음주 토요일이면 슝, 프랑스로 떠나는 나킴을
마지막으로 꼬옥 안아주고 돌아왔다.
머리를 돌돌 말아 질끈 올려매고
선물 받자마자 막 갈아온 커피를 내려놓고
오랜만에 말린 라즈베리와 화이트 초콜릿 조각을 넣은 과자를 만들었다.
무언가 만들고 있으면 정신이 반쯤 나가서
어지러운 마음을 잊는다.
당분간은, 살림에 전념해야겠다.
장윤주가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부르는 Fly away
나방팔크는 질리지도 않나, 투덜 거리지만 나도 늘 듣고 있는 걸.
역시 우리 동네는 좋아.
우리 광주역에서 버스타고 부릉부릉 가자.
나 프랑스 가지 말까봐.
거긴 너같은 여자도 없고
거긴 네가 만든 탕수육도 없는데.
나 프랑스 안가게 되어도
하나도 안 아쉬울것 같아 :)
비가 온다.
생각보다 많이.
라즈베리맛 술과 스트로베리맛 아이스크림의 베리베리 믹스(?) 작용으로 잠이 들었다.
잠결에 누운채로 간간히 점점 어두워지는 창가를 올려다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꿈을 꿨다.
이상하고 말 안되고, 그리고 마음에 드는.
손가락을 잘못 짚어
스피커에선 류이치 사카모토의 레인과 요요마의 피아졸라가 번갈아 나온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어젯밤,
지하철 귀가길에 울며 불며 전화해서 집에 가방만 던져놓고 도로 뛰쳐나와
빛의 속도로 상수역까지 뛰어올라가게 만든 뮹뮹
오늘 아침,
막 씻고 나와 받은 전화,
잠도 덜 깬 목소리로 울먹거려 나를 30분간 속옷바람으로 세워둔 오너팔크
어젯밤, 오늘 아침, 힘겨워하던
소녀시대보다 더 예쁜 나의 소녀들에게.
일덱스의 보송보송한 버들강아지표 브이를.
그리고 플러스!
뚜뚜루뚜뚜뚜 키싱유 베이베 쪽♡
하루하루 최대한으로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한다.
방전 중인 배터리.
다 비워버리면 다시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절대로 약한소리는 내지 않겠다고도.
그런데 문제는,
언제쯤 바닥이 나올지 모르겠다는 거.
지난 포스트들을 살펴보다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내가 원했던건 평화롭고, 고요한 일상을 이어나가는 것
그 뿐이었는데.
이래서 마음 간수에는 공을 들일 필요가 있는거다.
마음을 잃지 않도록, 순간에 방심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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